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04 06:34최종 업데이트 22.11.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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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의사 배출하는 외과 살리려면…수술 기피 부르는 ‘CCTV‧형사처벌’ 해결해야

외과학회 정책토론회, 2030 젊은 의사 잡기 위한 ‘워라밸’ 제공 위한 수가 정상화도 시급한 과제

11월 4일 열린 ‘2022년 대한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제74차 추계학술대회(ACKSS 2022)’
2022 대한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추계학술대회 
①"외과의 절망감...자부심‧사명감 하나로 후학들에게 권하기엔 민망할 정도”
②외과 살리려면…수술 기피 부르는 ‘CCTV‧형사처벌’ 해결해야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필수의료 대책에 대한 국가적 관심 속에 생명과 직결된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를 배출하려면 수술 기피를 부르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관행과 수술실 CCTV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아가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포섭하기 위해 교수까지 당직을 서야 하는 혹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수가 정상화 등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3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2년 대한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제74차 추계학술대회(ACKSS 2022)’에서 ‘필수 의료의 유지’를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가 진행됐다.

전공의 수련 교육 방해하는 수술실 CCTV·고위험 수술 꺼리게하는 형사처벌 관행
 
가톨릭의대 김성근 교수

이날 가톨릭의대 외과 김성근 교수는 “외과는 대부분의 영역이 필수의료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생명과 직결된 응급 수술이나 고난이도 수술, 암 수술이나 이식수술이 필수의료라고 할 수 있으며, 염증성 생활질환도 필수의료에 포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과는 필수의료 질환을 수술하는 의사를 배출하는 과인 만큼 외과에 대한 지원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이 시설 기준 등 규제를 통해 병원에 압력을 넣어 병원이 따라오게 하겠다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과연 맞는 방향인지 생각해 봐야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외과학회는 ▲필수의료에 대한 지역 가산수가제도 도입 ▲무과실 의료 분쟁에 대한 형사 면책 ▲수술실 CCTV 문제 해결 ▲수가 정상화 ▲전공의 수련 관련 비용 지원 등을 필수의료 대책으로 주장하고 있다.

김성근 교수는 특히 “필수의료 살리기의 핵심은 전문인력 양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수술방에 들어와 수술하는 행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아직도 내려주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수술실 CCTV 법안이 통과됐다. 전공의에게 수술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며 수술을 기피하게 만드는 법과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수술하는 사람은 수술장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이 프로세스에서 누군가 감시고 있다는 사실은 의사에게 더 과감하고 효과적인 선택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며 “수술실 CCTV는 많은 경우 환자에게 큰 손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뒤이어 발제에 나선 대한의사협회 박진규 부회장은 “필수의료를 왜 기피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의료 분쟁 등 사고가 빈발하는 문제, 필수과의 업무 위험도가 높다는 점, 진료 시간이 길고 업무가 과중해 워라밸이 낮다는 점 등이 꼽혔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필수의료 대책으로 의료사고에서 형사처벌 구제 방안 도입을 강조했다. 그는 “인턴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허구한 날 의사가 구속되는데 필수의료를 왜 하는지, 위험한 걸 왜 선택하는지와 같은 입장이더라”라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과도한 형사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정상적인 의료행위 중 발생한 의료 분쟁에서 형사처벌을 받는 현 의료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의료진이 구속된 사건으로 소아과 전공의 충원율이 20%대로 떨어졌다. 어떻게 보면 가장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교수도 당직 서는 '외과', 워라밸 중시하는 2030 유인할 근무환경 개선 필요

박진규 부회장은 또 2019년 흉부외과 전문의의 근무환경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흉부외과 전문의의 일 평균 근무 시간이 13시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조사에서 흉부외과 당직의들은 후배나 자녀에게 지금 하는 일을 추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4분의 3이 추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박 부회장은 “그간 의료에 대해 억제하고 통제하는 법률만 만들었는데, 제발 육성법을 만들어서 국가가 책임지고 필수의료를 육성해야 한다”며 “치매국가책임제와 같이 중증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TF 임아람 팀장(왼쪽), 순천향의대 조원일 전임의(오른쪽)

실제로 순천향의대 외과 조원일 전임의는 가장 최근 전공의 생활을 경험한 선배로서의 후배들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조원일 전공의는 “레지던트 1년차 당시 저와 동기 두 명뿐이었고, 선배 레지던트는 2년차부터 4년차까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저희 병원은 권역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전원을 오는 일이 많은데, 당직은 결국 교수 한 명과 저, 전문간호사가 하게 된다. 몰려오는 환자들로 수술을 하느라 꼴딱 밤을 새는 날이 많고, 혼자 중환자실 병동 환자와 응급실 환자의 콜을 받아 처치를 하면서 수술까지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당직을 선 다음 날에도 잡혀 있는 수술을 다 해야 한다. 그럴 때면 아직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정도 있는 몸으로 오랫동안 이 일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또 “1년차까지는 자부심을 갖고 후배들에게 외과를 추천했다. 3~4년차로 올라가면서 일이 너무 힘들어서 후배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솔직히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외과의들은 지금 고생한 것에 비해 돈을 못 벌어서 힘들다는 게 아니다. 애초에 수가가 정상화돼야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 인력들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인프라가 구축돼야 당직을 서도 납득할 수 있는 업무 분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진규 부회장은 “전공의 양성 비용을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수의료도 공공의 성격을 갖고 있기에 필수의료 의사는 사회가 책임지고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수의료는 소방서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방서에서 사건이 안 일어나서 불을 안 껐다고 돈을 안주고, 일이 없다고 소방관들이 다른 일을 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된다. 또 소방서에서 불 끄다가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고 구속을 시키면 누가 소방관을 하겠는가”라며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복지부, 전국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중증의료체계 구축…11월 말 목표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TF 임아람 팀장은 “이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은 크게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려운 중증의료계체계의 문제, 병원 안에 뇌동맥류, 뇌수술을 담당하는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로 인해 부각된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로 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중증의료체계가 전국 24시간 365일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 필수의료 분야에 충분한 의사가 갈 수 있도록 하는 보상 체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는 현재의 응급의료전달체계 중심을 최종 치료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11월 말에는 종합대책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부여된 질환이나 행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어떤 질환이 상대적 우선순위인지를 놓고 계속적인 사회적 논의를 추진해 나갈 것이며, 정부에서는 공공의료의 관점에서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라고 전했다.

임 팀장은 이어 “단기적으로는 한정된 의료인력 자원을 최대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 양성이나 교육체계를 재설계 할 것이며, 전달체계와 보상체계로 나눠 전국에 24시간 365일 가동될 수 있는 중증응급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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