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과도한 업무량에 전공의 이탈하고 소송 위험에 소아심장 수술 꺼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흉부외과는 이미 늦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갔다. 10년동안 얘기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는 28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의료,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흉부외과는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 속에 이미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 같이 한탄했다.
특히 소아심장 분야는 사실상 멸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수련병원 중 흉부외과 전공의 1~4년차가 모두 있는 곳은 채 5곳이 안 된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역시 올해 들어온 전공의 1년차 5명 중 2명이 벌써 중도 이탈했다.
김 교수는 “(그만둔 전공의들이)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하더라. 교수들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떠올려봤는데 본인은 그렇게 못 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몇년 전 학회 조사에서 흉부외과 의사들은 한 달에 당직이 5.1일, 온콜이 10.8일이었다. 한 달에 절반 가량이 당직이나 온콜인 셈”이라며 “그 당시 흉부외과 의사 51.7%가 번아웃을 호소했고, 번아웃 때문에 환자 위해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90%를 넘었다”고 열악한 근로여건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김 교수는 흉부외과 중에서도 특히 소아심장 분야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소아심장 분야를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의사는 전국적으로 15~16명에 불과하다.
그는 “흉부외과에서도 대부분이 폐쪽으로 가고 심장은 아무도 지원을 안한다. 그마저도 심장은 성인쪽으로 몰리고 소아심장을 보는 의사는 전국에 15~16명뿐”이라며 “소아심장은 숫자가 적다보니 학회도 그들을 위해 움직이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멸종 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아심장은 이대로는 지원자가 없고 (대가) 끊어질 것”이라며 “나중에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가야 움직이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교수는 소아심장 분야의 경우 소송에 따른 위험이 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소아는 수술 중 문제 발생시 성인에 비해서도 막대한 배상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들로선 소아심장 수술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심장수술은 결국 죽느냐 사느냐 인데 우리나라에선 환자가 죽으면 무조건 소송”이라며 “소아는 사망시 기대수명을 계산하면 10~20억을 배상해야 하다보니 병원장들도 의사들이 소아심장 수술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했다.
이어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환자를 살릴 순 없지만 환자가 잘못되면 죄책감을 느끼고, 보호자들에게 멱살도 잡힌다”며 “이런 의사들을 보호하는 장치를 정부가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병원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방치해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의 선천성 심장병에 대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아이들의 선천성 심장병은 임신시에 98% 정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치료비 부담 등으로 부모가 낙태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저출산위원회에서 1년에 13조~14조원을 썼다고 하던데 1년 내에 선천성 심장병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정부가 100억~150억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며 “국회에 5~6년 전부터 얘기했지만 아이들은 투표권이 없으니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현마다 있는 어린이병원에서 치료를 무상으로 해주고, 세계 최빈국인 네팔도 15살 미만의 환자는 국립심장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해준다”며 “우리나라도 나라의 격에 맞게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투자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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