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등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한 '김영란법'의 상당 부분이 제약사의 보건의료인에 대한 금품 제공 기준인 '공정경쟁규약'과 상충돼 혼란을 야기할 전망이다.
특히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국공립대학병원 및 사립대 소속 교수의 '강연료' 등은 공정경쟁규약보다 축소됐는데, 현재로선 법률상 상위 개념인 김영란법을 따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시행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는 9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의 세부 기준을 담은 것으로, 공무원·사립대학 교수·언론인 등이 제3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 및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직무와 무관하게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직무와 관련한 100만원 이하의 금품 수수 시 과태료를 부과받는 것이다.
이번 시행령은 '사교·의례 목적의 음식물·선물 가액기준'을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했다.
외부강연료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의 경우 직급별로 시간당 상한액(장관급 이상 50만원, 차관급 40만원, 4급이상 30만원, 5급이하 20만원)을 초과해 받을 수 없도록 했으며, 1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추가 사례금은 상한액의 50%까지만 받도록 제한했다.
즉 4급 공무원이 3시간 강연을 하더라도 그가 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은 45만원(30+15)이다.
공정경쟁규약보다도 엄격한 수준이다.
공정경쟁규약(세부운용기준)은 '식비'와 관련, '학술대회 참가지원' 시 한끼 5만원씩 1일 15만원의 식대 지원을 허용한다. '제품설명회'를 열 경우에는 10만원 이하의 식음료 및 5만원 이하 기념품을, '시장조사' 시 10만원 이하의 식음료나 답례품을 줄 수 있게 했다.
강연료도 마찬가지.
현행 공정경쟁규약에는 강연·자문료 규정이 없어 복지부는 건당 50만원, 의사 1인당 연간 300만원(예외적으로 500만원 상한)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에서는 국공립병원 교수가 차관 미만의 등급을 적용받는다고 가정할 때 한시간에 30만원(하루 최대 45만원) 밖에 못 받는다.
반면 사립대학 법인 소속 교수는 오히려 공정경쟁규약보다 많은 '시간당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의약품 정보 제공을 위한 의료인의 활동이 공정경쟁규약에 앞서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 김영란법상의 '사교·의례 등 목적'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다.
금품수수 시 처벌도 현행 의료법에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과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지만, 김영란법을 위반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이에 대해 복지부 약무정책과 최봉근 과장은 "김영란법은 공무원 등을, 공정경쟁규약은 보건의료인에 대한 제약사의 공정경쟁 기준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규율의 대상이 다르지만, 둘 다 적용할 수 있는 상황에선 규약보다 법령(김영란법)이 우선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하지만 규약과 김영란법 중 어떤 것을 어떤 상황에서 먼저 적용할지 가이드라인을 정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김영란법 시행령이 나온 만큼 곧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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