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쓰이는 리라글루타이드는 비만 치료제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약물이다."
캐나다 토론토 마운트시나이병원 내분비내과 줄리A. 롭신 박사(Julie A. Lovshin/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GLP-1 유사체의 비만 치료제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롭신 박사는 최근 열린 '대한비만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방한했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유사체 리라글루타이드는 1.8mg이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다가 2014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비만 치료제(3mg)로 추가 승인받은 약물이다.
국내는 아직 당뇨병 적응증만 갖고 있지만, 미국 승인 이후 국내 의료진들은 식욕 억제 효과를 재조명하고 있다.
롭신 박사는 GLP-1 유사체가 당뇨병과 무관하게 비만 치료에 매우 효과적일뿐 아니라, 서양인보다 비만 정도가 낮은 한국인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뇨-비당뇨 환자 모두 5~8kg 감량
GLP-1 호르몬은 뇌에 있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
뇌의 시상하부는 식욕·포만감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시상하부에 GLP-1 수용체가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규모 임상연구(임상명 SCALE) 결과, 리라글루타이드는 체중 감소 및 대사조절 개선 효과를 보였다.
당뇨병이 없으면서 BMI(체질량지수)가 27 이상인 환자 3731명를 1일 1회 리라글루타이드3.0mg 피하주사군(2487명)과 위약군(1244명)으로 나눠 비교했더니, 56주에 리라글루타이드군의 평균 체중감소는 8.4±7.3kg 이었고 대조군은 2.8±6.5kg 이었다.
5% 이상 감소한 환자는 리라글루타이드군 63.2%·대조군 27.1%, 10% 이상 감소한 환자는 각각 33.1%·10.6%로, 리라글루타이드가 더 효과적이었다.
롭신 박사는 "3개 목표지수에 대해 모두 유의한 결과를 보였으며, 평균 체중감량은 5.5kg였다"면서 "심각한 부작용 역시 없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이 구역과 설사였는데 초기에 나타나다 금방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리라글루타이드가 안전하게 체중을 감소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SCALE 임상은 당뇨병 환자만을 골라 진행한 두 번째 연구와 체중감소 후 유지효과를 보기 위한 세 번째 연구도 있다.
그는 "두 번째 연구에서 리라글루타이드3.0mg은 심한 부작용 없이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으며 1.8mg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면서 "또 12주 동안 식이요법 등을 통해 5% 이상 감량한 환자에게 추가 보조요법으로 리라글루타이드를 사용한 세 번째 연구에서도 추가적인 체중감량 효과는 6kg 였으며, 50% 이상이 체중 감소 5% 이상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수면 무호흡증 환자 대상 네 번째 연구에서는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무호흡증 개선 효과도 확인했다.
롭신 박사는 "SCALE 연구를 통해 리라글루타이드가 당뇨병 환자와 비당뇨병 환자 모두에게 평균 5~8kg 감량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와 함께 혈당 조절,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인에도 효과적"
다만, 이러한 임상연구는 한국인보다 비만한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만큼 과연 한국인에도 효과적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실제로 첫 번째 SCALE 연구 대상자의 평균 체중은 106.2kg, 평균 BMI는 38.3 이었다.
롭신 박사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연구의 참여자 중 약 5%가 아시아인이었고, 연구 결과 아시아인을 포함한 모든 인종에서 약물 반응에 대한 인종적 차이가 전혀 없었다"면서 "따라서 한국인 환자 또한 체중 감량의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약물 선택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리라글루타이드는 바늘이 매우 작고 사용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주사제에 대한 공포감을 줄였다"면서 "캐나다와 미국 환자의 경우 이미 당뇨병 치료제 리라글루타이드를 알고 있었기에 1일 1회 비만 주사제로 나온 것에 대해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설문조사 결과, 환자들은 리라글루타이드 사용 시 체중 감량뿐 아니라 기분 개선 및 신체 기능 호전 효과를 느꼈으며, 전반적으로 웰빙의 느낌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리라글루타이드는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만 치료제"라며 "당뇨병 환자와 비당뇨병 환자 모두에게 위험인자 없이 체중 감량 효과가 있어 당뇨병 전 단계 환자들에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체중이면서 당뇨병 전단계 환자 적합
특히 임상시험의 주요 대상 환자인 BMI 30 이상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 등 기타 질환을 동반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3.0mg은 비만 치료제로, 1.8mg은 항당뇨병제로 쓰이지만 1.8mg도 체중감량 효과가 있다"면서 "과체중이면서 당뇨병을 갖고 있는 사람 또는 과체중이면서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리라글루타이드는 매우 효과적이고, 기대되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