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가 2020년 전문의자격시험을 2월 초로 늦추기로 한 가운데, 일선 전공의들의 혼란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최근 4(3)년차 전공의를 대상으로 시행한 2020년 전문의자격시험 일정 관련 긴급 설문 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이번 설문은 2일간 진행됐으며 설문 시작 반나절 만에 1000명이 넘는 전공의가 참여해, 현장의 혼란을 짐작게 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1160명 중 93.19%인 1081명이 당장 2020년 전문의자격시험을 앞둔 전공의로 전체 응시예정자가 3000명 안팎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꽤 신뢰도가 높은 조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전공의 대다수가 기존의 일정대로 시험이 시행되기를 원했다.
응답자 84.48%인 980명이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1/2차시험 모두 마무리하고 설 연휴 이후 합격자를 발표해야 한다'라고 밝혔으며 2020년도 응시예정자 역시 83.44%(902명)가 이같이 답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시험 일정 변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A전공의는 "기존 시험 일정에서 갑자기 변경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시험을 늦추면 실질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전공의들은 병원 로딩이 많아져 부담이 더 커진다. 2월 말 이후에 합격자 발표가 난다면 취업이나 펠로 등 추후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B전공의도 "이는 수능을 1월에 보자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고 비판하며 "예년대로 시행하면 되는데 굳이 바꿔야 하는 명분이 없으며 합격자 발표 후 향후 진로 결정하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전공의는 "기존 일정대로 과거와 동일하게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변경의 소지가 있다면 추후 전공의 및 병원 대표 간의 의견 조율 등을 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설 연휴가 지난 이후 2월 초 1/2차시험 진행, 2월 말 합격자를 발표해야 한다'고 답한 전공의는 15.52%에 그쳤다. 이들은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이미 그 기간에 맞춰서 수련 스케줄이 짜인 상황이라서' 등을 이유로 꼽았다.
아울러 전공의들은 전문의자격시험 일정이 빠르게 결정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D전공의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이런 중요한 시험 일정이 아직 미정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시험 6개월 전에 일정도 확정해주지 않는 것은 의학회의 엄연한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E전공의도 "적어도 1년 전에는 시험 일정이 공고돼야 한다"며 "시험기간이 정해지지 않아 1년간 전공의 스케쥴이 확정되지 못했다. 가급적 빨리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시험 일정 변경을 단계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한 달을 미루겠다는 의학회의 계획에 유감을 드러냈다.
정용욱 부회장은 "전공의 연차별 수련, 근무 일정이 연도별로 짜이고 해당 연차가 아니라 전체 연차가 연계되는 걸 고려할 때 최소한 1년 전부터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적 배려가 있어야 했다"며 "단계적 시행이 아니라 당장 내년부터 적용된다고 하면서도 정확한 시행 일정이 결정되지 않아 현장의 혼란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한 달의 시험 일정 연기로 수련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 부회장은 "시험을 미룬다고 과연 교육수련의 질이 올라갈지 의문이다. 의학회와 보건복지부는 '수련의 정상화'라는 프레임을 씌워서는 안 된다"며 "이보다 만연해 있는 무면허의료행위, 전공의 폭행과 성희롱, 입국비와 퇴국비 문화를 근절하고 환자 안전과 올바른 수련환경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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