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전문가들은 11일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학술대회 '의료기술평가 10년의 성과와 한계 토론회'에서 현재 정부의 평가시스템 역할분담이 불분명하고, 그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약가 선별등재제도 도입 후 10년 동안의 변화 및 의료기술평가 제도 도입 후 한계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한국노바티스 김성주 이사는 "심사평가원이 약제의 급여-비급여 여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제약업계는 항상 궁금하다"면서 "하지만 제약사는 공급자임에도 의사결정 과정에 들어갈 수 없어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급평위)에서 경제성평가 이외에 어떤 점을 논의하는지, 의견이 분분할 때는 어떤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급평위 산하 경제성평가 소위원회에서는 어떤 심의 결과가 나왔는지 등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내용이지만, 현재 모두 비공개다.
김 이사는 "심평원은 경제성평가 외에 다른 점도 고려한다고 말하지만, 일련의 결정 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니 사실 경제성평가 결과만 보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면서 "투명한 의사결정과 공개가 필요하며, 제약사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패널들은 약가 산정의 기준인 'ICER 값'을 비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안정훈 교수는 "우리처럼 사회보험체제를 가진 영국 국립임상보건연구원(NICE)은 ICER를 무조건 공개하며, 산업계 대표도 약가 결정과정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은 한 기술에 대해 4~6차례 미팅을 거친 후 전 과정의 내용을 모두 대중‧언론에 공개한다"면서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여러 기술‧약제를 한 미팅에서 논의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그 내용도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제약사가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면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고 반기를 들었다.
김 대표는 "급여 판정을 받으려면 국회 승인까지 받는 국가도 있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건정심 같은 일부 기관이 독점 결정하고 있고, 심지어 그 안에는 이해 당사자가 다 들어가 있다. 보험 신청회사 대표까지 들어가면 건보재정이 왜곡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 평가시스템 역할분담 '모호'
어느 쪽 주장이든 의사 결정 과정에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는 게 공통 시각이다.
그 근본 이유는 '약제‧의료기술의 평가(assessment)'와 '가치 평가(appraisal)'의 구분이 모호하고, 정부의 의사결정 기구 및 위원회의 역할 분담이 안돼 있다는 시각이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안정훈 교수는 "우리는 의사결정 기관이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고 인식한다"면서 "과학적 평가보고서 작성 과정과 의료기술의 가치를 논의하는 위원회 논의 과정이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험약제과장은 "과학적 평가는 경제성평가 소위에서 해 이것이 assessment에 해당하고,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가치 평가는 급평위에서 하는데 이것이 appraisal이다. 어느 정도 구분돼 있다"고 해명했다.
또 인력풀제로 운영되는 급평위 위원 구성 문제는 외국 사례를 검토해 개선 방향을 찾고, 투명하고 일관된 제도로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제네릭도 평가하자' 복지부 동의
고형우 과장은 신약뿐 아니라 제네릭도 평가해야 한다는 제안에 동의해 향후 정책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차의과대학 이평수 교수는 "왜 제네릭들 간 가격이 10배 차이 나는지, 왜 제일 비싼 제네릭이 많이 팔리는지, 정부는 왜 제네릭 가격을 내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신약뿐 아니라 제네릭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신약만 약가 평가를 받고, 제네릭은 신약의 특허만료 후 일정 비율(59.5~68%) 밑으로 자유롭게 등재할 수 있다.
복지부 고 과장은 "선별등재제도는 신약 위주 정책이라 제네릭에 대한 부분은 부족하다"면서 "제네릭은 포지티브도, 네거티브도 아닌 중간지대에 있다. 제네릭 평가를 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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