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전반적인 의료제도 문제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의료인에게 그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경찰,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거짓 왜곡행위다. 잘못된 정보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 모두 거짓 왜곡행위에 동참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9일 성명서를 통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결과의 핵심인 '분주(주사제를 분할해 투여하는 것)로 인한 감염'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연구소가 확인한 결과, 미국 학회에서도 초저체중의 소아 환자에게 적절한 주사제의 용량을 맞추기 위해 분주를 하고 있었다. 또 보건복지부가 1994년 내린 행정해석은 분주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 사망사건이 1993년 병원 개원 당시부터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이 '주사제 1병을 환아 1명에게만 맞혀야 한다'는 감염관리 지침 '1인 1병' 원칙을 어기고, 주사제 1병을 여러 신생아들에게 나눠 투여하는 '분주' 관행 때문에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 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고 4명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문제가 된 ‘스모프리피드’라는 지질영양제가 분주하면 안되는 ‘1인 1병 원칙’에 해당되는 바이알 주사제로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의료인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연구소는 "질본은 해당 지질영양 주사제에 대해 다회용량 바이알이 아니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와 질본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의 권고사항에 배치된다'고 경찰에 회신했다. 이는 혐의를 적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며 "하지만 여러 자료를 조사한 결과, 스모프리피드는 분주가 가능하다는 근거가 다수 발견됐다"고 했다.
"스모프리피드, 미국서도 분주 사용…용량 초과 막는 효과도 있어"
연구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하고 있었다. 하버드의대 교수가 분주 방법을 설명하는 교육 비디오 제작에 참여한 사례도 있었다. 분주로 인해 용량이 과도하게 투여되지 않는 등의 효과를 입증한 논문도 있었다.
미국 정맥경장영양학회(ASPEN)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1세 미만의 영아 환자들에게 지질영양제 분주 방법에 대한 진료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의 81%가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방법으로 분주하고 있다는 내용이 지난해 7월 국제학술지 임상실습영양(Nutrition in Clinical Practice)에 발표됐다. 지질영양제의 분주행위 뿐만 아니라 분주방법 역시 미국과 우리나라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올해 1월 ASPEN은 스모프리피드의 제조사인 프리지니우스카비(Fresenius Kabi)와 함께 지질영양제의 용량, 조제, 투여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강조하는 새로운 교육 비디오 시리즈를 시작한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4개의 교육 비디오 중 4번째 주제는 지질영양제의 분주(재포장)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하버드의대 소아과학교실 조교수가 출연해 강의를 진행했다.
연구소는 “이 비디오는 지질영양제의 분주가 많은 소아과에서 행해지는 가장 흔한 의료행위라며 지질영양제의 분주방법과 각 방법의 장단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라며 “미국에서도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하는 의료기관이 많다. 분주 방법을 교육한 비디오 제작에 제조사가 직접 재정 지원을 한 사실은 제조사도 간접적으로나마 분주를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스모프리피드는 분주할 수 있는 다회용량 바이알이지만, 질본은 1인당 1바이알에 해당하는 바이알이라고 잘못 회신했다”라며 “해당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2016년 10월 '임상실습영양'에는 분주하는 것이 오히려 저체중아에게 용량을 맞추는데 유리하다는 논문도 나왔다. 논문에 따르면 시판되는 지질영양제의 최소 포장단위인 100㎖는 체중이 0.5kg인 초저체중아의 하루 필요량 2.5㎖의 40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100㎖ 지질영양제를 바로 수액세트에 연결해 자동주입펌프로 주입하다가 신생아에게 과도한 지질영양제가 공급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미국 의료기관에서는 정확한 용량을 맞추기 위해 지질영양제를 소분한 다음 투여하는 분주를 하고 있다”라며 “지질영양제를 병째 그대로 투여하는 경우 감염 확률은 가장 낮지만, 투약 오류로 과용량이 투여돼 신생아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한 병의 지질영양제에서 필요한 양만큼 주사기로 뽑아 여러 명의 신생아에게 분주하면 과용량의 위험성을 줄인다”라며 “250㎖, 500㎖ 용량이라면 신생아중환자실 환아 모두에게 투여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논문 저자들은 의료진이 지질영양제를 그대로 투여할 때와 분주할 때의 장단점을 고려해 투여방법을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라며 “미국에서도 과용량 투여의 위험을 줄이고 의료비 절감을 위해 신생아에게 지질영양제 분주가 행해지고 있다”고 했다.
"1994년 행정해석은 보험청구 원칙, 분주를 권장하는 내용"
연구소는 보건복지부의 1994년 행정해석(보건복지부 급여65720-804호)이 바이알 주사제의 보험청구 원칙을 밝힌 것이며 분주를 금지한 감염관리 지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보험 청구 원칙에서도 1인 1바이알로 청구를 하려면 해당 의료기관이 나머지 주사제의 폐기사유를 소명하도록 했다. 이는 사실상 분주를 기본 청구로 인정한 셈이다.
앞서 경찰은 “1993년에는 지질영양제가 일주일에 2병까지만 보험 적용이 됐기 때문에 분주 관행이 생긴 것 같다”며 “보건복지부가 1994년에 주사제 잔량까지 보험 적용을 해주는 것으로 행정 지침을 바꿨지만, 이대목동병원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관행을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행정해석은 분할 투여가 가능한 바이알 주사제에 대해 실제 주사량에 따라 약가를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라며 “예외적으로 1바이알 중 부분량을 한 사람에게 주사하고, 나머지 양을 보관상 문제 등으로 부득이하게 폐기했다면 1바이알의 약가를 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즉, 일부 용량만 사용하고 일률적으로 폐기처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1바이알의 약가를 산정해야 할 경우에는 부득이한 폐기 사유를 해당 요양기관에서 소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주사 후 폐기된 부분까지 약가를 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주사제를 여러 환자들에게 분주해도 실제 투여량을 인정해줄테니, 일률적으로 폐기처분하지 말고 부득이 한 경우에만 폐기하라는 내용”이라며 “1인 1병 원칙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분주를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1994년 보건복지부 행정해석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을 요구하며, 질본의 잘못된 유권해석을 즉각적으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의료진에게 억울하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것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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