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균형배치를 위해 전공의 정원비율을 조정한 가운데 오히려 전공의 정원이 줄어든 수도권은 전공의의 충원율이 개선된 반면, 지방은 충원율이 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전국 주요 수련병원의 2024년도 전반기 레지던트 모집 현황을 조사 분석한 결과, 정부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공의 균형배치를 위한 정원 조정이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되는 필수의료 문제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을 6대 4에서 5.5대 4.5로 조정했다.
정부, 지방 의사 수급 개선 위해 수도권·비수도권 모집정원 비율 6대 4→5.5대 4.5 조정
이렇게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공의 모집정원 비율을 조정한 배경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사 수급 불균형 때문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의사 쏠림이 심각해지고 지방으로 갈수록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거듭되면서 지방은 상급종합병원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의사 지역불균형은 전공의 모집에서도 이어져 그간 지방 수련병원들은 매년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반복됐다.
이에 정부는 10월 19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 의료 혁신 전략‘에서도 지역 의사 확보 방안으로 지역에서 수련받는 의사를 늘리기 위해 전공의 모집정원 비율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며 6대4 비율을 5대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학회들은 정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모집정원 비율을 조정하는 데 대해 우려를 제기했고, 그 비율은 5.5대4.5로 조정됐다.
실제로 2023년도 전공의 모집 정원과 2024년도 전공의 모집 정원을 비교하면 수도권 수련병원은 모집 정원이 감소하고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모집정원은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먼저 빅5병원 중 서울대병원은 179명에서 172명으로 7명 감소했고, 삼성서울병원은 115명에서 1명이, 가톨릭중앙의료원은 241명에서 225명으로, 세브란스병원은 177명에서 163명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서울아산병원은 자병원인 강릉아산병원과 산부인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를 뽑는 울산대병원 등 비수도권 수련병원 레지던트를 통합 모집해 정원이 오히려 한 명 늘었다.
그 외에도 이대목동병원도 48명에서 36명으로 12명이나 축소됐고, 경희대병원은 54명에서 46명으로 8명이 감소했다. 강북삼성병원은 2023년 모집정원 40명에서 2024년 모집정원 38명으로 2명 줄었고, 고대안암병원도 60명에서 58명으로 2명이 줄었다.
서울권은 아니지만 경기도인 순천향대부천병원은 2023년도 34명에서 2024년도 32명으로 2명, 분당서울대병원도 2023년 59명에서 2024년 53명으로 6명나 줄었다.
반면, 비수도권 수련병원은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27명까지 전공의 모집 정원이 늘었다.
가장 전공의 모집 정원이 늘어난 곳은 칠곡경북대병원으로 2023년도 12명에서 2024년도 39명으로 27명 증가했다. 경북대병원도 65명에서 78명으로 13명이 늘었고, 양산부산대병원은 43명에서 58명으로 15명, 부산대병원은 57명에서 69명으로 12명, 제주대병원은 23명에서 34명으로 11명, 전북대병원은 47명에서 57명으로 10명이나 늘었다.
단국대병원과 충남대병원은 각각 36명에서 42명, 57명에서 65명으로 8명씩 전공의 모집 정원이 늘었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39명에서 42명으로, 삼성창원병원은 23명에서 26명으로, 원광대병원은 32명에서 36명으로 각 3명씩 2024년도에 전공의 모집정원이 늘었다.
수도권, 전공의 정원 감소로 전공의 미달 병원들 충원율 개선…비수도권, 정원에 비해 지원자 적어
모집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지방 수련병원의 전공의 충원율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지원자 증가세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애초 의도했던 지방 수련병원의 전공의 확보는 큰 소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어 미달이었던 수도권 병원들은 오히려 전공의 정원이 감소하면서 전공의 충원율이 개선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고대구로병원은 2023년 전공의 모집정원 51명에 지원자가 50명으로 적어 전공의 충원율이 0.98로 미달이었다. 하지만 2024년도 전공의 모집정원이 48명으로 3명 감소했으나 지원자는 54명으로 늘어 전공의 충원율이 1.13으로 높아졌다.
한림대성심병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림대성심병원은 모집정원 40명에 지원자 39명으로 전공의 충원율이 0.98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모집정원이 34명으로 6명이나 감소했지만 지원자는 39명으로 유지돼 오히려 전공의 충원율이 1.15가 됐다.
아주대병원은 지난해 정원 66명에 지원 63명으로 미달(0.95)이었으나, 올해는 모집정원 61명으로 5명이 감소하면서 지원자는 61명으로 감소했으나 오히려 충원율이 1.00으로 개선됐다.
그 외 기존에도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아 경쟁률을 보였던 수련병원도 모집 정원은 감소했는데 지원자는 늘거나 유지상태를 보여 오히려 경쟁률이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이대목동병원은 올해 지원자 47명으로 지난해 53명보다 감소했지만, 올해 모집 정원이 지난해 48명에서 12명이나 줄어든 36명으로 나타나 경쟁률이 1.3으로 치열해졌다.
중앙대병원도 지난해에는 1.05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올해 모집정원이 5명 감소하면서 경쟁률이 1.26으로 높아졌다.
반면 비수도권의 병원들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종전과 같은 미달 행진을 이어갔다. 오히려 전공의 모집 정원이 대폭 늘어났음에도 지방으로의 지원자는 크게 늘지 않으면서 충원율이 더욱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올해 전공의 지원자가 13명으로 지난해보다 8명에서 5명이나 늘었지만 모집정원이 지난해보다 27명 늘어나 오히려 전공의 충원율이 0.67에서 0.33으로 낮아졌다.
충남대병원도 전공의 모집정원은 8명이나 늘었지만 지원자가 지난해 65명에서 63명으로 오히려 2명 줄어 전공의 충원율이 1.14에서 0.97로 미달이었다.
부산대병원도 올해 전공의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5명 늘었지만, 모집정원이 12명 늘어 오히려 전공의 충원율이 0.98에서 0.88로 악화됐고, 양산부산대병원도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8명이 늘었지만 모집정원이 15명이나 늘면서 전공의 충원율이 0.93에서 0.88로 악화됐다.
비수도권에서 전통적으로 전공의 지원자가 모집정원보다 많았던 병원들도 2023년도 전공의 모집과 비교해보면 충원율이 악화됐다.
경북대병원은 모집정원이 65명에서 78명으로 늘면서 지원자도 68명에서 81명으로 늘었으나 충원율은 1.05에서 1.04로 줄었고, 전남대병원도 모집정원이 79명에서 100명으로 늘면서 지원자가 91명에서 112명 늘었으나 충원율은 1.15에서 1.12로 다소 줄었다.
전북대병원 역시 모집정원이 47명에서 57명으로 늘고, 지원자도 53명에서 60명으로 늘었으나 충원율은 1.13에서 1.05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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