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문재인 케어는 젊은이의 미래를 뭉개버리는 ‘뭉케어’입니다. 정부는 ‘건강보험 하나로’를 외치지만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보험 제대로’입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뭉케어’ 홈페이지를 개설해 “문재인 케어는 의료계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시범사업도 생략한 채 정부의 일방적인 방식으로 발표한 뭉케어”라고 22일 밝혔다. 문재인 케어는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비급여를 급여화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5년 기준 63.4%에서 70%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을 말한다.
의협 비대위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문재인 케어와 같은 전국민 건강보험 정책을 의료공급자(의사), 국민과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한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건강보험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보험체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라며 “(정부가)건강보험을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해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면 건강보험 체계의 근본을 흔들게 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2000년 의약분업으로 국민 의료비가 의료기관과 약국으로 이원화되고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급증하자 의료공급자에 대한 통제만 이뤄졌다고 했다. 비대위는 “당시 ‘건강보험 재정 안정 및 의약분업 정착 종합대책’을 통해 의사들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하고 강력한 재정절감 대책을 추진했다”라며 “정부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서도 마찬가지로 의료계에 (정부를)믿고 참여해달라며 거듭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수가보전이라는 막연한 대책만을 꺼내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공급자 간 수십년간 쌓은 불신의 벽을 허물기에는 벽이 너무 두껍다”라며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의료전문가와 공급자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일방통행식 정책을 발표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의료공급자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라며 “이것이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를 쌓는 첫 단추”라고 했다.
비대위는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설계도 지적했다. 정부는 매년 건강보험료와 건강증진기금의 예상수입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으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행한 국고지원금은 매년 건보료 수입액의 15~17%에 그치고, 미지급한 국고지원금은 최근 10년간 15조원에 이른다.
비대위는 비급여를 '사회악'으로 규정한 것도 비판했다. 비대위는 “2000년 의료비 지출은 19조원이고 2010년은 58조 7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라며 “비급여로 인한 본인부담은 2010년 4조1000억원에서 2010년 14조1000억원으로 비슷한 비율로 늘어났고 오히려 전체 의료비에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율은 줄었다”고 했다.
비대위는 ‘의료이용량’을 막아야 보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문했다. 비대위는 “의료이용량을 막는 획기적인 방안을 정부가 고민하고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에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될 것이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는 64조57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나 늘었다. 이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6조원(전체 진료비의 38.7%)을 사용했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진료비 증가율이 연평균 8.7% 늘어나 2024년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대위는 “고령화 추세에 따른 만성질환 진료비가 늘었고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로 진료비 지출이 늘었다”라며 “젊은 세대들이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부담이 심각해진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젊은층은 천문학적인 의료비 폭탄을 감당해야 할 수 없는 만큼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의료계와 다시 논의해야 한다”라며 “이런 비판을 무시하고 정책을 강행하면 문재인 케어는 직장인의 미래를 뭉개버리는 뭉케어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의 비대위 홍보방안이 나오자 의료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뭉케어라는 프레임을 잘 짰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국민이 공감할만한 논리가 더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