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복지부 첫 토론회 안덕선 의협 연구소장 급상승 실검 2위 "총선 압승후 6개월만에 나온 졸속 행정"
김헌주 복지부 정책관 "의료계와 논의 과정 부족했던 것 인정...의사수 부족 화두 제시 했으니 앞으로 논의하자"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임솔 기자] 의대정원 증가, 공공의대 설립 등과 관련해 23일부터 무기한 전공의 파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료계와 정부간 진행된 첫 번째 공개 토론회가 화제다.
1일 오후 8시 50분 JTBC뉴스룸이 마련한 집단휴진 관련 TV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소장은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은 총선이 끝난 후 6개월 만에 협의 없이 진행하는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안 소장의 '사이다'같은 발언으로 토론회가 끝난 직후 네이버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대 정원 증원은 여러 방법을 통해 의견 수렴을 해왔지만 의협이나 대전협의 의견수렴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정부는 의료계와 문제 해결없이 가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의사수 부족의 화두를 던지고 앞으로 논의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의협 안덕선 소장, 공공의대 정책은 총선 압승후 6개월만에 다시 나온 졸속 행정"
의협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금과 같은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이 정부 책임인지, 의협 책임인지를 따지기보다 의료인 집단도 육체, 지식, 감성 노동을 하는 근로자로서 존중돼야 한다”라며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근로자의 단체행동은 해결할 수 없는 쟁점 사안이 있을 때 현대국가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국제적으로 120년 동안 의사들의 파업이 300회 가량 있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예정된 수순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의료는 꼭 지킨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한다”라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철회’와 ‘원점 재검토’를 합의문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전공의들의 선택을 존중했다. 안 소장은 “노사정 협의 때도 구두로 하지 않는다. 당연히 명문화된 문서가 있어야 의대생과 전공의들에 대한 존경이고 예우다”라며 “자신들보다 나이와 지위가 낮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소장은 “의료계는 일단 정책을 철회하고 코로나19가 끝나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다른 의견을 갖지만 공통점은 있다”라며 “원점부터 재논의하고 서로 상호간 신뢰할 수 있도록 문건으로 남기자는 것이 목표다. 어려울 것이 없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지금은 (정부와 의료계가)이견을 좁혀가는 단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쉽게 만나서 금방 도장을 찍을 수 있을 만한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나름대로 고민하고 결정했다고 하는데, 의료계는 아무와도 논의해본 적이 없는 생소한 얘기라고 주장한다. 이제야 이해당사자와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인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도농 의료격차가 극심한 나라처럼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 소장은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격차는 20% 선으로 모범국가다. 오히려 도농격차가 매우 적은 나라로 분류돼 있다”라며 “예를 들어 복지부는 서울과 강원도를 비교하며 의사수가 엄청나게 모자란 것처럼 얘기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연구 결과를 보면 환자가 느끼는 미충족 의료, 즉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것이 오히려 강원도가 서울보다 높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의사수를 늘리기 전에 할 수 있는 정책이 많다. 그리고 의사수를 늘려도 정부가 원하는 효과는 15년 뒤에 나타난다. 그것보다 당장 해소해야 될 일들이 많다”라며 “우리나라의 의사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사들은 매년 1000명씩 늘어난다. 간단한 논리로 지금 입학생 3050명이고 은퇴 세대는 1000명 정도다. 공공기관에 의사가 없다고 하는데 매년 늘어나는 1000명만 제대로 수용해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상 수가 세계 2위라면 기존 병상을 활용해야 한다. 공공병원을 또 다시 짓지 말고 기존 병원을 통합하든지, 투자를 통해 키우는 정책을 쓸 수도 있다”라며 “병상 수준이 세계 2위인데 공공이란 이름으로 병원을 또 지어야 하는 것도 상당한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진찰료 인상의 필요성도 나왔다. 안 소장은 “의료계도 수가 단일 이슈로는 너무 복잡한 것들이 얽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가장 기본인 진찰료 인상에 대해 잘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수가 상승은 의료를 정상화하자는 구조 변화 자체를 뜻한다. 외래비가 낮으면 환자들이 너무 쉽게 접근해서 의료비가 자꾸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처음 초진 비용을 올리면 환자들에게 긴 설명도 가능하고 적정한 처치도 가능하다. 수가를 올린만큼 절감효과도 있을 것이다”라며 “적정 환자를 보면서 환자들의 불만도 줄일 수 있는 것이 의사로서도 더 보람있다고 본다. 이런 행태로 변화해보자”고 말했다.
안 소장은 이어 “우리나라에선 외과 등이 비인과로 돼 있지만 벤치마킹하는 선진국은 외과 지원자가 꽤 있다. 캐나다는 외과의사가 50만달러를 받고 가정의학과 의사가 30만달러를 받아도 그 차이를 인정한다. 그만큼 개인의 삶도 없고 큰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다”라며 “비인기과를 만드는 것은 구조상 문제가 틀림없다. 이런 진정성 있는 얘기를 하면 급여를 올려달라는 밥그릇 싸움으로만 보니 얘기 자체를 못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안 소장은 “정책에 대해 정부 관계자와 아무도 얘기한 적이 없다. 선진국은 10년 논의해서 의대가 하나 설립되는데 이에 대한 이해 당사자 그룹이 어떤 얘기도 못들었다고 한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되는 일인데 총선 이후 갑자기 튀어나온 정치적 문제라고 본다”"라며 "공공의대 문제도 2월 국회 복지위 논의를 거쳐 통과가 불발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총선 압승 후 6개월만에 다시 끌고 나왔다. 이건 졸속 행정이다. 공공의대 설립에 몇천억을 쏟아붓지 말고 전공의 교육 현대화 등에 투자해달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밥그릇 논란'에 대해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공부하고 훈련을 받아야 되는 사람들이다”라며 “밥그릇 얘기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밥그릇 또는 급여를 요구할만한 사람들도 아니고 자신들이 받아야 할 좋은 교육권리를 사회에 요구하는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성 애기하려면 영국은 1년에 8조원을 들여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나라가 책임지고 키운다. 반면 우리나라는 민간이 다 키우고 돈 들여 개원까지 하면 그 때부터 정부가 손을 댄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 "의사수 부족 화두 던지고 앞으로 논의할 사안"
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코로나19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모든 가능성을 열고 대화에 나서기를 바란다. 전공의들은 지금이라도 빨리 환자들에게 복귀해서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문서가 됐던 어떤 형태가 됐던 그동안 국무총리, 국회, 의료계 원로 등이 문서의 형태든 약속의 형태든 제시했다. 앞으로 어떻게 정책을 펼칠지 방향을 보여주고 신뢰를 보여주려 애썼다”라며 “정부 스스로 말과 글에 대해 책임질 준비가 돼있다. 전공의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재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전공의들이 주장하는 '정책 철회'는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고민이 따른다고 호소했다. 김 정책관은 “정책이 영글어가는 과정은 여러 과정을 반영해야 한다. 여기에 못지않게 여러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고 정당한 절차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라며 “하나의 정책을 원점으로 돌린다고 하면 여러 절차에서 생긴 기대를 봤을 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문건을 만들면서 의료계와 여러 차례 합의했고. 많은 대화를 거쳐 상당히 근접한 대화를 했다”라며 “의료계와 조금 더 협의하고 대화하고 합의하면 합의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견이 있으면 좁힐 수 있고 빨리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지역에 의사가 모자란데 대해 의사수 자체를 늘리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관은 “어떤 지역에 병원, 생활 여건, 인프라 등이 갖춰지면서 의사가 함께 배치된다 하지만 정작 의사들은 함께 살만한 여건을 먼저 갖추고 일할 병원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한다”라며 “좋은 병원과 좋은 의사가 같이 가야 하는 이유로 의사수 확대를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서울과 농어촌 지역의 의료서비스 질적 차이가 있다. 서울에서 인구 1000명당 의사수 10명이 나올 때 강원도 지역에는 1명이 안 된다. 서울의 의사수 3명이 넘을 때 1.5명이 안되는 지역이 있다. 의사수 차이만 아니라 의료서비스 제공이나 접근성에서도 차이가 있다”라며 의사수 확대 필요성을 재차 주문했다.
김 정책관은 “의료계와 정부의 차이는 동일한 목적 의지가 있는데, 정부는 의사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의료계는 병원이나 의료환경이 갖춰졌을 때 의사가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라며 “의료계가 흔히 주장하는 의사수 증가율도 이제 그렇게 높지 않다. 과거에는 분모가 작기 때문에 15년간 분모가 그대로였지만, 이제 의사수 증가율은 OECD 평균 가가이 왔고 더 이상 높지는 않다”고 했다.
김 정책관은 수가 인상 필요성도 동의하되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지역에 부족한 의료서비스 문제 해결에 충분한 의료수가가 이뤄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의사수는 객관적으로 OECD 평균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의사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의사들이 더 오래 열심히 일하거나 더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 의료계의 주장은 수가가 낮아서 많은 환자를 본다고 하고 기다리는 환자를 내치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수가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현재 지역 의사는 서울 의사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지역 의사는 여러 가지 문제가 종합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 의사 부족은 단순히 수가만의 문제는 아니고 필수과목, 기피과목 문제이기도 하고 의료전달체계 전반적인 개선과 맞물린다. 수가만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의료 행태를 고쳐나가야 한다”라며 “하지만 그동안 의료계가 관련 정책 대안에 대해 생각할 겨를을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복지부가 의료계와의 논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논의의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정책관은 “공공의대 정책은 오랜 역사와 오랜 토의와 오랜 논쟁을 거쳤다"라며 "하나하나에서 절차를 지키고 공공의대 법안이 나오고 법안 심사가 나왔다. 의대정원 확대는 여러 방법을 통해 의견 수렴해왔지만 의협이나 대전협의 의견수렴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지난 15년간 문제 해결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의사수 부족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앞으로 논의할 사안을 많이 던지게 됐다”라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와 논의할 것이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책 추진을 중단하더라도 정책에 대한 진정성은 항상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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