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중화인민공화국은 지난 1949년에 수립됐다. 구시대의 무능한 통치와 국, 내외 오랜 전란 속에 중국의 농촌에는 의사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임시방편으로 농민과 청년을 대상으로 3~6개월 단기 교육을 통해 이들에게 예방접종을 비롯해 위생교육과 간단한 처치, 침, 한약, 분만 보조 등 제한된 의료 행위를 허용했다. 속칭 ‘맨발의 의사’로 표현되는 이들은 한자로는 ‘적각의(赤脚医生)’, 영어로는 ‘Barefoot Doctor’로 번역돼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다.
당시 중국 경제는 매우 빈약했고 어려웠다. 이 때문에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되는 정규 의사 배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대신에 그 당시 국가적으로 역량이 벅찬 중국으로서는 비용 부담이 덜한 ‘맨발 의사’를 약 150만 명 이상 배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중국은 말라리아, 결핵, 기생충 감염의 감소 등 농촌 지역에서 아주 기본적인 의료 문제가 개선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단기간 얕은 교육으로 중증질환이나 합병증에 대한 대응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중국은 끔찍한 수준의 의료 현실을 자각하는 대신에 평등에 대한 ‘정치적 이념’만을 강조했다.
1981년에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표방하며 적각의는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때맞춰 중국 정부는 혁명형 보건의료 인력은 전문직업 의료인으로 전환한다는 정책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적각의는 별도의 시험과 추가 교육을 통해 ‘향촌 의사(乡村医生, village doctor)’ 또는 ‘보건원 의사’로 전환됐고, 일부는 중등 과정이나 전문대 의학교육 과정으로 진학해 ‘조리 의사(PA)’가 됐다.
이들은 정식 의사는 아니지만 아직도 중국 농촌 보건의 핵심 인력의 하나로 활동하며 잔존하고 있다. 맨발의 의사는 중국이 의료 인프라를 갖추는 동안 활용한 임시 인력이었다. 비록 공중보건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으나, 현대적 전문 의료체계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사 부족 문제로 ‘적각의’ 양성한 중국, 경제 성장 과정에서 급격히 의료신뢰 붕괴
현재 중국에도 의료격차와 도시 쏠림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특히 저숙련 인력이 제도화돼 존재하는 상황에서 낮은 의료의 질적 수준은 인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적각의’는 의료격차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개선에 일조한 바도 있으나, 오히려 격차의 구조적 한계를 고착화하고 확연하게 그 차이를 가시화한 제도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적각의는 마오쩌둥이 지배하던 시절에 국가의 권위로 만들어준 임시 인력이었고, 같은 마을 사람으로 살면서 문화적 친숙성과 동질성은 매우 좋았다고 한다. 물론 무료나 실비 정도의 낮은 비용 의료로 정치적 정당성도 가성비 좋게 확보할 수 있었다. 농촌의 낮은 경제 수준에 비록 적각의가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당시 농촌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같은 지역에서 성장 과정과 교육 배경이 잘 알려진 적각의에 대해 주민들이 중증질환 등 복잡하고 난해한 질환을 다루는 이들의 신뢰는 매우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중증질환의 경우 경제적 수단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도시 병원으로 ‘회피적 의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적각의는 의사라기보다는 ‘보건원’이나 ‘중개자’ 또는 ‘문지기(gatekeeper)’에 가까운 존재로 도시의 주민과 지식인, 특히 전문가들에게 이들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다.
중국의 경제가 개혁개방으로 깨어나면서 급기야 적각의 제도는 “이념이 의학을 대체했다”는 비판과 함께 중국의 ‘저개발 상징’이라는 오명에 ‘적각의’에 대한 급속한 신뢰 붕괴를 초래했다. 적각의는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격차의 특성’을 제도화하고 영구한 고착화에 이르렀다. 결국 올 것이 오고 만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시와 농촌 간의 의료의 질적 격차는 실제 줄어들지 않았다. 적각의는 병원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나 장비, 그리고 전문성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국 사회가 의료의 이중체계를 설계해 초래한 것이다. 이는 전문성의 시각에서 지역에 따라 다른 ‘의료의 표준’을 국가 주도로 양성해 낸 셈이다.
정치적으로 표심 잡을 목적으로 국가는 “농촌도 의료 혜택을 받는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결국 실행에 옮겼으나 동일한 수준의 의료를 제공할 의무는 처음부터 이행할 수도 없었지만, 정부가 신성한 의무를 교묘하게 회피한 셈이 됐다. 적각의라는 제도로 중국 정부는 진정한 의료격차는 뒤로한 채 정치적으로만 격차 완화로 잘 포장된 정치적 완충장치(buffer) 도구로 십분 활용한 꼴이 됐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도약하면서 이제 중국 도시와 농촌 간의 의료격차는 오히려 더욱 커지고 심해졌다. 중국은 의사 국가 면허시험 도입도 21세기가 다 돼서 시작했고, 그나마 전문의제도는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의사 양성의 기본 틀은 5년 과정의 의과대학에 3년 코스의 주원 의사(Resident) 훈련인데, 이는 전문의 교육이 아니다.
중국 전역에 10개의 대학은 8년제 의과대학으로 속칭 금수저 의사대학인데, 이는 중국인이 보여주는 질적 격차 제도화에 대한 대응으로 심각한 도시 쏠림현상으로 나타난다. “농촌은 이 정도면 된다”는 인식은 이제 시대착오적이고 과거 봉건적이며 전근대적인 정치 이념의 논리라는 것으로, 높아진 시민의식과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별도 트랙 구상 중인 우리나라 ‘공공의대·지역의사제’ 이웃 나라 반면교사 삼아야
이처럼 과거 중국의 사례를 보고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견줘 보면 “의료 취약 지역에 별도의 낮은 수준의 의료를 따로 설계하는 순간, 그 수준은 반드시 현실이 돼 고착된다”는 엄중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말로 의료격차를 줄이려면 지역 의료의 질적인 향상을 유도하는 경로에서 도시와 농촌 간 동일한 ‘의료 표준’이 적용돼야 한다.
지역의사제도나 공공의대를 고집한다면, 단기간에 정치적 신뢰는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도시와 지역간의 의료격차는 더 깊이 패어 오랫동안 회복하기 어렵다는 냉엄한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지역의사제는 아직 입학제도 이외는 드러난 그림이 없다. 실제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선명한 정책 방향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을 이유로 ‘낮은 기준’을 합리화한다는 것은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고, 환자와 가족들이 원하는 진료를 찾아 시공을 초월하여 이동할 수 있는 현재의 환자 권리와는 크게 반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의료의 보편적 표준이 각 지역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격차를 환자의 자유로운 이동과 무제한의 선택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의료에 대한 신뢰의 격차는 중증질환뿐 아니라, 모든 진료 영역으로 확산하여 경증이나 기본 필수 의료까지 폭넓게 확장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지역의사제도나 공공의대는 글로벌 톱 수준의 ‘도시 의사’와 강제로 규제되는 ‘의무복무 의사’와의 사이에서 환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불을 보듯 자명하다.
과거 중국의 ‘적각의’ 실패 원인도 결국 의료 인프라와 보상, 그리고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를 인위적인 인력 설계로 대체한 큰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심각한 의료사막 현상에도 불구하고 도시와 시골 간 속칭 ‘1등 의료’와 ‘2등 의료’의 수렁 속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정부가 단호히 지역에 따라 특징이 서로 다른 차별적 형태인 ‘농촌 전용 의료인’이나 또는 ‘하위면허’ 등의 차별화 된 의사는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결국 질 낮은 ‘2등 의료’는 장기적으로 보면 의료의 신뢰를 붕괴시킨다. 더 나아가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우리가 같은 국가에 살면서 2등 시민도 아닌데, 왜 질 낮은 차별적인 ‘2등 의료’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사회통합과 연대에 반하는 원색적인 질문을 톤 높여 던질 것이다, 그럼 그때 가서 정부는 무어라고 답을 할 것인가?
<참고 자료>
https://journals.openedition.org/chinaperspectives/7084?utm_source=chatgpt.com "The Lost Generation"
https://bmchealthservres.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2913-016-1276-y?utm_source=chatgpt.com "Determinants of basic public health services provision by village doctors in China: using non-communicable diseases management as an example | BMC Health Services Research | Full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