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9.12 08:11최종 업데이트 22.09.1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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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방난임 사업, 임신성공률 높이려 의과 난임치료 추가 꼼수...그런데도 전국 평균 보다 낮아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⑥] 2018년 4개 자치구 4.7%, 2019년 12개 11.3%에 불과

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대한의사협회 한방정책특별위원회와 의료정책연구소가 바른의료연구소 김성원 고문(고려의대 의료통계학 안형진 교수 공저)에게 의뢰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315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김성원 고문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지자체에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어낸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김 고문은 유효성과 안전성이 미입증된 지자체 한방난임 지원사업은 오히려 난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①지자체 정보공개청구 이유 "3년간 한방난임 지원 사업 예산 57억, 객관적 근거 부족"
②2009년 대구 첫 등장→2019년 29개 지자체 참여...안전성·유효성 입증했다는 거짓 보고로 전국 확산
③2017년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임신성공률 부풀리거나 허위 보고...울산 동구는 0%로 끝내 중단
④2018년 임신성공률 10%미만인 지자체가 전체의 절반...울산 중구·광주 서구·평택 중단 
⑤2019년 한방난임사업 임상적 임신성공률 평균 10.4%…지자체 성과 부풀리기, 왜곡 '여전'
⑥서울시 2019년 한방난임사업, 성공률 높이려고 보조생식술 이용했지만…한방 임신율 11.3%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서울시는 2019년 한방난임사업에서 한방단독군과 의과병행군을 분리해 한방난임치료가 보조생식술의 임신 성공률을 향상시켰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방치료로 임신하지 못해 난임치료를 받은 대상자들을 사후에 의과병행군으로 분류하는 등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의료연구소 김성원 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2018년, 2019년 서울시 한방난임사업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4개 자치구의 임상적 임신율은 4.7%에 불과했다. 2019년에는 부부 공동치료군을 확대하고 의과병행군을 신설해 한방치료 초기부터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도록 했음에도 임신성공률이 11.3%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도 40개 지자체의 평균 13.3%보다 더 낮은 수치다.
 
2018년도 서울시 4개 자치구에서 한방난임사업…임상적 임신성공률 4.7%
자료=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8년도에 금천구, 노원구, 성동구, 은평구 등 4개 자치구에서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했다. 강동구, 성북구, 중구 등 3곳도 사업을 진행했지만 자치구 단독사업이므로 서울시 사업에서는 제외됐다.
 
사업 대상은 만 44세 이하로 난임진단서 제출 여성과 여성 지원자의 배우자로 정액 검사 이상소견이 있는 자(정자생산감소, 비정상 정액)로서 진단서를 제출한 남성이었다.
 
여성은 4개월 동안 한약 복용 및 2주 1회 시술 및 상담을 받은 후 2개월 간 경과관찰 치료를 받았고, 남성은 2개월간 한약 복용 및 2주 1회 시술 및 상담을 받고 2개월 간 경과관찰 치료를 받았다.
 
먼저 금천구는 부부 8쌍, 여성 단독 4명 등 12명의 치료단위 중 1쌍의 부부가 임신해 임상적 임신율은 8.3%로 나타났다. 노원구는 최종선정자 부부 6쌍과 여성 6명으로 치료단위 12명 중 여성 1명이 임신해 임상적 임신율은 8.3%였다.
 
성동구는 부부 11쌍과 여성 9명 등 총 31명이 사업에 참여했으나 임신성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은평구는 11쌍의 부부와 9명의 여성 등 총 31명이 참여했고, 치료단위 20명 중 부부 1쌍이 임신해 임상적 임신율은 5%였다. 하지만 해당 부부가 12주 차에 유산하면서 출산율은 0%였다.
 
결과적으로 2018년도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은 최종 선정 치료단위 기준 한방난임치료의 임상적 임신성공률은 4.7%(치료단위 64명 중 3명 임신)에 불과했다.
 
2019년도 서울시 12개 자치구에서 한방난임사업…임상적 임신성공률 11.3%
자료=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2019년도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에는 강남구, 강북구, 강서구, 관악구, 광진구, 금천구, 노원구,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 은평구, 중구 등 총 12개 자치구가 참여했다.
 
2019년에는 2018년도와 마찬가지로 부부가 동시에 참여하거나 여성이 단독으로 참여해 한방치료를 받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대상자를 한방 단독치료군과 의과 병행치료군으로 배정해 사업을 시행했다.
 
한방단독군에서 여성은 4개월간, 남성은 2개월간 집중치료(한약+2주 1회 침구시술 및 상담)를 받고, 2개월간 경과관찰치료(2주 1회 침구시술 및 상담) 기간을 가졌다. 의과병행군은 첫 2개월 동안 집중치료를 받은 후 2주간 난임시술(배란유도 및 난자채취)을 받고, 이후 2주간 한방치료를 시행한다. 임신에 성공하면 치료를 종결하고, 임신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 추가로 2달간 한방치료와 2달간 경과관찰치료(2주 1회 침구시술 및 상담)를 받았다.
 
그중 강북구는 17쌍의 부부와 여성 단독 1명 등이 사업에 참여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율은 치료단위 18명 중 3명이 임신해 16.7%였다. 그러나 강북구는 병행치료군의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도 포함시켜 임신성공률을 31.3%로 보고했다.
 
강서구는 28쌍의 부부가 참여해 이 중 한방치료로 2명이 임신하고, 체외수정으로 3명이 임신했다. 이에 강서구는 한방단독 7.2%, 병행치료 21.4%를 합해 임신성공률을 38.6%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강서구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율은 28명의 치료단위 중 2명인 7.1%라고 봐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마포구는 부부 14쌍, 여성 단독 3명, 남성 단독 1명 등 총 32명이 사업에 참여했고, 이 중 남성 단독 참여자 1명만 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해당 남성은 한의약 난임치료 기간 중 부인이 보조생식술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나 최종선정자에서 제외됐다.
 
성동구는 15쌍의 부부가 사업에 참여해 2쌍이 임신했다. 이 2명의 임신이 어떤 치료에 의한 것인지를 질의하자 성동구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성동구는 “임신성공률은 13.3%(2건)로서 전년(2018년 0%, 0건) 대비 높은 성공율을 보여 난임부부 임신성공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중구는 부부 18쌍과 여성 단독 2명 등이 사업에 참여했는데 이 중 3명이 임신하고, 4명이 체외수정으로 임신했다. 중구는 치료단위 20명 중 7명이 임신했다며 임신 성공률을 35%로 보고했는데, 김성원 고문이 “체외수정에 의한 임신은 한방치료 임신율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질의하자 중구는 “서울시 한의약 난임치료지원사업은 2개월간 한의약 치료 후 체외수정 및 인공수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사업이므로 성공률에 체외수정 대상자를 포함한 것”이라고 답했다.
 
종합하면 2019년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의 최종선정자는 420명이었고, 부부 1쌍을 1명으로 환산한 최종 선정 치료단위는 221명이었다. 이 중 54명이 임상적 임신을 했는데, 한방난임치료로 25명(46.3%)이, 보조생식술로 29명(53.7%)이 임신했다. 한방난임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보조생식술 임신성공자가 전체 임신의 과반을 넘어선 것이다.
 
따라서 2019년 서울시 사업에서 최종 선정 치료단위 기준 한방난임치료의 임상적 임신성공률은 11.3%(표준편차 6.4%)였다. 이는 2019년 40개 지자체의 치료단위 기준 임신 성공률(13.3%)보다 약간 낮은 수치이다.
 
2019년 임신율 한방단독군 18.5%, 의과병행군 54.1%…사후에 치료군 배정
자료=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2019년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사업 시행 전부터 대상자를 한방단독군과 의과병행군으로 배정해 치료한 것이었다. 실제로 서울시는 한방단독군의 경우 124명의 치료단위 중 23명이 임신해 18.5%의 임상적 임신율을, 의과병행군에서는 61명의 치료단위 중 33명이 임신해 54.1%의 임신율을 나타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김성원 고문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 일부 자치구는 사업 시행 이후에 대상자의 의사에 따라 치료군을 배정했다.
 
중구의 경우 사업대상자 접수 시 단독치료군과 병행치료군을 나누지 않았고, 한의원 초진 시 또는 치료 진행 중에 병행치료 의사를 밝히도록 했다. 즉, 군 배정이 시행 전이 아니라 사후에 결정된 것이다.
 
마포구와 성동구 역시 한의약 난임치료 대상자 선정 시 한방단독 치료군과 의한방 병행 치료군으로 분류해 모집하지 않았으며 대상자가 담당 한의사와의 진료 중에 이를 결정했다. 용산구와 은평구, 광진구는 배정 현황에 대한 구체적 자료조차 없었다.
 
김성원 고문은 “결국 서울시는 사업 전에 대상자를 한방단독군과 의과병행군으로 무작위 배정한 것처럼 보이게 했으나, 실제로는 한방치료로 임신하지 못해 의과 난임치료를 받은 대상자들을 사후에 의과병행군으로 단순 분류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며 “서울시는 보조생식술 시술비용을 지원하지 않았으면서도 의과 난임치료에 의한 임신성공을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의 성과로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서울시 보고서에는 “본 사업의 의과 병행치료군의 임신율 54.1%는 의과 단독 체외수정 치료군의 임신율 29~35%와 단순 비교 시 더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즉, 한방난임치료가 보조생식술의 임신성공률을 더욱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문 고문은 "사업에 참여한 12곳의 자치구 중 5곳이 대상자의 군 배정 현황을 모른다고 답변했고, 사업을 주관한 서울시도 관련 정보가 없다고 했음으로 의과병행군의 54.1%라는 임신성공률 수치는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과병행군의 임신성공률이 체외수정보다 높았던 이유는 임신성공률 계산 방식의 오류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구의 경우 “병행치료군이 아닌, 치료 완료 후 시술을 받은 경우 성공사례만 보고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한방단독군에서 임신하지 못해 보조생식술을 받은 대상자들을 모두 의과병행군에 포함한 것이 아니라, 이 가운데 임신한 사례만을 의과병행군의 모수와 분자에 포함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성문 고문은 “서울시 사업에서 의과병행군이 의과 난임치료에서 보고된 체외수정의 임신율보다 높았던 이유는 선행 한방난임치료의 효과가 아니라, 임신성공률 계산 방식의 오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한방단독군에서 의과병행군으로 전향 후 임신에 실패한 대상자들을 모두 모수에 포함시킨다면 의과병행군의 임신율은 체외수정의 임신율에 수렴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김 고문은 지금까지 한약이 보조생식술의 임신율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결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에서 선행 한방난임치료가 보조생식술의 임신성공률을 향상시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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