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31 07:24최종 업데이트 22.03.3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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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저수가∙의료사고 우려에 지원율 급감 산부인과...대학병원도 흔들린다

산부인과학회 홍순철 수련위원장 "난임∙종양∙여성질환 등 분야 다양해 그나마 다행...저수가도 개선 논의 중"

대한산부인과학회 홍순철 수련위원장(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필수의료 위기, 3년제 도입으로 돌파구 찾을까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필수과 기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과, 외과 등 일부 학회들은 일찌감치 전공의 '3년제 전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일각에선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규정한 전공의법에 3년제까지 겹치면서 전공의 수련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하지만, 전공의 모집을 위해선 불가피한 변화라는 분석도 많다. 메디게이트뉴스 필수과 학회들이 전공의 지원율 하락을 막기 위해 3년제를 도입했거나 검토하는 등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도 어떻게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①3년제 전환으로 전공의 잡은 내과...수련교육 내실화 '박차'
②전공의 지원율 감소 외과…“전문직 취득 이후 안정적 일자리 필요”
③고사 위기 소청과...“향후 1년 골든타임, 정부 가시적 움직임 보여줘야”
④대학병원도 '흔들' 산부인과...불가항력적 의료사고∙저수가 등 해결돼야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저출산 기조가 가속화되면서 그에 따른 여파가 사회 곳곳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의료계 역시 이러한 변화의 직접적 영향권 하에 있는데,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산부인과다.

실제 산부인과는 기존의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 위험 등의 요인에다 저출산까지 겹치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공의 지원율 하락이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지난해 69.9%를 기록하며 60%대로 주저앉았는데, 이는 직전해 80% 초반대에서 불과 1년 새에 10% 이상 떨어진 수치다.

하지만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대한산부인과학회 홍순철 수련위원장(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은 산부인과의 미래가 마냥 어두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산부인과는 출산 외에도 종양, 여성 질환, 난임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룰 수 있으며, 수가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문제도 정부와 논의를 통해 해결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Q.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60%대까지 떨어졌다. 이유는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원인은 저출산이다. 신생아가 감소하는 게 결국 산부인과 수입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산부인과는 출산 외에도 종양, 부인질환, 여성질환 등 분야가 다양하단 점이다. 혼인 연령이 높아져 고령 임산부가 늘면서 난임 환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난임 쪽도 유망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산부인과 관련 수가를 올릴 준비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신생아 중환자실 인력에 대한 수가가 오르지 않았나. 마찬가지로 산부인과도 정부와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가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 정부가 임산부나 가족에 대한 직접 지원을 계속 늘리고 있단 점도 고무적이다. 외국에 비해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가고 있다. 정부가 과거와 달리 출산하는 가정이 체감할 수 있는 직접적 지원 정책을 확대해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좀 지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Q.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등의 문제도 젊은의사들이 산부인과 선택을 주저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문제도 정부와 계속 논의를 하고 있고 해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19가 의료행위에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 부작용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처럼 저출산과 관련된 문제들은 국가가 도움을 줘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분만취약지 문제가 심각한데 의사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걱정없이 적극적으로 분만에 임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 문제는 꼭 해결돼야 한다.

실제로 아프리가 대부분 나라들의 모성 사망률을 보면 신생아가 10만명 태어날 때마다 산모가 대략 450명 정도 사망한다. 물론 아프리카와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OECD 평균도 7명이고, 우리나라는 8명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30만명이 태어난다고 하면 20명가량의 산모는 의료진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망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는 의미다. 그런 책임을 의사에게 지우면 젊은의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Q.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수준을 생각하면 모성 사망률이 OECD 평균보다 높은 건 의외다.

높은 의료수준은 의료접근성이 높은 대도시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한 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분만의료기관이 없는 곳을 분만 취약지라고 하는데 전국적으로 거의 80곳이 넘어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도 분만 취약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는 분만할 곳이 없는 셈이다.
 
가령 강원도의 경우, 산후 출혈이 생기면 조치를 할 수 있는 병원이 마땅치 않다. 속초에 마지막 남은 산부인과 하나가 문을 닫은 후에 보건소가 그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산부인과 병원을 만들었는데 이전에 있던 산부인과 병원의 역할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환자들이 그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산모들이 대도시까지 진찰을 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는 산모 웨이팅룸이 있다. 진통이 와서 병원에 왔지만 분만을 하려면 하루, 이틀 더 기다려야 하고, 다시 집으로 가있을 순 없으니 웨이팅룸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거다. 이건 사실 아프리카에나 있는 시스템인데 지금 우리도 그렇게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거다.
 
Q. 위기에 처한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선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일단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문제를 정부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불가피하게 산모가 사망하거나 신생아가 불가피하게 신경 손상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국가가 보험급을 지급하자는 거다. 두 번째로는 수가 인상이다. 지금 고위험 임산부 중환자실에 대한 수가, 소독 수가 등이 실제 논의되고 있는데 이 외에 그간 억제돼왔던 질식 분만, 제왕 절개 수가 등도 이제는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고위험센터도 마찬가지다. 신생아 중환자실은 아기들 하루 입원료만 해도 50만원 정도 나오는데, 똑같은 아기를 임신하고 있는 임산부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입원료가 18~20만원 수준 밖에 안 된다. 이 정도 수가로는 고위험센터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하나 덧붙이자면 병원 간에 자유롭게 환자를 의뢰할 수 있도록 중증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임산부 조산의 경우, 34주도 조산이고 25주도 조산이다. 이처럼 진단명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있어 실제 중증도를 제대로 반영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개인 병원에서 분만하거나 입원하기 적절치 않은 산모임에도 대학병원 입장에서 중증도를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선뜻 받기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개인 병원에서 의뢰를 한 환자들에 대해서만이라도 대학병원이 자유롭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전공의 지원 감소에 따른 수련병원 인력부족 문제도 큰 것으로 안다.

그나마 서울의 대형병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중소병원, 지방병원들은 심각한 상태다. 이제는 지방의 마지막 보루였던 대학병원들마저 흔들리고 있다. 젊은 의료진들이 지방으로 가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그나마 산부인과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전부 대도시로 집중되면서 지방의 인력이 많이 줄었다. 특히 전라도 쪽은 전공의 지원율이 크게 감소해 대학병원들마저 위급환자 대응 능력이 점점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실정이다. 정부도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Q.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필수과들은 전공의 지원율 감소의 영향으로 3년제로 전환했는데 산부인과는 어떤가.

3년제 전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물론 논의는 있었지만 결국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느냐 하는 문제다. 우선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3년제로 줄이는 게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그럼 실제 3년제로 전환했을 때 지원율 제고를 위한 충분한 수단이 될 거냐에 대한 논의도 필요했다. 일단은 무턱대고 3년제로 전환하는게 적절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Q, 그렇다면 학회 차원에서는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일단 학회가 해야 할 일인 교육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 전공의 수련을 위해 매년 봄에는 1년차들을 위한 학술대회를 열고, 2년차들을 대상으로는 초음파 연수강좌도 진행한다. 기존 산과 교과서가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아 교과서를 재선정 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복지 측면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공의들에게만 해당되는건 아니지만 임신 전공의에 대한 문제를 산부인과학회가가 나서서 대한의학회 등과 논의를 해오고 있다.
 
Q.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에서 고위험 환자들 위주로만 진료를 하게 되는 데 따른 수련 질 문제는 없나.

고위험 환자들만 보다보니 상대적으로 만삭 질식분만 환자가 적어 일부 우려가 있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질식분만 환자들은 꽤 있기 때문에 수련 자체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특정 분야에 특화된 병원들의 경우는 문제가 된다. 가령 종양만 집중적으로 본다든가 하는 식이면 전반적인 산부인과 수련이 이뤄지기 어렵다. 이런 병원들에 대해선 전공의 배정을 자제하려 한다. 전공의들은 병원에 도움을 주는 인력이기도 하지만 피교육자이기도 하다. 학회에서는 교육기관으로서 수련을 적절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보려고 한다.
 
Q. 마지막으로 산부인과 전공의와 전공을 선택하게 될 젊은 의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산부인과는 필수진료과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난임 등 전망이 밝은 분야들도 있다. 지금도 우연찮게 난임센터를 가보고 깜짝 놀라 오히려 산부인과를 해야되겠다고 오는 이들이 있고, 미용∙성형으로 갔다가 다시 산부인과로 되돌아오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다. 수가도 분만 수가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초음파 수가 등이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그리고 산부인과를 하게 되면 향후에 선택지가 많다. 난임 환자들에 대한 것이라든가, 수술을 원할 경우 종양 또는 제왕 절개 등이 있다. 이처럼 산부인과는 젊은 의사들의 삶의 목표나 관심 분야와 많은 접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도 더 나아질 것이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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