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5.12 07:33최종 업데이트 15.05.1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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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삭감이 말이 안되는 이유

입원환자 타 병원 외래 갔다고 등급강등

"심사기준에도 없는 갑질이자 횡포" 불만 비등



A요양병원 K원장은 요즘 대학병원으로 가끔 외래진료를 가는 환자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심평원이 외래진료를 받은 상당수 환자들의 등급을 최하 7등급인 신체기능저하군으로 4~5 등급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보건복지부의 '환자평가표'에 따라 1~7등급으로 분류한다.  
 
환자평가표는 일상생활수행능력( ADL) 측정항목 중 4항목(식사하기, 체위 변경하기, 옮겨앉기, 화장실 사용하기)의 점수를 합산한 것과 주요 증상(혼수, 체내 출혈, 뇌성마비 등)에 따라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의료경도,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나눈다. 
 
일당정액수가가 적용되는 요양병원은 환자 등급에 따라 하루 입원수가가 최고 4만 5600원(의료최고도)에서 2만 5739원(신체기능저하군)으로 차등 지급된다.   
 
따라서 의료고도 환자가 대학병원 외래진료를 다녀온 후 신체기능저하군으로 강제 조정되면 한 달에 40만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되는데, 이런 환자가 수 십 명에 달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다른 급성기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요양병원 환자군 급여목록·상대가치점수 및 산정지침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인력, 시설 또는 장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거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해당 진료가 가능한 다른 요양기관으로 환자를 의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K원장은 "뇌졸중 환자는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가 가능하지만 일부는 추적관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MRI나 CT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심평원은 외래진료를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환자 등급을 마음대로 낮추고 있다”고 질타했다.  
 
암환자들이 주로 입원하는 S요양병원도 심평원의 심사조정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뽀족한 수가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S요양병원 원장은 "암환자들은 정기적으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이 대학병원 낮병동에서 항암제를 투여하고 오면 다음 달 최하위 등급으로 낮췄다는 통지가 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C요양병원은 편마비 환자 보호자가 과거 환자가 입원했던 대학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겠다고 해서 진료의뢰서를 작성해 줬는데 마찬가지로 최하 등급으로 떨어졌다.
 
이들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수 십개 요양병원들이 '외래진료'를 보냈다가 심평원으로부터 호된 환자군 조정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기준에도 없는 삭감…갑의 횡포"

심평원은 어떤 근거로 환자군을 조정한 것일까?
 
심평원의 논리는 이렇다.
 
환자평가표 상 신체기능저하군은 의료최고도 내지 의료경도에 해당하지 않거나 입원치료보다 '요양시설이나 외래진료'를 받는 것이 적합한 환자에 대해 산정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정도의 상태라면 환자평가표에 나와있는 것처럼 요양시설이나 외래진료가 적합하기 때문에 환자 등급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또 이 관계자는 "일부 요양병원은 환자가 사전에 병원에 알리지도 않고 외출한 후 대학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온다고 하소연하는데 이는 그만큼 환자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환자 관리 부재에 대한 조치를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이동 가능'하고, 다른 병원에 외래진료를 다닐 정도라면 굳이 요양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요양병원들의 설명은 다르다.
 
B요양병원 관계자는 "의료고도 환자가 대학병원에 외래진료를 갈 때 보호자가 엠뷸런스에 태워서 가지 제 발로 걸어가느냐"면서 "이것을 '이동 가능하다'는 잣대로 보는 것은 심평원의 횡포이자 갑질"이라고 질타했다.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겠다고 하는데 딱히 저지할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기관 선택권을 이야기하면 할 말이 없다는 게 요양병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요양병원들이 심평원의 강제 등급 조정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학병원 외래를 만류하면 몰래 다녀오는 게 현실.   
 
D요양병원 원장은 “일부 환자들에게 주치의는 자기가 다니던 대학병원의 교수이지 요양병원 과장이 아니다"면서 "우리 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다고 말리면 '대학병원 교수님이 처방한 약과 똑 같은 것을 줄 수 있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요양병원은 대학병원의 오리지널 약을 모두 구비할 수 없는데 환자들은 생동성이 확인된 약으로 대체조제하겠다고 하면 단지 싼약을 처방한다고 인식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요양병원은 약값이 일당정액수가에 포함돼 있어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으면 건강보험 재정이 이중으로 지출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면 약값만 삭감하면 되지 왜 심사지침에도 없는 환자 등급을 멋대로 하향조정하느냐"고 따졌다.

#요양병원 #환자등급표 #심평원 #외래 #메디게이트뉴스

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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