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1.26 21:53최종 업데이트 21.01.2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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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약제 사용 자유로운데"…한국이 당뇨병 조절률 낮은 이유는

당뇨병학회, 개원가 교육 보상체계 없이 조절률 상승 힘들어…중증 당뇨병 의뢰‧경증 회송 강조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우리나라 중증 당뇨병 환자에 대한 관리 체계 자체를 새로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뇨병 환자에 대한 의료전달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환자 관리 로드맵도 없는 상태라 종합적인 관리 모형 구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발주 연구용역으로 '당뇨병 관리 전략수립 및 지역사회 기반 당뇨병 관리지원 모형개발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책임자인 아주대병원 김대중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질병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환자 중심의 수준별 당뇨병 관리 교육과 체계적인 의료자원 활용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건보공단 표본코호트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당뇨병 역학자료분석에 의하면 2015년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성 망막증, 당뇨병성 신증의 유병률은 각각 20.8%, 16.2%, 12.4%다. 당뇨병성 망막증과 당뇨병성 신증의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우리나라의 2018년 당뇨병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2조 4474억원으로 2011년 대비 70.9% 증가했다. 2011년 대비 2018년 당뇨병 환자수의 증가율 (40.8%)보다 진료비의 증가율이 1.7배 더 높다.
 
당뇨병 조절률 외국에 비해 낮은 이유…생활습관 개선 위한 교육 어려워
 
김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당뇨병 환자들에 대해 비교적 제약 없이 최신 약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잘 구축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뇨병 치료율과 조절률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환자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즉 당뇨병은 생활습관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생활습관 개선과 당뇨병 관리를 위한 반복적인 환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기본진찰료가 매우 낮게 책정돼 있어 환자에 대한 병력청취와 진찰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고, 교육이나 상담에 대한 수가가 거의 없다"며 "따라서 현 시스템상에서 의사가 교육과 상담에 시간을 투자할 동기부여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재 당뇨병 환자의 3분의 2가량을 진료하고 있는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당뇨병 교육 보상체계는 전무한 상태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당뇨병 교육도 교육시간에 비해 수가가 높지 않고 환자가 교육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환자들이 교육에서 소외받고 있다.
 
당뇨관리 시범사업 부재…중장기적 관리 체계 이뤄내기 힘들어
 
종합적인 국가 당뇨병관리 모형과 로드맵의 부재도 당뇨 환자 치료의 주요 문제로 꼽힌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당뇨병 예방 관리와 관련된 정책적 연구는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마스터 플랜 없이 수행 주체별로 분산돼 진행되고 있다. 실제적인 당뇨병 관리의 진전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마저 대부분의 당뇨 관리 사업이 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져 중증 환자 관리 연구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나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 등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그러나 당뇨병에 특화된 포괄적 관리사업이 없어 당뇨병 관리 실태를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김 교수는 "민간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서 의료 제공자의 공적 성격 강화를 유도할 동인과 보상체계가 미비하다"며 "당뇨병으로 인한 유병률을 제어하고 궁극적으로 질병부담 감소를 달성해낼 수 있는 국가 주도형 당뇨병 예방·관리 중장기 로드맵 마련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초기 당뇨병 관리와 합병증 예방 강조…의료전달체계 정상화도
 
김대중 교수가 제안한 중장기 당뇨병 관리 로드맵.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김 교수는 해결방안으로 당뇨병 케어모델 정착과 고도화를 제안했다.
 
일차의료 케어모델로 성공하기 위해 의사, 투약, 치료 중심에서 환자, 교육, 예방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며 특히 당뇨병 교육의 획기적 강화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교육급여화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육내용의 표준화, 교육자 양성 프로그램 개발, 교육자의 지속적인 질관리 등이 수반돼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교육 콘텐츠 관리와 고도화, 당뇨병 교육자 인증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증 당뇨병 의뢰와 경증 회송 강화 등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방안과 중증 단요병 관리 방안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경증이나 단순 당뇨병 환자 진료에 대한 병원급 기관 패널티를 제공해야 한다. 반면 중증과 복잡성 당뇨병는 이에 상응하는 관리료를 제공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궁극적으로 당뇨병 관리 자원의 낭비적 요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차의료진과 전문의료진 사이의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협력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개원가와 당뇨병 교육과 합병증 검사 지원이 가능한 상생지원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소개됐다. 또한 협력 네트워크 참여를 위해 개원가 의료진 대상의 비대면 컨설팅(E-consulting)에 대한 시범사업도 제안됐다.
 
이어 김 교수는 중증 당뇨병 관리 강화방안에 대해 " 중증 당뇨병 관리센터를 지정해 중증 당뇨병 질관리 지표 개발과 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모든 병원급 입원환자 20% 정도가 당뇨를 앓고 있다는 점에서 당뇨관리실 시범사업을 통해 합병증 감소와 재정 절감을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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