[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의사 수 증원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이 극심하다. 의대 입학 정원 증가, 공공병원 설립,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의 4대 이슈로 대립하고 있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의 파업·수업거부까지 이끌어낸 것은 의대 입학 정원 증가 문제가 클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는 적정한가라고 묻는다면 간단하게 대답하기는 어렵다. 의료제도와 의료비 등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의사 숫자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적은 편이기 때문에 공공의료인력이 부족하고 지역의료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코로나 사태와 같은 경우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도 없기 때문에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무분별한 증원은 새로운 문제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래에 지난 10여 년간의 관련 통계를 가져왔다. (우리나라/OECD평균)
이 통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OECD 평균보다 1.1~1.2명이 적은 상태가 계속 유지돼왔다는 것과 의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의과대학 졸업자 수도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지속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에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10년 뒤에는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가 OECD 평균을 추월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다. 참고로 1년에 의과대학 입학 정원이 400명 늘어난다면 인구 10만 명당으로 환산하면 0.8명이 증가하는 셈이 되며 그 경우에도 OECD 평균보다는 적다.
이 통계에서 알 수 있는 또 다른 것은 국민 1인당 의사의 외래진료 수와 총 병원 병상 수,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OECD 평균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뭔가 안정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불안하다.
만약 의사 숫자가 현재보다 더 늘어난다면 이 숫자들의 증가 속도는 더 가팔라질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의사 숫자가 더 적음에도 불구하고 외래진료 횟수와 총 병상 수는 OECD 평균보다도 훨씬 많으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몇 년 후에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도 OECD 평균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의사 숫자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부가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바로잡지 않은 채 의사 숫자만 늘린다면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의사들의 경고대로 의료 무질서가 더 증가하고 의료비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을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 의료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이미 밝혀져 있다. 문제는 의사들이 의료구조의 개편에도 저항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의지도 약하다.
정부는 의사 수 증원 문제를 조금 뒤로 물리고 의료구조의 개편에 더 힘을 쏟아야만 한다.
그 방향은 원격의료와 같은 의료산업화가 아니라 일차의료 강화와 공공병원 설립, 중증외상센터의 지역적 안배와 같은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가 동반된 구조 개편이어야 한다. 일차의료 강화의 내용은 동네의원 살리기가 아니라 주치의 제도 등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 개편 이후에 혹은 최소한 청사진이 그려진 이후에 의사 증원이 논의돼야 한다. 의사들도 이러한 의료구조 개편에 협조해야 한다. 계속해서 의료구조 개편에 반대하다가는 조만간 우리나라 의료는 적절한 의료 제공에도 실패하고 건강보험도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돼 파국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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