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항체약물접합체(ADC)에 대한 제약회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2023년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빅파마들은 종양학 분야의 바이오텍을 가장 많이 사들였는데, 특히 ADC 기업에 가장 큰 돈이 몰렸다. 이는 라이선싱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JP모건(J.P.Morga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라이선스 파트너십 계약이 108건 이상 체결됐다. 총 규모는 약 630억 달러였는데, 이 중 300억 달러 이상이 ADC 계약이었다. 거래금액이 늘면서 선급금 규모는 총 46억 달러로, JP모건의 데이터 수집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MSD는 30조원에 가까운 220억 달러의, 단일 계약으로는 가장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BMS는 최대 81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이중특이적 ADC 개발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 초 ADC 기업 시젠(Seagen) 인수에 430억 달러를 쓴 화이자(Pfizer) 역시 추가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지갑을 열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2023년 주요 다국적제약사의 ADC 라이선스 파트너십 계약 동향을 분석해 어떤 제약사가 ADC에 많이 투자했고, 어떤 후보물질이 많은 관심을 받았는지 살펴봤다.
MSD, 220억달러에 3개 후보 도입…1개는 올해 1분기 미국서 허가신청
MSD(Merck & Co)는 빠르게 ADC 상업화에 도달하는 전략으로, 이미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 개발에 성공한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와 손을 잡았다. 2상 단계 후보물질 2개와 1상 후보물질 1개에 대한 계약 규모는 220억 달러에 달한다.
MSD는 지난해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PD-1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ADC 병용요법의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3상 KEYNOTE-A39 결과 키트루다와 ADC 병용요법은 요로상피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53% 줄였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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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도입한 후보물질 모두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로, 단독요법 및/또는 병용요법으로 다발성 고형 종양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임상 개발 중이다. 그 중 가장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HER3 표적의 파트리투맙 데룩스테칸(patritumab deruxtecan)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2024년 3월 말까지 미국에서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할 계획이다.
BMS는 이중특이 ADC, GSK는 폐암과 부인암 치료제 확보
BMS(Bristol Myers Squibb)는 고형암 치료제로 이중특이적 ADC BL-B01D1를 개발하기 위해 시스트이뮨(SystImmune)과 독점 라이선스 및 협력 계약을 맺었다. 선급금 8억 달러와 조건부 단기 지급금 최대 5억 달러, 마일스톤에 따라 최대 71억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 계약의 총 잠재 가치는 84억 달러에 달한다.
BL-B01D1는 1상 단계지만 다양한 고형 종양에서 많이 발현되는 EGFR과 HER3 단백질을 모두 표적하는 퍼스트인클래스 이중특이 ADC라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 현재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1상 연구(BL-B01D1-LUNG101)가 진행되고 있으며, 초기 임상에서 유방암을 포함한 다양한 고형암에서 강력한 항종양 활성을 입증했다.
GSK는 중국 한소제약(Hansoh Pharma)과 연이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하나는 B7-H3을 표적하는 HS-20093, 나머지는 B7-H4를 표적하는 HS-20089다. 두 계약을 합하면 총 거래 가치는 32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두 후보물질 모두 중국에서 1상을 진행하고 있다. HS-20093은 폐암 치료제로, HS-20089는 난소암과 자궁내막암 치료제로 유망하다. GSK는 올해 중국 외 지역에서 두 후보물질의 1상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빅파마와 파트너십 맺은 바이오텍 일부 제외하면 모두 중국 기업
빅파마의 파트너사 대부분이 중국 바이오텍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BMS와 계약한 시스트이뮨은 중국 쓰촨 바이오킨(Sichuan Biokin Pharmaceutical)의 미국 자회사다. GSK는 한소제약과 두 번이나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엔텍(BioNTech)은 중국 메디링크(MediLink), 듀얼리티 바이오로직스(Duallity Biologics)와 각각 10억7000만 달러 16억7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고 HER3, HER2 표적 ADC를 파이프라인에 추가했다.
에자이(Eisai)는 블리스 바이오파마슈티컬(Bliss Biopharmaceutical)과 BB-1701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BB-1701은 에자이의 자체 개발 항암제 할라벤(Halaven, 성분명 에리불린)과 HER2 표적 항체로 구성된 ADC다. 먼저 유방암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역시 중국의 라노바(LaNova), KYM 바이오사이언스(KYM Biosciences)와 각각 계약을 체결하고, GPRC5D 표적 ADC LM-305와 Claudin 18.2 표적 ADC CMG901을 도입했다.
화이자와 계약한 노나 바이오사이언스(Nona Biosciences)는 중국 하버 바이오메드(Harbour BioMed)의 자회사다. 화이자는 다양한 고형암에서 높게 발현되는 종양 관련 항원으로 알려진 인간 메소텔린(MSLN) 단백질을 표적하는 후보물질 HBM9033를 개발하는데 최대 11억3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머크(Merck)는 중국 항서제약(Hengrui Pharma)과 Claudin-18.2 표적 ADC 공동 개발을 위해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기업 2곳도 빅파마와 계약…레고켐, 단일물질로 국내 기술이전 최대 금액 기록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LegoChem Biosciences)와 오름테라퓨틱(Orum Therapeutics)과 같은 한국 기업도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관심을 끌었다.
레고켐은 2022년 암젠(Amgen)과 최대 1조605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해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 바이오텍(Janssen Biotech, Inc.)과 약 2조2400억원(17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금(17억 달러)과 선급금(1억 달러) 모두 국내 기업의 기술이전 역사상 단일물질로 최대 금액이다.
레고켐과 얀센이 계약한 물질은 최근 미국에서 1/2상에 진입한 Trop2 표적 ADC LCB84다. 다른 경쟁약물과 달리 암세포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잘린 형태의 Trop2 항원을 타깃한다. 전임상 데이터에서 다양한 암종에 걸쳐 차별화된 안전성 및 효능을 보여줬다.
양사는 진행 중인 1/2상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이후에는 얀센이 전적으로 임상개발과 상업화를 책임지기로 했다.
오름과 BMS은 ORM-6151 프로그램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다. ORM-6151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또는 고위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 치료제로 개발 중인 퍼스트인클래스 항-CD33 항체 기반 GSPT1 저해제로,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상 임상시험을 허가 받았다.
오름은 E3 유비퀴틴 리가아제 경로를 통해 암세포 내 표적 단백질을 특이적으로 분해하는 새로운 분자 접착제 분해제 페이로드(payload)를 개발했다. 항체와 결합된 이 페이로드는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전달돼 세포 내 표적 단백질 GSPT1을 분해하고 종양 세포 사멸을 일으키도록 설계됐다.
계약에 따라 BMS는 선급금 1억 달러를 지불하고 ORM-6151 프로그램을 인수했으며, 오름은 마일스톤으로 총 1억8000만 달러를 지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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