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8.31 18:40최종 업데이트 20.08.31 19:07

제보

전공의협의회 내부 폭로하겠다는 '어떤 전공의'…추가 질의하니 "전해들은 이야기라 잘 모른다"?

'파업 지속' 결정에 사실 관계 왜곡한 내부 분열 세력 등장...전공의 사칭 의혹 '일하는 전공의' 계정은 삭제

8월 30일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에서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익명의 보도자료가 전송됐다.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다수 의견과 대전협 박지현 회장의 의견이 그렇게 달랐다면 과반수가 훨씬 넘는 '파업 지속' 결정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나요?"

어떤 전공의: "전공의들에게 정보 제공이 부족했습니다. 그 와중에 박지현 회장이 독단적으로 파업을 지속하자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전해 들은 얘기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전공의(?)'와 질의응답 중에서)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30일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하자, 이들을 향한 악성 루머와 사실과 다른 내용의 제보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자신을 '익명의 전공의'라고 칭하며 대전협 비대위 내부 고발을 하겠다는 이들도 등장했다.  

급기야 확인되지 않은 익명의 인터넷 제보나 기고 글을 주요 언론사가 다루면서 루머가 재확산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30일 저녁 급히 입장문을 발표해 진화에 나섰고,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SNS에 장문의 글을 남겨 도를 넘은 여론 조작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익명의 제보 "나 '어떤 전공의'인데..." 추가 질의하니 "잘 모른다"

30일 오후 5시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대표자 회의가 끝난 이후 내부 제보라며 '어떤 전공의'라는 익명의 제보자에게 연락이 왔다. 대표자 회의 과정에서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어떤 전공의'는 "비대위 임원 과반이 파업 중단을 주장했음에도 박지현 회장이 독단적으로 파업을 지속하자는 주장을 펼쳤고 이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했다. 

'어떤 전공의'는 "특히 범의료계 합의안까지 도출된 상황에서 충분한 경위 설명이 없이 의사결정 과정에 필수적이지 않은 회의가 열렸고 회의 과정에서도 의견수렴이나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급박하게 투표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어떤 전공의' 제보자와 연락을 취했고 실명 인터뷰가 아닌 익명 인터뷰만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추가적인 심층 질의가 이어졌지만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회장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라는 원론적 주장만 반복할뿐,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어떤 전공의'에게 대의원 투표가 필수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아니라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대표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질의했다. 이에 그는 "범의료계 합의와 투표 진행의 선후관계가 잘못됐다"고 답변했다. 즉 범의료계 합의안을 서명하기 전에 우선 투표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협에 따르면 범의료계 합의안은 정부와의 합의안이 아니라 의료계 원로 등 수련병원 협의체와 대전협 비대위가 작성한 문서다. 하지만 30일 파업 지속이 결정됨에 따라 단체행동을 유지하게 되면서 범의료계 합의안도 무효가 된 상태다.   

'어떤 전공의'에게 구체적인 질의가 이어지자 그는 박지현 회장이 독단적으로 비대위 집행부 의견을 묵살한 것이 사실인지를 묻는 질의부터 "전해 들은 얘기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전공의'는 "1차 투표가 부결된 이후 박지현 회장에게 의사결정권을 모두 위임하는 안건이 결의됐고 이를 바탕으로 2차 투표를 박지현 회장이 제안해 파업이 지속되기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라면서도 "다만 내부 사정을 전해 들은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회의 내용 자체를 잘 모른 상태에서 전해들었다는 이야기만으로 '비대위 내부 고발'이라는 제보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파업을 지속하기로 의결함에 따라 내부 여론이 더 강경한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도 반대의사를 전했다. 

그는 "지금도 사실상 정확한 합의안을 전공의들이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파업 여론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현 위원장 "사실관계 악의적 왜곡하려는 시도"

익명의 페이스북 게시글과 제보자 보도자료가 퍼지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반박에 나섰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회의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설명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사실이 아니며 독단적 결정에 의해 투표가 결의됐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했다. 

박지현 위원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 집행부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제기를 멈춰 달라"며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해당 제보는 행정부 격인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와 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불필요한 긴급회의를 개최해 박 회장 본인의 의견을 밀어붙였다는 주장과 반대로 이날 회의는 대의원총회 의견에 따라 파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집행부 내부에 온건파와 강경파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치열하게 의견 교류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비대위원장이 집행부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단으로 결정한다고 하는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1차 투표 결과 해당 안건이 단체행동 중단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어느 쪽도 과반을 넘지 못해 안건이 폐기된 것일 뿐"이라며 "파업 유지에 대한 찬성이 절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음에도 무리하게 재투표에 붙였다는 정부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위는 "2차 투표 전에 대의원 의견수렴 과정이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에 시간 제한을 두지 않은 충분한 찬반 논의 끝에 파업 지속에 대한 분명한 결정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모아져 2차 투표에서 파업 중단에 대한 반대 의견이 과반 이상으로 우세해 가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에서 전공의 파업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일하는 전공의'.


전공의 사칭 의혹 '일하는 전공의' 끝내 계정 삭제 

이와 함께 파업 중단을 호소하는 페이스북 '일하는 전공의'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일하는 전공의'라는 익명의 인물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정도면 됐습니다"라는 기고글을 29일 게재했다. 

'일하는 전공의'는 현실적으로 이 정도 파업을 했으면 정부에도 의료계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렸고 더 이상 파업을 진행하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 파업을 멈추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급기야 일하는 전공의 계정은 삭제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인사말에서 안녕하십니까. '동료여러분'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공의들은 '동료 선후배님'이나 '동료 선생님'이라고 말한다"며 "어떤 의사 커뮤니티에서도 글을 '동료 여러분'이라고 시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하는 전공의 글 중에 첩약 구매를 원하는 국민이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애초에 전공의 동료를 설득하기 위한 전공의의 글이었다면 엄청난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문구다. 의사라면 상상이 되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며, 정부 관계자가 쓴 글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의협에 따르면 '일하는 전공의' 운영자는 스스로 정형외과 전공의라고 밝혔으나 정작 수부(손)에 대한 기초적인 해부학적 지식조차 없었다. 손바닥에 위치한 8개의 뼈는 의과대학에서 시험에 단골 주제로 출제되기 때문에 영문 앞글자를 따 "호시탐탐" 등의 약어로 암기하는데, 운영자는 이런 것을 묻는 말에 동문서답을 했다.

의협 김대하 대변인은 "제보 내용에 따르면 해당 운영자는 전공의도, 의사도, 한국인도 아닌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전공의를 사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주로 선거와 정치 관련해서 일어나는 여론조작 시도가 의료계의 정당한 주장을 폄훼하기 위해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부적절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박지현 위원장도 31일 오전 인스타라이브를 통해 "'일하는 전공의'라는 익명 전공의인지, 의사인지 신분도 국적도 알 수 없는 인물로 인해 이슈화가 많이 됐다"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단체행동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로지 전공의 개인의 의견이어야 하고 사실관계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4차 산업혁명시대, 기자(記者)의 '올바른 역할'을 고민하고 '가치있는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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