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3.28 14:59최종 업데이트 20.06.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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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투자는 세입자와 공동 창업하는 것

[칼럼] 박원갑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WM스타자문단

[KB Doctor's 자산관리 전문가 칼럼] 부동산, 세무, 투자전략 등 KB금융그룹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WM스타자문단의 연재 칼럼을 통해 지혜로운 자산관리를 위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KB Doctor's 자산관리 전문가 칼럼과 관련한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이메일(KBG105781@kbfg.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1. 2019 부동산 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2.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동산 절세 포인트​
3. 2019년 자산배분 전략
4. 상가 투자는 세입자와 공동 창업하는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흔히 부동산 투자가 매도자와 매수자, 주인과 세입자 간 이해가 상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가 건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상가 건물주와 세입자의 공생은 서로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타인에게 원한을 사는 거래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

일본주식투자의 대부고레카와 긴조(是川銀蔵)의 부동산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이다.그는 자서전<고레카와 긴조>에서 주식과 부동산을 비교하면서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장점을 늘어놓는다. 그가 말하는 주식 투자의 장점은 상대가 불특정 다수이고, 혼자 승부를 겨룰 수 있으며, 얼마를 벌든누구에게도 원한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식은 감정이입 없이 비대면적 채널을 통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물론 주식도 작전이나 주가조작이 있을 때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고레카와의 얘기는 일반주식투자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과 함께 자산시장의 양대 축이지만 주식시장과는 확실히 다르다. 매도자와 매수자든, 소유자와 세입자든 대부분 특정인과 일대일 관계이므로 투자하거나 임대를 놓을 때 민낯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특히 건물주 또는 집주인과 세입자는 자주 이해가 상충한다. 예컨대 어떤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가정하자. 소유자는 환호하겠지만, 세입자는시무룩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교환가치인 매매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사용가치인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서 집값 상승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더 멀어지게 한다. 주식은 그렇지 않다. 주식가격, 즉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융통할 수 있으니 이익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승­패(Win­Lose)’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부동산이 갖는 희비의 쌍곡선이다. 그런데 손해는 주로 약자의 몫이니까 문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실체

요즘 회자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건물주와 세입자는상치관계라는점을 읽게한다.젠트리피케이션은 귀족 아래의 지주 계급, 즉 땅 부자를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한 말이다. 교양 있고 예의 바른 남성을 의미하는 젠틀맨 역시 젠트리에서 나온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이 개발되면서 중상류층이 거주하는 고급주거지로 재탄생하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경제현상은 종종 희비가 엇갈린다.

도시는 새 단장을 하지만 세입자는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외곽으로 밀려나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한동안 국내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두고 재개발에 따른 도심 르네상스나 도심 회춘에 초점을 맞춘 논의가 많았다.용산과 광화문 재개발이나 뉴타운 사업이 대표적이다.하지만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은 세입자의 한숨을 대변하는 ‘절망의 언어’가 된 느낌이다. 주로 서촌이나 북촌, 가로수길 같은 핫플레이스에서 상권이 급부상하면서 파생된 고임대료 후폭풍 때문이다. 당초 교통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 골목길 상권은 임대료가 저렴해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는 가게가 많았다.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그런 가게에 관광객과 쇼핑객이 몰려들었고, 그사이 땅값이 폭등하고 임대료도 덩달아 뛰었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는 밀려나고 빈자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채우고 있다.

세입자는 자신들이 공들여 가꿔놓은 골목길에서 함께 번영을 누리기보다 오히려 쫓겨나니 허탈감 속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결과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은 부자(건물주 혹은 집주인)에게는 행복이 될 수 있지만, 빈자(세입자)에게는 오히려 불행이 될 수 있다. 도심 부흥의 역설이다. 하지만 개성과 볼거리가 사라지는 평범한 골목길에 과연 언제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지 의문이다. 사람의 발걸음이 끊어지면 상권은 금세 시든다. 그리고 한번 죽으면 되살리기 어려운 게 상권의 특징이다.

공생해야 오래간다

서울에 상가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김상진(가명, 67세)씨. 해마다 설•추석 때 건물 세입자 6명에게 마음의 선물을 보낸다. 지난 설 연휴에는 가게를 돌면서 작은 멸치세트를 직접 건넸다. 소요된 비용은 20만원 정도다. 김씨는“세입자가 잘돼야 건물주도 잘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작은 선물은 세입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침저녁으로 상가건물 앞 골목길 청소나 담배꽁초 줍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변이 깨끗해야 고객이 많이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 배려와 소통 때문인지 김씨는 세입자 문제로 골치를 크게 앓아본 적이 별로 없다. 

상가 투자를 한다는 것은 건물주가 세입자와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이다. 건물주는 자금을 대고, 세입자는 기술을 투자하는 공동 비즈니스다. 상가는 아파트와달리 한번 사면 팔기가 쉽지 않은 장기투자 상품이다. 건물주와 세입자의 공생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은 상가투자 때 귀담아둬야 할 명언이다. 최근 한 먹자골목에서 ‘을(세입자)이 죽으면 갑(건물주)도 죽는다’라는 플래카드를 봤는데, 세입자의 억지 논리는 아닌 것 같다. 

다행히 요즘 곳곳에서 건물주와 세입자(상인)의 공생을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서로 힘을 합쳐 상권을 살리려는 것이다. 건물주와 세입자 공동으로 상가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축제를 열거나 심지어 건물주가 야간에 방범 도우미까지 나선다. 세입자와 건물주가 뭉칠 때 장기적으로 공동 이익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돼야 임대료도 올라가는 법이다.

세입자가 좋아하는 상가

서울 노원구에 작은 상가건물을 갖고 있는 양지훈(가명, 59세)씨.그는 현금 10억원으로 임대수익용 근린상가를 알아보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안정적인 월세를 받고 싶어서다. 매입할 상가를 둘러보면서 그가 느낀 것은‘상가투자는 세입자의 시선으로 봐야 실패가 없다’는 생각이다.월세는 건물주나 중개업자가 아니라 세입자가 내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는 세입자가 보는 눈은 정확하다. 상가 입지를 평가할 때 주변 세입자 등 적어도 3명에게 반드시 탐문해야 하는 이유다. 이들로부터 객관적인 의견을 종합해 상가의 가치를 따져보고 결정한다. 그래도 미덥지 못하다면 장사를 하는 지인과 현장을 답사하는 것도 괜찮다. 

양씨 역시 음식점을 하는 고교동창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입지를 검증할 예정이다. 양씨는 “세입자가 기피하는 지역의 상가를 사서 성공한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양씨가 파악한 세입자 선호 상가는 유동인구가 많아 매출액이 꾸준한 곳이다. 양 씨는 “예를 들면 지하철역 출구에서 10m 이내 1층 코너상가나 대학교 후문은 접근성이 좋아 고객이 끊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수요가 많은 상가는 세입자가 갑자기 가게를 비워도 공실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컨대 나이 들어 상가를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우므로 살 때는 반드시 세입자의 선호도가 높은 곳을 골라야 속을 썩이지 않을 것이다. 실패하지 않는 상가투자의 방법은 바로 세입자의 마음을 읽는 역지사지의 지혜다.

신규 상가, 임대료 거품 왜 생길까

경기도 한택지개발지구에 있는 근린상가1층42㎡(약 13평)를 5억4000만원에 분양받은 송시수(가명, 58세)씨는 상가만 생각하면 화가치민다. 5년 전 입주 초기만해도 보증금 5000만원에 매달 250만원의 월세를 받았다. 연 6%의 수익률이다. 하지만 세입자가 두차례 바뀌더니 요즘은 15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송씨는 내수경기가 아무리 침체라지만 임대료가 100만원이나 떨어지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입주 초기 임대수익을 부풀리기 위해 시행사가 장난을 친 게 아닌지 의심이 간다. 송씨는 “선임대 상가라서 안심하고 분양받았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신규 상가는 분양가나 임대료 모두 거품이 끼기 쉽다. 아파트는 분양을 받아 가끔 대박을 터뜨리지만, 상가 대부분은 계약자의 기대에 못 미친다. 가장 큰 이유는 고분양가다. 개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으로 분양가가 처음부터 부풀려진다. 너무 높은 분양가는 소비자가 가져가야할 이익을 공급자가 중간에 차지해버리는 꼴이다. 이러다보니 소비자의 몫은 쥐꼬리 정도거나 되레 손해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상가전문가는 “수도권에서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신규 분양 상가가 30%가량 되는 것 같다. 상가 불패 신화는 옛말이다”라고 말했다. 임대료도 시간이 갈수록 오르기는커녕 낮아지는 곳도 수두룩하다. 상권의 활성화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 데다 초기 거품이 빠지기 때문이다. 요즘 신도시에서 1층 상가도 임차인을 찾지 못해 비어있는 곳이 적지 않다. 분양가에 맞춰 임대료를 책정하다보니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싸 세입자가 입주를 꺼리기 때문이다. 

또 신규 상가 임대차시장의 구조적 특성도한몫한다. 상권 형성의 초창기에는 세입자가 치러야하는 ‘준임대료’성격의 권리금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비싼 임대료를 내고서도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 아예 ‘권리금 장사’를 위해 신규 상권의 임대 점포를 노리는 고수도 많다. 2~3년간 비싼 임대료를 부담하더라도 권리금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권리금을 지불해야하는 그다음 세입자다. 권리금까지 지불하면 가게 운영의 채산성이 떨어져 최초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 바람에 시장이 안정단계로 접어들수록임대수익하락으로 이어지고, 시차를 두고 매매가격도 떨어져 적지 않은 상가계약자가 이중고를 겪는다. 

물론 신규 상가를 분양받는다고 모두 실패하는 것만은 아니다. 입지여건이 좋은 곳에서는 투자자가 수천만원의 웃돈을 챙기고 쏠쏠한 임대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문제는 확률이다. 실패한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게 현명하다. 신도시 면적이나 인구대비 상업용지 비율이 높거나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비싼 곳은 피하고, 특히 웃돈을 주고 상가 분양권을 매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보수적인 은퇴자라면 신규상가보다 상권 성숙지역을 고르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임대수익률 뻥튀기 주의보

혹시 상가나 오피스텔 분양 모델하우스를 방문해본 적이 있는가. 임대수익률이 생각보다 높다고 느끼지 않았는가. 만약 그렇다면 계산법의 착시일수 있다. 임대수익률을 계산하는 기준은 자기자본수익률(Return On Equity, ROE)이다. 즉 대출을 제외하고 내 돈으로만 투자해 얻은 임대수익률인 ROE로 따지는게 정확하다. 즉 12개월 치 월세를 매입가격에 임대보증금을 뺀 실제 투자금액으로 나누는 방법[임대수익률(연%)=(월세×12)/(매입가-임대보증금)×100]이다. 이 같은 계산법은 명목 임대수익률을 산출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다.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는 임대보증금을 금융기관에 맡겨 발생하는 이자, 취득세와 중개수수료 등을 다 포함해야 하지만 간단하게 계산할 때는 위 방법을 이용해도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임대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빌리는 무이자 대출금으로 간주하므로 아예 매입가에서 제외한 뒤 계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델하우스에서 제시하는 계산법은 대출을 포함한 임대수익률[대출 포함한 임대수익률(연%)=(월세-월이자)×12/(매입가-임대보증금-대출금)×100]일 가능성이 높다. 대출 지렛대를 사용하면 수익률이 확 올라간다. 대출금리가 낮아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실제 받을 수 있는 임대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익률 부풀리기 가능성이 있으므로 계산법을 꼼꼼히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명심할 것은 나중에 필요해서 대출을 받더라도 해당 상가의 임대수익에 대한 경쟁력 판단은 ROE로 삼으라는 것이다. 

또 매입하려는 상가건물의 임대차계약이 월세만 있는 게 아니라 전세가 섞여있다고 하자. 임대수익률을 계산할 때 전세금은 ‘임대보증금’ 항목에 넣어 계산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리고 관리비와 부가세는 받더라도 이내 빠져나가는 돈이므로 임대수익률 계산 시 제외하라. 비임대수익을 포함하면 자칫 임대수익률이 뻥튀기될 수 있어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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