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4.24 06:34최종 업데이트 15.04.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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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좋은 의사'입니까?

고려의대 '좋은의사연구소' 개소

"의국중심이 '인간적 발달장애' 초래"

의과대학 시절의 많은 학업과 전공의 시절의 바쁜 수련 생활에 찌들면서 '그것'은 언제부턴가 '민망한 기억'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순수(?)했던 과거를 찬찬히 끄집어보면 의사 누구나 한번 쯤은 '좋은 의사'란 무엇이지 고민해보고, 자신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봤을 것이다.

 

의사들이 주장하는 의료와 관련한 민감한 이슈는 모두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현실에서 '좋은 의사'라는 단어가 조금 멋쩍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이 의사들을 서글프게 하지만, 한편으론 대중들에게 '좋은 의사'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은 있었나 반성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고려대의 '좋은의사연구소' 설립 소식은 반갑고 눈물겹다.

 

23일 고려대 의과대학에서는 연구소 개소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관련자들이 모였다.

이윤성 대한의학회장(서울대 의과대학)은 축사에서 "서울대가 먼저 하고 싶었는데 선수를 빼앗겨서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20세기 후반까지는 그냥 의사면 되었지만, 의사도 많아지고 의식이 변하면서 이제는 '그냥 의사'로는 부족하고 좋은 의사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좋은 의사란 인문적 소양뿐만 아니라 제대로 능력을 갖춘 것이 기본이라면, 거기에 (스스로) 기분이 좋은 의사여야 한다"면서 "행복한 의사가 길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은의사연구소' 개소식 포스터

 

개소식 행사는 한국의 의사 상과 인문학, 교육학, 디자인 영역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는데, 이는 연구소의 설립 목적이 세 가지 주제를 아우르는 다학제 기반의 '좋은 의사'이기 때문이다.

 

대표를 맡은 안덕선(고려대 의과대학) 연구소장은 "의학이라는 학문이 서양에서 건너오면서 인문학이나 철학, 문화 등의 요소가 같이 전파되어야 했지만, 걸러지고 왜곡된 '일본화된 서양의학'이 사회적 실천 배경 없이 넘어오면서 의사 양성의 공공적 개념이 부족하고 의국 중심의 병원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생겼다"고 환기시켰다. 

 

안 소장은 "의사가 사회적으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의사 전문직단체의 사회적 역할 개념이 결여되어 있고, 의국이라는 독특한 단위의 교육문화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의사들은) 의국에 대한 충성심, 의무감만 강조하면서 의국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개인적 변화나 혁신은 미비해 조직문화 순응도가 (의사의)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회적 발달과 성장 장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의학협회(Genereal Medical Council)의 의사 규범 출간('Good Medical Practice')을 통한  자정 사례를 소개한 안 소장은 "선행을 장려하는 것과 악행을 방지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영국의 의사 단체는 악행을 한 의사에게 같은 의사집단에 넣어줄 수 없다며 퇴출한다"고 강조하고, "작년 영국의학협회 자체적으로 67명의 의사를 퇴출했는데, 이것은 동아시아 문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발표를 끝내면서 "결국 좋은의사연구소는 좋은 의사, 좋은 의료를 만들기 위해 나쁜 의사와 나쁜 의료를 방지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면서 "인문적, 디자인, 교육학적 접근을 통해 전문직의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적 기여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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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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