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3.22 06:49최종 업데이트 16.03.22 07:54

제보

P제약사의 아슬아슬한 마케팅

경쟁사 비방, CP 위반 가능성

이메일 전달 방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도

한 다국적 제약사의 온라인 마케팅이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과 정보통신망법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몇년 전 화상 디테일링(Detailing, 쉽게 말해 '약물정보 전달')을 표방한 의·약학 정보 전달 플랫폼을 구축한 P제약사.
 
P제약사는 이 플랫폼을 통해, 참여 의사를 밝힌 의사에게 매월 한번 약물과 관련한 의학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달한다.
 
그런데 P제약사가 의사에게 전달하는 정보 중 일부는 자사 약물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 제약사가 서비스 중인 새로운 플랫폼은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여성 MR(Medical Representative, 의사들이 말하는 소위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사의 웹사이트에 접속시킨다.
 
의사들은 접속한 웹사이트에 업로드된 슬라이드(화면)와 휴대전화(음성)를 통해, MR에게 약 7분 정도의 약물 정보 프리젠테이션을 받는다.

 
문제는 이 회사가 준비한 슬라이드다
 
P제약사가 의사에게 전달한 '1회 분량 슬라이드(토픽 한 가지)'를 살펴보면, 알콕시아(성분명 에토리콕시브)라는 약물 정보와 그와 관련한 데이터로 가득하다.
 
얼핏 보면 P제약사의 약물이라고 생각할 정도지만, 알콕시아는 올해 MSD가 출시할 선택적 콕스-2 억제제다.
  
 

P제약사가 온라인 디테일링 때, 의사들에게 전달하는 슬라이드


경쟁사 제품에 대한 소개 면면엔, 좋은 얘기는 없다.
 
슬라이드엔 MSD가 강조한 내용을 폄하하거나, 주장의 근거를 부정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P제약사는 또 다른 경쟁제품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아셀렉스에 대한 정보 역시 빠트리지 않았는데, 소개 페이지엔 경쟁 약품의 금기사항이 강조돼 있다.
 
 

 
 

EDM(Electronic Direct Mail)의 정통법 위반 가능성도
 
P제약사가 의사 회원을 상대로 보낸 이메일 역시 정보통신망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
 
개정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해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는 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시해야 한다.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의 명시사항 및 명시방법

1. 제목이 시작되는 부분에 (광고)를 표시해야 한다.
2. 본문에는 다음 사항을 표시해야 한다.
가. 전송자의 명칭ㆍ전자우편주소ㆍ전화번호 및 주소
나. 수신자가 수신의 거부 또는 수신동의의 철회 의사를 쉽게 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내문을 명시하고 수신의 거부 또는 수신동의의 철회 여부를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한다. 이 경우 그 안내문과 기술적 조치는 한글과 영문으로 명시해야 한다.

 
작년부터 이메일을 통해 전달되는 모든 상업적 메세지의 제목에 '(광고)'라는 표시가 붙은 이유다.
 
P제약사는 의사들에게 자사 약물의 장점만 부각한 '광고성' 메일을 전달했는데, 메일 제목엔 모두 '(광고)' 표시가 빠져 있다.


 


P제약사가 보낸 이메일 제목과 그 내용

 
현재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 공정거래규약엔 경쟁사 비방과 관련한 세부사항은 없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국내에서 가입한 협회 규약뿐만 아니라 본사 CP까지 준수해야 한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P제약사의 마케팅과 관련, 하나같이 CP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국적 제약사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한 마케터는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면, 경쟁사 약물과의 비교 내용이 '일부' 들어가는 것은 괜찮다"면서도 "하지만 브로슈어나 슬라이드 대부분에 경쟁사 제품 비방 내용만을 담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규정을 떠나 다국적 제약사 마케터라면, 이런 내용이 문제가 있다는 걸 분명히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P #정보통신법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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