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1.13 10:48최종 업데이트 25.01.1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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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교수 "뜻하지 않은 1년간 사회실험…의대증원 반대로 입장 바뀌었다"

이공계 인재 유출·천문학적 재정 소요 현실화…AI 등 기술혁신으로 의대증원 정책 효과 볼 수 있어

석학에게 묻는다: 의료대란 사태, 올해는 해결될까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으로 불거진 의료대란 사태가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사직한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으면서 내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전공의 확보율은 5%에 그쳤다. 의대생들 역시 1년 더 휴학을 결의한 상태다. 전국 수련병원들도 사태가 길어지며 대부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의정갈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까지 투입된 비상진료체계 지원 규모만 1조2585억원에 달한다. 경영난으로 74개 수련병원에 지급 시기를 앞당겨 지원한 선지급금 규모도 1조4844억원이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1월 8일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신임 회장이 선출됐다. 이젠 길어진 의료대란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 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까지 커지는 가운데,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대증원 문제와 관련해 의료계 학자들에게 사태 해결의 방향을 물어봤다.

① 박은철 교수 "김택우 회장, 정부에 대안 요구만 하지말고 먼저 대안들고 찾아가야"
②정재훈 교수 "뜻하지 않은 1년간 사회실험…의대증원 반대로 입장 바뀌었다"
 
고려의대 정재훈 예방의학교실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고려의대 정재훈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이번 의료대란 사태를 '뜻하지 않은 1년간의 사회실험'이라고 칭하며 "실험 결과 의대증원이 소수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견해가 180도 뒤바뀌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회적으로 너무 큰 부작용과 비용을 지출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었으니 지금이라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정 교수는 2026학년도부턴 의대증원을 무효화하고 다시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훈 교수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의대증원에 따른 지난 1년은 어쩌다 보니 사회실험처럼 흘러갔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며 "증원된 인원 만큼 이공계 인재들이 유출된다는 것이 증명됐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대한민국 이공계 인력 기반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대정원이 1500명 가량 늘어난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등 4개 과기원 지원자가 전년보다 2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이스트는 지원자가 38% 급감했다.
 
정 교수는 "물론 연구개발(R&D) 감소나 기업 환경 등 여러 요소가 존재하지만 카이스트 등 이공계열 지원율이 올해부터 급감한 것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따른 결과가 가장 크다"며 "곧바로 부작용이 너무 크게 나타나다 보니 정책적 접근을 처음부터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큰 폭의 변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의대증원 정책 이전엔 소폭 정도 의대증원 조정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지금은 정원 증원 이외 충분히 다른 정책으로도 의대증원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의료 인공지능(AI) 등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인데 최근 AI의 기술 발전 속도나 여러 플랫폼 등이 생겨나는 것들을 보면 충분히 의대증원 말고도 의료 생산성을 더 극단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정책과 기술적 수단들이 많다"며 "10년 뒤에나 효과가 나오는 의대증원 외 이런 기술 환경 등까지 고려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증원 과정에서 정책을 끌어가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은 의대증원 확대와 관련해 의학 교육에 2030년까지 5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건보재정이 크게 악화됐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4년도 건강보험 보험료 수입은 83조9520억원, 보험급여비는 95조2530억원으로 차액인 보험료 수지는 11조301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까지 투입된 비상 진료체계 지원 규모만 1조2585억원이며 전공의 이탈로 경영난에 빠진 전국 수련병원에 지원한 선지급 규모도 1조4844억원에 달한다. 
 
정 교수는 "공급이나 생산성 증가도 중요하지만 우리 재원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올해 건강보험공단을 보면 흑자 폭이 굉장히 많이 줄었고 수입 증가 보다 지출의 증가율이 훨씬 큰 상황"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우리 사회가 3~4년 뒤부턴 감당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출은 늘었지만) 반대로 의학 교육 상황도 매우 좋지 않다. 당장 의대생들이 돌아온다고 가정해도 현재 의학 교육은 역대 몇십 년 내 가장 좋지 않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학교 현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는 어둡다. 현재는 교육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 변화의 방향이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정책은 앞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 이 사태가 1년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만큼 정부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의견표명을 바탕으로 이번 사태를 풀어가기 위해 대화하고 협상해야 한다. 사과가 대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2026학년도 논의과 관련해선 '원점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재훈 교수는 "2026학년도 정원 논의는 현재의 교육 여건을 가장 우선시해서 생각해야 한다. 우선 증원 이전 수준을 기준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2027학년도부턴 과학적 추계를 바탕으로 다시 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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