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23 16:28최종 업데이트 24.01.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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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없어 병동 '텅 빈' 지방의료원, 수십 억대 적자에도 신‧증축 추진…"포퓰리즘 불과"

만성적 적자에 의사인력난 시달리는 지방의료원…의료수요 관계 없이 지역 성과 위해 설립 추진 지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오는 7월 개원을 앞둔 단양군의료원이 연봉 4억에 아파트 숙소까지 제공한다는 4차 공고를 내고서야 응급의학과 의사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유일의 공공 종합병원인 마산의료원도 찾는 환자가 없어 일부 병동을 통합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증축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지방의료원들이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오는 4월 국회의원선거 등을 앞두고 신증축이 추진되고 있다.

먼저 오는 7월 개원을 앞둔 충청북도 단양군의료원은 인구 수가 약 2만7000명에 불과하지만 충청북도 단양군 의원들의 지속적인 단양의료원 건립 촉구에 따라 신축 계획이 진행됐다. 

단양군의료원은 국비 20억원을 포함해 총 150억원을 들여 30병상 규모의 내과, 안과, 치과 등 8개 진료과목을 갖출 예정이었지만, 의사인력 수급 문제로 연봉 4억에 아파트 숙소 제공이라는 파격 조건을 내 우여곡절 끝에 필요한 의사인력을 확보했다.

경상남도 마산의료원은 지난달 병상 이용률이 51.6%로 떨어지는 등 코로나19 이후 떨어진 환자 숫자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적자 90억원을 떠안은채 일부 병동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마산의료원은 국비 248억 원을 포함한 총 480억 원을 투입해 긴급치료병상을 포함한 135병상과 호흡기진료실, 외래진료실, 감염병관리실 등을 확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지방의료원의 열악한 상황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지역거점공공병원의 병상이용률은 5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가 2022년에는 43.46%로 떨어졌다. 
 
자료=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


의료 손익도 마찬가지다. 공공병원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코로나19가 진행되면서 그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코로나 직전인 2018년과 2019년 지역거점공공병원 적자 합계는 각각 1362억원, 1453억원이었으나, 2020년 5557억원으로 적자가 크게 늘었다.

2021년에는 4817억원으로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2022년 다시 적자가 6005억원으로 늘어나면서 회복이 요원한 상태다.

이처럼 재정 상태가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지만 신증축을 준비하고 있거나 진행하고 있는 병원은 단양군의료원과 마산의료원뿐만이 아니다. 

대전시는 2028년 개원을 목표로 대전 동구 용운동 일원에 총 1759억원을 투입해 8개 전문센터를 구축하고 19개 진료과목을 운영할 대전시의료원 신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예비타당성 재조사 문턱에 걸린 울산시는 예타 면제를 통해 울산의료원 건립사업을 재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의료원의 총사업비는 2880억원으로, 500병상 22개 진료과목 규모를 계획 중에 있다.

군산의료원은 총사업비 220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 규모의 급성기 진료시설 증축 사업을 진행했고, 올해 12월 완공 예정이다.

김천의료원은 건강검진센터 증축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서귀포의료원은 기존 291병상에서 410병상으로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환자 수도 적고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지방의료원들이 신증축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의료계는 지차제의 성과를 만들기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충청북도의사회 박홍서 회장은 "지역의료원이 지역에서 공공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의료 수요에 따라 증축을 한다고 하면 이해가 되지만 인구 수가 적은 지역에서 얼마 정도의 의료 수요가 있는지 충분히 검토가 됐는지는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지방은 지역 주민의 숫자가 워낙 적어 지역 주민의 이용보다 관광객이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곳도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인구 소멸 지역의 경우 과연 병상 수를 증축하는 것이 진짜 필요할지 의문이다"며 "일부 지방의료원은 의사들이 내가 왜 여기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자가 없는 경우도 많아 근무 의욕이 나지 않는 곳도 있다"며 지방의료원의 신증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본인 지역구에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공공병원은 태생적으로 적자를 면키 어렵지만, 불필요하게 큰 규모로 적자가 지나치게 늘어나 국비를 낭비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며 "지역 국회의원 또는 지자체장의 성과를 위해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일이 또 다시 자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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