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를 뺑뺑이 돌리다 사망케 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법원은 해당 대학병원의 과실을 인정해 유족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7월 22일 오후 11시 12분 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머리를 다쳐 119구조대에 의해 광주의 K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K병원은 뇌CT 촬영 결과 경뇌막하 혈종,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을 발견하고 J대병원으로 전원 시켰다. J대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권역응급의료센터다.
J대병원은 다시 뇌CT 촬영을 한 뒤 두개내 열린 상처가 없는 외상성 거미막 밑 출혈,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진단했다.
하지만 J대병원은 신경외과 중환자실의 여유가 없고, 예정된 수술이 많아 치료가 어렵다며 전원을 권유했고, A씨는 다시 B병원으로 옮겨졌다.
B병원은 23일 오전 2시 10분경 뇌CT를 촬영하고, 응급수술이 필요하다며 25분 후 다시 J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에 J대병원은 재차 뇌CT 촬영을 해 외상성 경막하 출혈 진단을 했지만 당시 시점에서는 응급수술을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보존적 치료만 하기로 했다.
경막하 출혈은 뇌를 싸고 있는 뇌경막 아래쪽으로 혈종이 고인 것을 말하는데, 급성은 가장 위중하며 보통 사망률이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A씨는 오전 5시 40분경 다시 B병원으로 전원해 오후 6시경 뇌부종,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러자 A씨의 유족들은 J대병원이 즉각적인 응급수술을 하지 않았고, 전원할 때까지 45분간 환자를 방치했으며, B병원으로 전원 조치하면서 환자 상태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광주지방법원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광주지법은 J대병원이 즉각 응급수술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유족의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환자의 활력징후 등에 비춰 즉시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위중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응급수술을 보류하고 보존적 치료를 택한 병원의 조치에 어떠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J대병원이 환자를 전원하기로 결정하고, 실제 이송할 때까지 45분간 A씨의 활력징후를 확인하고 신경학적 검사 등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B병원이 A씨가 도착한 직후 뇌CT를 촬영해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시 J대병원으로 전원한 정황으로 볼 때 J대병원이 전원 결정을 했더라도 다시 뇌CT를 촬영해 전원 결정을 취소하거나 이송할 때까지 적절하고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J대병원이 A씨를 B병원으로 전원하면서 환자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J대병원이 B병원 의료진에게 A씨의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B병원이 적정한 치료를 할 수 있는지 제대로 확인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B병원이 환자를 전원 받은 후 약 70분 만에 J대병원으로 다시 전원한 점에 비춰볼 때 응급수술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보이고, B병원도 보존적 치료를 하되 상태가 악화돼 수술이 필요하면 다시 J대병원으로 전원하겠다는 의도로 전원을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J대병원의 진료상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유족들에게 1억 3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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