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하기 위해 우울증약을 과다 복용한 환자에게 발생한 구획증후군.
환자는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의 소견을 받아들여 자살 시도 과정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모 씨는 2012년 1월 집에서 자살하기 위해 목을 메었다가 실패하자 평소 처방받아 복용하던 우울증약 2일분을 한꺼번에 복용했다.
이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경 약물 중독으로 인해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 남편에게 발견돼 N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응급실 내원 당시 왼쪽 팔을 포함한 전신에 부종이 발생한 상태였고, 왼쪽 팔에는 약물에 의한 수포가 형성되어 있었다.
내과 의료진은 비위관을 삽입한 후 긴급히 위 세척을 하고, 수액을 공급하면서 폐렴을 치료했다.
환자는 다음날 오전 9시경 의식을 회복했고, 하루 뒤부터 왼쪽 팔의 통증과 감각 이상, 운동장애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협진 의뢰를 받은 정형외과 의료진은 '구획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피력했다.
우리 몸의 상지와 하지는 근육이 몇 개씩 한 덩어리를 이뤄 구획을 형성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부종이 심해지면 이 구획 안의 압력이 높아져 그 곳에 있는 동맥을 압박하고, 이로 인해 말단부의 혈액 공급이 차단된다.
이 때문에 적어도 4~8시간 안에 구획 내 근육 및 기타 연부조직의 괴사가 발생하는데 이를 구획증후군이라고 한다.
또 의료진은 왼쪽 팔의 감각 이상과 운동 장애의 경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환자에게 알려줬고, 이후 계속된 치료로 통증이 감소하고, 부종이 호전되자 퇴원하도록 했다.
환자는 현재 왼쪽 팔의 운동장애를 호소하고 있는데 팔꿈치 관절의 움직임은 정상이지만 손목 관절의 움직임이 정상범위의 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환자는 "입원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왼쪽 팔의 신경과 근육이 녹는 질환인 횡문근육융해증과 상완신경총 손상에 따른 장애를 입은 만큼 병원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법원은 N병원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과 이모 씨에 대한 신체감정을 K대병원과 S병원 의료진에게 촉탁했다.
법원은 진료기록 감정과 신체감정 촉탁 결과를 토대로 "환자는 약물 중독으로 인한 의식 불명인 상태에서 장시간 왼쪽 팔이 눌려 있는 상태가 유지됨으로써 병원에 내원하기 전에 이미 해당 부위에서 구획증후군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은 "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환자의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획증후군의 징표가 되는 여러 증상에 대한 호소가 늦어져 제 때 치료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법원은 "환자가 목을 메어 자살을 시도하면서 전신에 부종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고, 환자가 호소하는 상완신경총 손상에 따른 장애는 이 과정에서 경추부 또는 상완신경총이 과도하게 잡아당겨져 거기에 직접적인 손상이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환자가 호소하는 왼쪽 팔의 운동장애 등이 병원의 의료상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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