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든 변호사든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 규제가 강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규제를 가하는 주체는 같은 전문가단체라고 해도 크게 다르다.
국회는 법조비리가 발생하면 변호사협회에 더 많은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모색한다.
반면 의사집단에 대해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대조적 처방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최근 변호사의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변호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은희 의원은 "변호사의 법조계 로비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특히 몰래변론 등을 통한 불법 활동과 거액의 수임료 수수 사건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변호사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변호사법 개정안을 보면 공직 퇴임 변호사의 국가기관 사건 수임 제한기간을 퇴직일로부터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이를 위반해 사건을 수임하면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변호인 선임서 등을 제출하지 않고 변호행위를 하면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그 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법조윤리협의회가 징계개시 신청 또는 수사 의뢰 등의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하면 변호사 사무실 등에 출입해 '현장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법조윤리협의회는 변호사 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변호사 윤리 위반행위에 대한 대책, 변호사 징계개시 신청 또는 수사 의뢰 등을 한다.
법조윤리협의회에는 경력 10년 이상의 판사, 검사, 변호사, 법대 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위원장은 변호사협회 회장이 지명하거나 위촉한 위원 중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동의로 선출한다.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의 핵심은 법조윤리협의회에 현장조사권을 부여해 자정 권한을 보다 확실하게 보장하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변호사협회가 자율징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1993년 변호사협회가 변호사법을 위반한 변호사를 자율징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협회는 변호사가 결격사유가 있거나, 일정한 범법행위 전력이 있으면 협회 등록을 거부하거나 등록 취소할 수 있는데 등록이 거부되거나 취소되면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변호사협회는 변호사를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의 징계를 할 수도 있다.
권은희 의원의 변호사법 개정안은 법조윤리협의회가 변호사 사무실 등에 출입해 '현장조사'까지 할 수 있도록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변호사협회의 자율징계권에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변호사단체에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변호사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변호사 못지않은 전문가집단이지만 자율징계권이 전혀 없고, '현장조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자율징계권 확보는 의료계의 오래 된 숙원.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자정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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