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한의사회와 공동으로 노인 치매검진 시범사업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대한신경과의사회(회장 이태규)는 20일 '뭣이 중한지 모르는 서울시의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 시범사업'을 즉시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최근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상담과 치매, 우울예방 관리를 위해 서울시한의사회와 함께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의약 건강증진 시범사업은 10개 자치구(종로, 용산, 성동, 동대문, 성북, 강북, 도봉, 노원, 은평, 동작)에서 한의원 150곳이 참여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한의원은 사전·사후 스크리닝 검사(치매MMSE, 우울증GDS)를 실시하고, 인지기능저하자(치매 고위험)와 우울감 있는 노인에 대해서는 1:1 생활·행태 개선 교육, 총명침, 한약과립제 투여 등 8주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서울시는 이번 시범사업에 5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자 의사협회, 서울시의사회, 신경과학회, 치매학회 등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신경과학회는 "치매, 경도 인지장애는 단순히 선별인지기능 검사로 진단해서는 절대 안되고, 병력, 뇌영상, 정밀신경심리검사 등의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의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비전문가의 섣부른 판단으로 멀쩡한 사람을 치매로 낙인찍으면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는 치매학회 등의 학회와 의료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자 신경과의사회는 이날 "서울시의 강행 방침에 대해 냉정하고 효과적으로 대응,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약으로 무고한 서울 시민들이 건강상 피해를 입을 우려를 사전에 막겠다"고 밝혔다.
신경과의사회는 한의약 건강증진 시범사업을 막기 위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우선 주민감사청구에 들어간다.
신경과의사회는 서울시가 총명침, 한약과립제 투여 등 치료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의료행위를 용인하고 있다고 판단, 그 적합성과 위해성 여부를 묻는 주민감사청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또 신경과의사회는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예산낭비 신고를 접수할 예정이다.
신경과의사회는 "주민감사청구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시범사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노인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소송으로 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신경과의사회는 "서울시는 총명침, 한약제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치매 전문 학회의 의견을 한 번도 묻지 않았다"면서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침과 한약을 이용한 사업을 일본 등 OECD 국가에서 시행한 적이 있는지, 이와 관련한 사전 조사를 한 것이 있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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