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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4.

    "그거 조금 피 났다고 바이탈에 문제가 있을게 뭐가 있겠나? 그러나 오더는 오더다. 간호사들은 죽어나는거지 뭐."

    기사입력시간 19.07.19 14:05 | 최종 업데이트 19.07.20 21:09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4.


    환자단체나 무슨 의료소비자단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들의 요구는 매우 간단하다고 주장한다.

    진실된 사과.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내가 페이닥터 시절.

    GB empyema(담낭농양)로 응급실로 내원한 70대 여자환자.
    40도가 넘는 fever(열)에 WBC는 20000대(정상 4000~10000), 
    platelet은 지금은 정확히 생각은 안나지만 매우 낮았다.
    BP(혈압)도 떨어진다.

    환자의 배를 보니 long midline incision scar(정중선 절개상처)가 있었다.

    " 예전에 무슨 수술 하신거예요? "

    " 몰라요, 뭔 장이 안좋다고 해서 수술 했어요. "

    할아버지(남편)가 말했다.
    이 정도의 수술창 크기라면 분명히 복강내 유착은 심할 터...
    복강경 수술은 불가능했다.

    " 응급수술 하셔야되요. "

    환자의 흉부 전면에 ecchymosis(반상출혈)까지 나오는 상태에서 전원하거나 항생제를 쓰면서 기다려 볼 수도 없었다.
    더구나 PTGBD(경피적 담낭배액술)을 해 줄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없을때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할아버지에게 permission을 받고 응급수술.
    80이 넘는 노인에게 급하게 설명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할아버지, 자제분들 안계세요? "

    " 있지. "

    " 지금 바로 좀 오시라고 해주세요. "

    주섬주섬 효도폰을 꺼내어
    더듬더듬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거는데 
    큰아들, 큰딸... 전화를 안 받는다.
    세번만에 받은 세번째 자녀.
    받기는 했지만...

    " 지금 바로는 못 온다는데... 애들 학원 데리러 가야된다고... "

    기가 막혔다.

    " 아니, 지금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생겼는데 학원 픽업 때문에 못 오신다구요? 그게 말이 돼요? "

    " 바쁘니까 그렇겠지... "

    이해를 했는지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할아버지의 싸인을 받고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말 해 뭘하랴...

    유착을 피해 Rt. subcostal incision(우측 늑골하 절개)로 들어갔지만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을 정도.
    게다가 관절염으로 인해 오랫동안 steroid약물을 먹어온지라
    trunkal obesity(복부비만)도 장난이 아니었다.

    어찌어찌 dissection(박리)을 해서 담낭을 노출시켰는데
    이미 까맣게 썪어버린 담낭.
    Calot's triangle 등 주위 조직에 온통 edema(부종).
    흐늘흐늘한 조직을 박리하다가 cystic artery(담낭동맥)이
    터져서 잡느라 애먹었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수술은 없는 법.

    3시간 넘게 수술을 하고 환자는 ICU(중환자실)로 갔다.

    " 힘들긴 했지만 수술은 잘 됐어요. 
    연세가 있고 원래 너무 심한 상태로 오셔서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어서 
    며칠간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하다가 
    좀 좋아지시면 일반 병실로 옮기실게요. "

    할아버지에게 설명했다.
    그때까지도 자식들은 오지 않았었다.



    다행히도 나에게 있어 실력인지 운인지
    환자는 잘 회복했다.

    ICU로 회진을 가서 환자와 할아버지에게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음을 설명하고 
    환자를 일반 병실로 옮겼다.

    이럴때만큼 외과의사가 된 것이 뿌듯할 때가 없다.
    외과의사는 월급받을때가 뿌듯한게 아니라고...
    제발 쫌...

    회진을 마치고 진료실로 돌아와 진료를 보던 중에
    할아버지가 외래로 불쑥 들어온다.

    " 큰일 났어요, 큰일... "


    " 피가 철철 나요. 빨리요 빨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할아버지와 함께 병동으로 달려갔다.
    2층외래에서 4층 병동까지 계단을 뛰어올라 가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 지금와서 cystic artery가 터진건가? 그럴리가 없는데... '

    2층의 거리는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JP drain(배액관)이 fresh blood로 가득차 있을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뛰었다.

    ' 아... 다시 열어야 하나? 그러면 엉망일텐데... '

    6인실인 병실로 들어가자 간호사들이 죽 둘러 서있다.

    " 아... "

    시뻘건 침대시트.
    꽤 많이 젖어있기는 했다.

    bleeding focus(출혈부위)는 iv line site(정맥 수액삽입 부위).
    환자를 cart로 옮겨 침대위로 옮기는 과정에서 
    수액 연결부위가 떨어지면서 angioneedle과 수액라인이 분리되어
    피가 나고 있는 것을 간호사가 모르고 그냥 갔던 것.

    피가 흘러서 침대시트를 적시고야 할아버지가 발견하여 간호사에게 말하고 나에게 달려온 것이었다.

    보기에는 엄청나 보이지만 
    젖은 정도로 봐서는 약 100 cc 정도의 실혈.

    흔히 하는 말로 
    ' 대세에 지장은 없는' 정도.



    " 이 봐요, 이 봐... 피가 이렇게나 많이... "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주위 다른 환자들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쳐다본다.

    " 잘못되는 거 아니여? "

    의사나 간호사들이야 늘상 보는 것이고
    100 cc 정도의 실혈이 무슨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만큼 시각적 효과를 불러오는 것이 없다.

    " 아니예요, 할아버지. 피가 좀 나기는 했지만 문제 생길 정도로 출혈이 있었던 것은 아니예요. "

    " 이렇게 뻘건데? 빈혈 생기겠어 ! 수혈해야 되는거 아니야? "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응급 CBC를 나갔다.
    기억으론 Hb(헤모글로빈) 10이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완전히 정상 레벨은 아니지만 70 넘은 할머니의 Hb 수치로는
    acceptable한 상태.

    " 괜찮아요, 출혈이 그리 많은게 아니어서 수혈까지는 안해도 되요. "

    " 그래도... "

    " 죄송해요, 할아버지. 
    저희가 좀 더 조심했어야 하는건데 미처 못봤나봐요, 
    죄송해요.
    저희가 명백히 잘못한거니 제가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테니 걱정 안하셔도 돼요. "



    위험한 상태의 고령의 환자를 수술 잘 하고도 
    욕을 먹어야 한다는게 짜증이 났다.
    station으로 돌아와서 간호사들을 혼냈다.

    " 좀 제대로 하자, 쫌... 
    지금부터 15분마다 바이탈 체크해서 보고해. "

    revenge order를 내고 외래로 돌아왔다.
    그거 조금 피 났다고 바이탈에 문제가 있을게 뭐가 있겠나?
    그러나 오더는 오더다.
    간호사들은 죽어나는거지 뭐...


    ▶5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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