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빠진 '의료개혁안' 비판에 조규홍 장관 "의개특위 개편도 고려"…의료계는 "일종의 쇼" 비판
'의사 악마화'하던 정부 '저 자세' 전환?…의협 등 빠진 의개특위 중심의 의료개혁안 강행 '우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의 비급여 실손보험 개편안에 신임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를 비롯한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계와도 충분한 협의와 토론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가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그간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한 개편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가동된 이후로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주요 단체들이 빠진 채로 반쪽 짜리 회의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의료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었고, 이날 토론회 이후에도 의료계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의협은 토론회 직후 "이렇게 국민의 건강권을 배려하지 않은 졸속적이고 반인권적인 정책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대통령 직무정지로 기능이 정지돼야 할 의개특위에서 국민들의 비급여 보장내용을 축소하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통제를 통해 재벌보험사들의 이익만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책 강행에 심각한 우려와 엄중한 경고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 브리핑을 통해 "의료개혁은 정부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진정한 의료개혁을 이루어낼 수 없다"며 "전공의, 의료계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방식이 아니고 개혁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일관되게 의료개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 온 복지부 역시 향후 의료개혁에 있어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료개혁은 잘 아시다시피 지역의료·필수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서 반드시 추진해야 되는 과제로 생각한다"며 "현재까지 의료개혁특위를 중심으로 논의를 해왔는데 만약 이러한 논의의 틀이 효율적이지 않다, 그리고 특정 직역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정부는 그 논의의 틀을 보완하거나 개편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하고자 하는 개혁 과제,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라든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 보상 같은 것은 의료현장에서도 공감하는 내용인 만큼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와도 충분한 협의와 토론을 거쳐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오래된 과제들이 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과제부터 먼저 추진하고, 또 이견이 있는 과제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비급여 실손보험 개혁방안'에 대해 조 장관은 "정부가 최종안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토론회는) 이제까지 논의해 온 것을 국민과 이해관계자에 보고하는 자리였다"며 "발표 이후 환자단체, 수요자 그리고 의료계에서 많은 의견을 주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관련 부처인 금융위와 함께 개혁안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 장관의 의료계와의 소통 약속에도 의료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갑자기 낮은 자세로 의료계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논의 등을 언급했다. 누가 이것을 진짜라고 믿겠나. 그간 의사들을 악마화하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것은 진짜 자신들이 원하는 개혁을 또 다시 강행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비급여 관리, 실손보험 개편 등 정부가 원하는 개혁을 위한 쇼"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9일 토론회에서 개혁안을 발표한 직후 터진 반발을 무마하듯 10일 전공의에 사과하고, 앞으로 협력하자는 등 저 자세를 보였다"며 "여론을 잠재우고 원하는 방향으로 유야무야 또 개혁을 추진할 것이 뻔히 눈에 보인다. 정부가 진정성이 있다면 진솔한 사과가 먼저다"라고 촉구했다.
사직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 역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 사직 전공의는 "이번 정부의 수련특례, 입영 유예도 결국 전공의들을 갈라치기하는 것이다. 2025년에도 안 돌아오는 전공의들을 완전히 낙인 찍으려는 그간 정부가 해온 비열한 짓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감사하다고, 정부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다. 그렇게 연초부터 의료개혁을 부르짓더니 결국 원하는 의료개혁을 통과시키기 위한 쇼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며 충북대병원에서 사직한 배장환 전 교수도 페이스북에 정부 발표에 대해 "정부는 뭐 하나 달라진 게 없다"며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해 의료계와 국민에게 피해를 끼친 데 대해 사죄하고 뉘우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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