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새해부터 많은 제약사가 매출 증대를 꾀하고 체질 개선, 시장 입지 강화, 사업 분야 확대 등을 위한 전략적 코프로모션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제약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영업력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제약사에 판매를 맡기는 형태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영업 및 마케팅 시너지 효과 극대화, 사업 분야 확대 등을 위한 국내사 간의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12일 메디게이트뉴스는 국내 주요 제약사의 코프로모션 등 주요 파트너십 계약 현황을 살펴봤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월 4일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국내외 30개국 라이센싱 계약을 동아에스티와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동·서남아시아,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튀르키예 등 30개국의 허가와 판매, DP생산을 동아에스티가 담당한다.

SK바이오팜은 계약 체결 후 계약금 50억원을 수령하고, 국내외 허가, 보험급여와 매출 마일스톤 등에 따라 최대 140억원을 확보한다.

SK바이오팜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부분 발작 뇌전증에 대한 세노바메이트 아시아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2025년 종료할 예정이다. 임상이 종료되면 동아에스티를 통해 2026년 한국 시장 출시와 급여 등재를 추진한다. 이뿐 아니라 동·서남 아시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지역에서도 허가와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은 보령과 양사의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 공급과 영업 마케팅을 위해 1월부터 힘을 합쳤다. 앞서 HK이노엔은 종근당과 케이캡 국내 공급권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해 12월 코프로모션은 만료됐다.

보령과 새롭게 손을 잡은 HK이노엔은 이번 코프로모션을 통해 케이캡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보령의 카나브를 필두로 만성질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케이캡정, 케이캡구강붕해정)과 보령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 제품군(카나브, 듀카로, 듀카브, 듀카브플러스)를 공동 판매한다.

케이캡과 카나브는 모두 연간 처방액 10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각 분야에 강점을 가진 제약사가 시너지를 발휘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동제약은 한림제약과 점안액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해 안과분야 일반의약품 시장에 진출했다. 코프로모션 대상은 한림제약의 '나조린', '누마렌', '아이필' 등 일반의약품 점안액 브랜드 3종이다. 계약에 따라 일동제약은 1월부터 국내 약국 시장에서 해당 제품을 독점 유통하고 판매한다.

최근 컴퓨터,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사용이 늘면서 약국에서 안과 용제를 찾는 소비자 역시 늘었다.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양사가 코프로모션을 진행해 제품의 공급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매출 증대 역시 예상된다.

LG화학은 1월 한국쿄와기린과 고인산혈증 치료제 '네폭실' 국내 코프로모션 협약식을 가졌다. 계약에 따라 LG화학은 의원과 병원급, 일부 종합병원에서, 한국쿄와기린은 종합병원급에서 사업을 전개한다.

앞서 LG화학은 2022년부터 한국쿄와기린의 지속형 조혈제 '네스프', 이차성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제 '레그파라' 공동판매를 통해 협력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양사는 파트너십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LG화학은 한국쿄와기린과의 적극적인 프로모션 협력 등을 통해 네폭실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고, 시장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한 만성신장병 환자의 빈혈 및 CKD-MBD(만성신장질환 진행에 따른 미네랄 골질환) 치료 전반에 적용 가능한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신장질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LG화학은 대웅제약과도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대웅제약은 LG화학의 '제미글로', '제미메트', '제미다파' 등 제미글로 패밀리 라인업 전체를 공동 판매한다.

제미글로와 제미매트, 제미다파와 같은 계열의 제품은 이미 많이 나오고 있지만 대웅제약의 영업력에 힘입어 시장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대웅제약이 판매했던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직듀오'의 유통은 HK이노엔이 맡는다.

HK이노엔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1월 30일 직듀오서방정과 시다프비아정의 코프로모션부터 포시가정 유통까지 당뇨병 포트폴리오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HK이노엔은 포시가의 복합제 직듀오와 시다프비아의 국내 유통을 담당한다. 직듀오와 시다프비아의 마케팅과 영업은 양사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포시가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를 통해 마케팅과 영업이 진행되며, HK이노엔을 통해 올해 하반기까지 공급될 예정이다.

HK이노엔은 앞서 약 5년간 당뇨병 치료제의 국내 판매를 진행한 만큼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노하우를 활용해 영업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일제약과 손을 잡았다. 구체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안과질환 치료제 'SB15'의 국내 판매를 위한 마케팅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 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약 30년간 안과 치료제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은 만큼 이들의 협력이 성사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삼일제약은 국내 안과 질환 강자의 입지를 강화한다. 특히 안과 시장의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anti-VEGF(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관련 치료제가 없었던 삼일제약은 이번 계약을 통해 안과질환 바이오의약품 전 라인업을 확보했다.

바이엘 코리아는 자사의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 치료제 '케렌디아'의 공동판매를 위한 파트너십 협약을 종근당과 체결했다.

국내 제약 마케팅·영업 분야의 리더 역할을 하는 종근당과 손을 잡아 케렌디아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바이엘 코리아의 목표다.

이번 공동판매 계약 체결에 따라 바이엘 코리아와 종근당은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주요 의료기관에 양사 담당자를 공동으로 배치하고 적극적인 마케팅과 영업 전략을 펼친다.

양사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부터 항생제 '씨프로바이', '아벨록스'의 공동판매를 통해 견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

명문제약과 비씨월드제약은 명문제약의 마약성진통제인 '명문펜타닐패취'에 대한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비씨월드제약은 2월부터 판매권을 획득했다.

비씨월드제약은 이미 펜타닐 성분의 경구형 초단기지속형 진통제 '나르코설하정'과 단기속효성 약물인 '비씨모르핀황산염수화물주사'로 마약성 진통제 시장을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장기 지속형 마약성 진통제인 '명문펜타닐패취'의 판매권까지 획득해 중등도 이상의 통증 치료에 있어서 전 영역을 커버하는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조아제약은 유유제약과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2월부터 멍과 부기를 빠르게 제거하는 '베노플로스겔' 20g과 50g의 유통과 판매를 독점으로 맡는다.

조아제약은 베노플러스겔의 독점 유통·판매를 통해 부종·멍 외용제 일반의약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한국MSD의 백신 유통과 판매 기업이 HK이노엔에서 보령바이오파마와 광동제약으로 교체됐다. 앞서 한국MSD는 HK이노엔과 2021년 백신 제품군 총 7개 제품의 공동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어 파트너십을 이어왔으나 2024년부터 파트너가 바뀐 것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보령바이오파마는 폐렴구균 백신 '프로디악스23', '박스뉴반스'와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텍' 총 4개 품목을 판매·유통한다. 광동제약은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 가다실9'에 대한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었다.

이 외에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제약사들이 다수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종근당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의 유통·판매를 위한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종근당은 지난해까지 HK이노엔의 '케이캡'의 유통·판매를 진행했으나 계약 종료에 따라 대웅제약과 새롭게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종근당은 셀트리온제약과의 '고덱스' 코프로모션 등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의 적극적인 코프로모션은 케이캡 코프로모션 종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들이 코프로모션을 결정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며 "예를 들어 영업력이 약한 회사는 영업력이 강한 회사를 통해 자사 제품을 알릴 수 있다. 이는 매출로 이어지는 만큼 협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또 영업력이 강한 회사는 이미 갖춰진 노하우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