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코로나19 관련 진료 실태조사 발표...환자들에 피해·수련환경 악화 등 대책 마련 촉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일선 전공의들이 '위드코로나' 이후 일반 환자 진료에 크게 문제가 생겼으며, 환자들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공의의 수련 환경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심각하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11월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진료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일반 환자의 진료에 제한이 있다고 답한 전공의는 91.4%, 환자에게 위해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답변한 전공의는 59.2%에 달했다.
현재 입원한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인공호흡기나 체외막산소공급(ECMO) 등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53.9%, 그에 준해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상태가 악화할 수 있는 환자가 44.6%였다.
인력 부족으로 중환자 치료 경험 없는 인력 갑자기 투입
전공의들은 조사과정에서 중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은 매우 한정돼 있으며, 중환자 치료를 위한 장비 또한 한정돼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공중보건의사들을 각 병원에 차출해 파견했으나, 중환자들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인력이 코로나19 중환자를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별 병원에서도 내과, 응급의학과 등의 유관 분과 이외의 타 진료과 전공의까지 코로나19 진료에 투입하고 있으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각 병원에서는 코로나19 전담 의사를 구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정부의 재정 투입 부족, 업무 과중 등의 이유로 지원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협은 “지역사회의 공중보건의사를 차출하게 돼 오히려 지역의 보건의료상황만 악화시키는 꼴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일선에서는 공중보건의사 투입 외에 재정 지원, 인력 대책 등 대책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결국 코로나19 중환자 환자를 치료할 인력을 확보할 대책은 그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숙련도가 부족한 인력이 현재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별다른 교육 없이 투입되고 있다. 중환자 치료 경험조차 없는 인력이 갑자기 전장에 투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코로나19 중환자실 병상 확보 관련 대책도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내린 행정명령으로 병상 숫자 자체는 늘었으나,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필요한 장비 등의 지원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중환자는 물론 일반 환자들에도 큰 피해
전공의들은 실제로 현장에서 환자의 입원, 퇴원, 전원 등의 절차에 큰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응급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응급실을 폐쇄해 그 기간 동안 새로 오는 환자는 진료를 받지 못하고 무작정 대기하는 것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또한 코로나19 중환자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입원하지 못한 채 인공호흡기를 달고 응급실에서 며칠씩 체류하는 것은 이제 병원에서 흔한 광경이라고 했다.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라도 발열이 있을 경우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제때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낫다. 응급하지 않는 수술의 경우 몇 주, 몇 달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질병이 호전되고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인 환자도 제때 전원을 진행할 수 없어 퇴원이 불가능한 경우도 뒤따랐다.
대전협은 “환자의 재원 기간이 늘어나고 병상가동률의 수치만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각 병원에서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 밀접 접촉자의 수도 늘어나 일선 병원의 입퇴원 및 진료 기능은 마비된 상태다. 전공의들이 의료붕괴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했다.
대전협은 “환자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는 경우 코로나19와 무관한 질병의 진단을 위해 필요한 검사나 적절한 치료 또한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는 병상 및 장비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고 있으며, 항암치료를 위한 입원 등도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제 코로나19 근무 등 전공의 수련환경 심각하게 악화
대전협은 전공의의 수련 환경 또한 코로나19 이후로 심각하게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대전협은 일상회복 계획 시행 이전인 지난 10월 14일 이미 한 차례 95%의 병원에서 야간에 코로나 병동을 담당하는 내과 전공의가 단 1명만 존재하며, 이 중 74%는 다른 병동 환자들까지 담당해 일반병동의 환자 안전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내과 전공의의 72.9%가 근무 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하는 등 의료진의 번아웃 또한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며, 현장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두 달이 지난 이후에 발표된 이번 조사에서 당시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결과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전공의 97%, 교수 56%, 전임의 35.4%, 촉탁의 5.8%, 공보의 7.2% (복수응답 가능)가 참여하고 있었다. 진료과별로는 내과 81.1%, 응급의학과 27.2% (복수응답 가능)가 코로나 진료에 참여하는 비중이 가장 많았으나 ‘모든 과에서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 또한 27.2%로 지난 설문보다 다소 높아졌다.
일부 전공의들은 ‘휴식을 취해야 할 오프(off) 시간에도 코로나19 관련 근무를 강제 당해 주말과 연휴가 없어졌으며, 해당 근무일을 인정받지 못하여 사실상의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공의특별법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으며, 최대 주88시간 근무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대전협은 “현장인력의 과로와 정신건강의 악화는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버린지 오래다. 일선 전공의들은 각 진료과의 수련과 무관한 업무를 담당하며 수련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라며 “제대로 된 수련은 이뤄지지 못하고 배우면서 일하는 전공의들은 배움은 뒤로한 채 업무에만 투입되고 있다”고 했다.
대전협 여한솔 회장은 “보건당국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참담한 현장 상황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정책결정자들의 일선 전공의에 대한 책임 전가는 그만두고, 제대로 된 환경 속에서 전공의들이 일할 수 있도록 시급히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젊은 의료진의 피땀과 생명을 갈아넣는 희생을 욕보이지 말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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