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상시 투쟁, 상시 협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마다 비대위(투쟁위원회)가 구성되고, 또한 의정협상단이 구성되고 있다. 이젠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효율적 진행과 성공적인 마무리의 문제다.
과거와 달리 대선 공약의 핵심 어젠다(agenda)에 의료와 건강보험 정책이 포함되며, 의료계에서 발생되는 이슈와 국민들의 관심 사항이 국회에서 끊임없이 법안으로 발의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의료계는 하루도 편하게 숨 돌릴 시간이 없다.
의료계도 의협을 포함한 여러 의사 단체들과 대의원회도 각자 자기 역할을 하는 가운데, 원하는 요구가 구체화되고 의료 악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나 투쟁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더 이상 총론이 아니고 각론에 있다. 참여하는 위원들의 열정과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는 리더십에 있다.
건강보험 정책 부분은 비급여의 급여화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시작하고 있다. 이를 만족하지 못하고 반복되는 수가협상 틀과 불공정한 건정심 구조 개선,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적정 수가 개선, 건강보험과 민간 보험과의 적절한 위상 정립이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심사 기준에 대한 개선은 진행 중이지만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차의료 강화와 전문과별, 지역별 양극화 문제, 전공의 수련 및 교육환경 개선, 필수의료 및 응급의료의 역할 분담과 적절한 처우 개선, 저출산 문제에서 의료계의 역할, 노인 의료에 대한 종합 대책과 문화를 바꿔야 하는 연명치료, 그리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안전 문제와 의료전달체계, 그리고 의료와 관련된 환경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외부와 언론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지만, 영역 갈등이 아닌 환자의 안전과 건강권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한의사 현대 의과의료기기 사용 문제, PA 무면허 의료행위, 국민 불편 의약 분업, 간호간병 통합,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과 불법 문신 등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의료계가 아니면 아무도 적극적으로 관심하지 않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대응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4차 의료혁명과 남북의료에 대한 기초 조사, 통일 전 통일 후 준비된 의료 정책,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의료와 환경 문제 등도 포함된다.
생각나는 대로 제목만 나열해도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주제가 없다. 추가로 의료계 내부에서 해결할 부분도 만만치가 않다. 의협과 대한병원협회와 사안별 공조, 각 전문 학회와 개원의협의회의 역할 분담, 의협과 시도의사회 시군구의사회의 단합, 개원가와 중소병원 대학병원의 상생 부분, 의협회관 신축 등도 산적해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의협과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의 선도적 입장 정리와 로드맵이 필요하다.
의협 집행부 출범 2년차가 된 만큼 주요 아젠다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 출범 2년차에 정리가 되지 않으면, 임기 내에 성과를 얻기는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각 사안에 대한 요구 사항과 수준, 그리고 투쟁 로드맵을 가지고 회원들의 단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열거된 각각의 어젠다 별로 의협의 입장, 대안이 정리돼야 한다.
둘째로 의료계 내부의 우선 순위가 필요하다.
의료계도 정부에게 과제는 많은데, 한정된 재원 등의 이유로 속도조절과 우선순위를 요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부분, 필수 부분, 응급한 부분 등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셋째로 실효성 있는 조직화 부분이다.
D-day가 정해진다고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는 없다. 의협에서 아무리 투쟁을 외쳐도, 회원들의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는 도전이 아니고 변화를 요구한다. 의협 회원 한명 한명이 변화하지 않으면 내가 아닌 남의 변화만 요구한다면 해결해야 하는 의료계의 요구는 답이 없다. 이렇게 되면 막아야 하는 의료 악법이 통과돼 내부 분열만 가속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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