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현행 의사 국가시험이 졸업 역량을 평가하거나 독립 진료가 가능한 의사를 배출하는 평가도구로 부족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림대의대 김미영 교수는 2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개원 24주년 학술세미나'에서 '우수한 의사 양성‧배출을 위한 정책 제안 연구 보고' 발표를 통해,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용역은 바람직한 의사의 역량을 명확히 하고 적절한 의사 평가 방법을 고찰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의 중간분석 결과, 현재의 의사 국시 합격은 상급자 감독 아래 진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 평가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즉 의대 졸업을 개원 능력(진료의사)과 동일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필기시험 평가목표집이 의사직무상황을 중심으로 의사가 갖춰야할 최소 역량을 기술하고 있고, 실기시험도 일차진료 의사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핵심 역량을 임상 표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무성, 교육과 연구, 윤리 등 많은 부분이 국시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각 의대별 교수 1인(교육과 평가 및 국시 전반에 대해 설문에 응답할 수 있다고 추천받은 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의학지식 및 임상술기 분야는 국가 단위 시험의 필요성이 크고 현재 국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사회적 책무성 중 '재난 구호 및 국제협력 증진'과 ▲전문직업성 중 '전문직업성과 자기관리' 등의 항목은 꼭 국시를 통해 평가할 필요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또 ▲전문가적 태도의 일부 역량에 대해서는 국시가 평가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평가 가능성도 떨어지는 항목으로 꼽혔다.
▲동료와의 소통과 협력도 국가 단위 평가의 가능성이 떨어지고 현재 국시가 평가 역할을 잘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국시보다는 학교 교육과정 중 적절히 평가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건의료 정책 결정 참여 및 미래대응 ▲윤리와 자율성에 기초한 진료 분야는 국시의 평가가 필요하지만 현재 잘 평가하지 못해, 의대에서 시범 수준으로 교육하기를 권고했다.
김 교수는 "일부 역량은 평가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의대 교육을 강화하고 대학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일부 강화가 필요한 영역은 국시 평가목표에 추가해야 하며, 현재 시행되는 시험 형태 외에 다양한 시험방법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학지식 ▲전문가적 태도 ▲환자안전 ▲윤리성 등이 함께 포함되는 사례중심 문제해결형 문항 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기시험 강화 방안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각 영역을 평가하는 데 실기시험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실기시험 횟수 증가 및 학사일정 보완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또 실기시험 중 기본술기(OSCE)는 학교교육에서 하고 면담술(CPX)을 강화해야 한다. 역량 중심 평가는 CPX가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국시 평가 목표집의 개선 역시 필요하며, 의사 역량 중 학교교육 중심으로 역할 이전할 항목들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의사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독립적인 진료의사 자격을 거론하기 이르긴 하지만, 졸업 시점의 의사는 환자를 알아서 보기에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다. 졸업 시점에서 교육‧평가를 멈추는 게 바람직한지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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