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약 '글리아티린'의 판권을 종근당에 10개월 전에 뺏긴 대웅제약이 뒤늦게 판권 이전 과정의 계약 위반을 문제 삼았다.
대웅제약은 3일 오전, 메디톡스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보툴리눔톡신(제품명 나보타) 균주 출처문제를 해명하기 위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글리아티린 오리지널사와 종근당의 계약 위반까지 함께 건드렸다.
매출 650억원 상당의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은 올해 1월 20일까지 대웅제약이 오리지널사인 이탈파마코로부터 원료를 수입해 생산하던 품목으로, 이탈파마코는 대웅과 계약을 끝낸 후 1월 21일부터 판권을 종근당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이탈파마코가 대웅과의 독점기간 중 계약을 위반하고 종근당에 원료를 공급했다는 주장이다.
대웅제약 이종욱 부회장은 "이탈파마코의 계약 위반으로 '종근당글리아티린'이 비정상적으로 발매했다"면서 "종근당은 '대웅글리아티린'의 허가승계 및 기술이전을 받지 않고, 제네릭 '알포코'에서 제품명과 원료를 변경하며 허가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식약처가 기존 대조약인 '대웅글리아티린'을 삭제하고, '종근당글리아티린'으로 대체한 과정도 행정절차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대조약이란 제네릭이 허가를 받기 위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할 때 동등성을 입증해야 하는 '기준약'으로, 보통 오리지널 약물을 말한다.
오리지널 제품이 기존 '대웅글리아티린'에서 '종근당글리아티린'으로 변경됐으니 당연히 '종근당글리아티린'이 대조약으로 선정돼야 하겠지만, 대웅제약은 행정철자를 문제삼으며 식약처에 행종소송까지 제기했다.
이종욱 부회장은 "종근당글리아티린은 대조약 신규 선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종근당이 2006년 허가 받은 '알포코'에서 제품명과 주성분 원료만 변경한 제품으로 기존 '알포코' 제조소에서 알포코와 동일하게 생산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웅제약은 품목허가를 이전하거나 기술이전을 해 준 사실이 없으며 기존 대조약인 '대웅글리아티린'과 생동성시험을 실시하지 않아 기술이전 받았음을 제대로 입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종근당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오리지널사로부터 원료를 직접 사들인 제품은 생동성시험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유행성분 함량을 보는 용출시험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또 계약 내용에 따라 정당하게 1월 21일부터 판매했으며, 이날 이전 원료공급을 받은 것은 계약 위반 사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웅은 식약처와도 극명한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대웅글리아티린'을 대조약에서 삭제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웅의 주장과 달리 식약처는 의약품동등성 시험기준 3조 4항(생산 중단 등의 사유로 동등성시험 실시 자가 대조약을 구할 수 없음이 입증되면 공고에서 삭제하고 새로운 대조약으로 변경)에 따라 적법하게 '종근당글리아티린'을 선정했다는 주장이다.
대웅제약의 이 같은 반격에 대해 일각에서는 '나보타 균주 출처' 이슈에 대한 부담을 다른 이슈로 돌리려는 전략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고, '종근당글리아티린'에 흠집을 내 영업 현장에서 오리지널 지위를 더 누리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보타 이슈를 다른 노이즈로 돌리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라며 "기존 대조약(대웅글리아티린)이 정상적으로 삭제되지 않았고, 현재 액상형 글리아티린을 개발했는데 대조약이 '종근당글리아티린'이다. 식약처 회수 조치까지 있던 약물로 생동성시험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서"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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