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이 잠시 딴 일을 하는 사이 치매 환자가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다면 누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간병인 Y씨는 2013년 10월 A병원에서 자신이 간병하던 치매 및 뇌질환 환자(85.여)를 휠체어에 태워 병실로 갔다.
Y씨는 환자를 침대로 옮기기 위해 휠체어를 잠시 세워 두었는데, 그 사이 환자가 내리려다 넘어져 우측 고관절 대퇴경부 골절상을 입었다.
그러자 간병인이 소속된 K간병회사는 환자에게 500만원을 손해배상했다.
이후 M보험사는 K간병회사와의 책임보험계약에 따라 환자에게 47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 후 A병원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M보험사는 “A병원은 간병인 Y씨에 대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간병인이 일으킨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담 한다”고 주장했다.
또 M보험사는 “이번 사고는 병원 시설물의 설치, 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것이며, 병원 안에서 치료를 받거나 요양중인 환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해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병원 측은 “K간병회사로부터 간병인을 소개받았을 뿐 관리 감독 권한이 없으므로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고, 간병업무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병원이 보험사에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병원과 간병인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계약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간병인의 업무내용 및 근무 형태 등에 비춰보면 병원이 간병인을 사실상 지휘 감독한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요양병원이 치매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보호하는 시설로서, 환자들이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동하는 게 빈번하고, 그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침대 등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병원으로서는 이에 대비하지 않은 시설상의 하자가 있다는 점도 손해배상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병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간병인이 간병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병원 내규를 준수하고 구체적 업무에 관해 교육을 받거나 담당 간호사의 지시를 받아야 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병원 피용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병원은 단지 구체적인 업무에 필요한 간병인 오리엔테이션을 하거나 간병인 교체를 K간병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 정도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이번 사건은 병실 안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던 피해자가 침대로 걸어가다가 넘어져 발생한 것으로서 병원 시설이나 공작물의 안전성 미비로 인해 또는 그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병원이 환자들의 안전을 배려할 보호의무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용자 책임이나 공작물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운데다 의료기관으로서의 운영실태 조사 등에서 관할관청의 인증을 받은 바 있고, 간병인들의 업무와 준수사항 등에 대한 교육이나 관리도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상금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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