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9.05 06:29최종 업데이트 23.01.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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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잠자던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이번엔 통과될까…여당도 법안 필요성 주장에 '촉각'

윤석열 대통령 공약 이어 정부 선도프로젝트에 '실손보험 간편 청구' 포함…의료계 "통과 가능성 어느 때보다 높아 총력 대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법안 통과를 주장했지만, 그동안 신중론을 펼쳐오던 여당 내에서도 법안 통과를 주장하면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분위기 반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장본인은 윤석열 대통령으로, 후보 시절부터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통과 의지를 내비쳐 왔다. 

지난해 정무위서 보류됐던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논의 진전 없는 상태"

5일 의료계와 국회에 따르면 현재 발의돼 있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은 총 6개다.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엔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이중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도 포함돼 있다. 

주요 내용은 실손보험의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청할 때, 요양기관이 진료비 영수증·계산서,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해당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특히 6개 발의안 중 배진교 의원안은 전송된 자료를 계약자 동의 후 타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보건의료계는 그동안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등이 뭉쳐 필사적으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주된 반대 이유는 ▲제3자인 의료기관에 의무부담 및 불필요한 행정부담 발생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실손 보험사의 이율배반적 행위 ▲정보의 자기결정권 침해 및 지급거절 등 환자 피해 우려 ▲보험계약자 동의를 통한 심사평가원의 비 급여 항목 검토 문제 등이다. 
 
지난해 지난 5월 대한의사협회·병원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 총 5개 단체는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결국 의료계 반대로 인해 해당 법안들은 지난해 9월 열렸던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사가 보류됐다. 

개정안이 의료민영화 등 의료정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요양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 이유였다. 또한 심평원이 해당 업무의 전문중계기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당시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희곤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은 10년 넘게 논의돼 왔던 내용이다. 의료계와 정부 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봤다"며 "1년 전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협의를 추후 다시 진행하자는 얘기만 오고간 상황였다. 그 뒤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개정안 통과 탄력 받나?…윤 정부 국민체감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에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통과 논의가 재차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 결정적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상을 발표하면서 국민체감 선도 프로젝트에 '실손보험 간편 청구 정책'을 포함시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국민소통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이뤄진 14개 생활밀착형 후보 과제의 우선 시행순위 조사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총 응답자 4323명 중 2003명으로 1위였다"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보험업계 숙원 사업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상을 발표하면서 국민체감 선도 프로젝트에 '실손보험 간편 청구 정책'을 포함시켰다. 사진=윤석열 대통령실

법안 통과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면서 여당 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정부가 제도 개선의 의지를 보이는 만큼 올해 안에 법안 통과가 이뤄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다만 규모가 작은 개원가는 행정적 부담을 느낄수 있는 만큼 비용 지원이나 심평원의 의료비 통제 가능성 등에 대한 추가 논의는 더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이번에야말로 현실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달 26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과제에도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이 포함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 내에서도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협은 지난 1일 지역의사회 대상 의료 현안 공유 자료에서 "의료계 반대가 여전하지만 개정안이 실현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회가 올해 다시 찾아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고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에 관심이 높다.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의협은 실손보험청구간소화 대응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고 있는 만큼 법안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협 관계자는 "TF를 통해 법안 저지 입장을 꾸준히 내고 있다. 향후 대국회 설득 작업과 함께 의약단체 공동 대응 방안도 모색 중"이라며 "해당 법안들이 13년 동안 꾸준히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올해도 최종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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