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7.14 14:00최종 업데이트 19.07.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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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3.

"용종을 떼는데 돈을 받어? 아, 몰라. 난 돈 못내. 용종을 다시 붙이던가 말던가 마음대로 해."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니? #3.


나는 수술이나 시술을 할 때 항상 permission(동의서)을 받는다.

" 대장내시경을 하다가 용종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떼어드리는데 그렇게 해 드릴까요? "

" 예. "



M/75 환자.
CFS(대장내시경)는 처음이라고 했다.

Multiple colon polyps(다발성 대장 용종).

7개의 EMR(Endoscopic Mucosal Resection : 내시경하 점막절제술) 시행.

개원한 놈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하실 분들도 있겠으나,
나는 웬만하면 뗄 수 있는 한 다 떼어주자는 생각이다.

장 세정제와 다량의 물을 먹고 설사 하는게
환자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잖나 말이다. 
 
주 : Polypectomy(용종절제술)와 EMR(Endoscopic Mucosal Resection : 내시경하 점막절제술)은 크게 Epinephrine을 점막하에 주입한 이후에 snare(올가미)를 사용하여 절제하느냐, 아니면 Epinephrine 주입없이 snare로만 절제하느냐의 차이인데
나는 주로 안전을 위해 전자의 방법을 선호한다.


환자가 수면 내시경 하에서 용종절제술이나 점막절제술을 하게되면
원래 비보험 항목이었던 수면유지비는 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참 돈 많은 나라다...)
즉, 비급여 항목이 전혀 없다는 소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시경을 끝내고 2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 후에
진료실에서 내시경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처음 받은 대장내시경에 용종을 7개나 떼어냈으니
환자도 놀라고 보호자도 놀랐다.

7개의 용종 중 어떤 것들은 반드시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해야 할 정도로 모양이 좋지 않았다.
( 결과적으로 암은 아니었지만 high-grade dysplasia(고도 이형성증)이 나왔다. 완전 절제되었으니 다행인거지...)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나가서 수납을 하는데... 
간호사와 싸운다.

" 뭐? 얼마? "

" 27만원이요. "

" 왜 27만원이야? 
내시경 하기 이전에는 13만 얼마라고 했잖아. "

" 그건 용종을 떼지 않았을때구요, 환자분은 용종을 7개나 떼어 내셨잖아요. 그 가격이 추가 된거예요. "

" 용종을 떼는데 돈을 받어? "

" 그럼요, 추가비용이 들죠. "

" 그럼 처음부터 용종을 떼면 추가비용이 든다고 말을 했어야지. "

" ...... "

" 나 돈 못내. 이렇게 비쌀 줄 알았으면 난 용종 떼겠다고 안했어. "

" 단순히 내시경으로 보고 나오는 것만 아니고 용종을 떼어내면 비용이 더 추가될거라는 것은 당연한거잖아요. "

" 그런건 의사라면 환자를 위해서 당연히 해줘야 하는거지... "

" 당연히 해주는게 어딨어요? "

" 아, 몰라. 난 돈 못내. 용종을 다시 붙이던가 말던가 마음대로 해. "


진료실에서 듣고 있는데 이가 갈렸다.

" 환자분, 원래 개원가들에서는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용종을 떼지 않아요, 위험해서...
출혈이 생기거나 대장에 구멍이 뚫릴수도 있어요. 
그러면 응급수술을 해야할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시설이 다 갖춰진 병원에서나 그렇게 많이 뗄 수가 있어요. 
그러면 환자분은 그 물약 다시 먹고 또 고생을 하셔야 하고 
비용은 비용대로 더 들어서 저는 무리를 해서라도 다 떼어드린다구요.
그런데 이렇게 돈을 못 내시겠다고 하면 대장내시경 하면서 있는 용종을 다 그냥 두고 나오라는 말씀이세요? 
어느게 암이 될지도, 어쩌면 암일지도 모를 용종을요? "

" 아무리 그래도 이건 돈이 두배가 넘잖어? "

" 우리가 맘대로 받는게 아니라구요. 
나라에서 정한대로만 받는거예요. "

" 노인네가 무슨 돈이 있어? 이렇게 비싸면 어떻게 내? "

" 그럼 어쩌라구요? "

" 깎아줘. 쫌... "

" 안돼요. 그건. "


" 내가 딱 16만원 가져왔어. 
내시경 끝나고 점심먹고 택시타고 가는 돈까지 해서...
내가 점심은 안먹을테니까 16만원만 받어. "

" 용종을 많이 떼서 오늘 점심은 원래 안드셔야되는거구요, 
27만원을 어떻게 16만원으로 해요? 현금이 모자라시면 카드로 내셔도 돼요. "

" 아, 카드 없어. 그냥 이것만 받어. "

" 안된다니까요. "

" 그럼 다 다시 붙여놔. "

" 말씀 좀 되는 소릴 하세요. "
옥신각신 하고 있는데 보호자(할머니)가 카드를 내민다.

" 아, 그냥 내요... 쫌... 이 냥반이..."

' 헐... 카드 없다며... '

" 용종 떼어줬으면 고마운거지 이 냥반은 꼭... "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눈을 흘겼다.

" 아, 이 마누라가 왜 나서고... "

없다던 카드를 할머니가 내미니까 뻘쭘했겠지...

" 쪼금만 깎아줘... "

다시 얘기 하는데 이번엔 아예 대답을 안하고 진료실로 들어와버렸다.


투덜투덜 하더니 결국 수납을 하고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이 할아버지는 뭐라고 했을까?

" 가만 놔두면 깎을 수 있었잖어! "

이러면서 할머니를 구박하지는 않았을까?

어쩌다 의사의 진료가 흥정의 대상이 되었을까?
비참하다...



▶4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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