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26일 의협 직원이 의사회원에게 욕설과 협박을 한 사실에 대해 “의협 인사규정에 따른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에게 정부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합의했다는 등 거짓 선동을 하는 회원들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앞서 최 회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극소수 의료계 내부, 극소수 언론에 2008년 광우병 촛불 선동꾼같은 자들이 있다. 국민 건강과 의사의 정당한 권익 확보를 위해 이런 세력들은 단호히 척결돼야 한다. 음해와 거짓말, 위선, 비난과 선동을 일삼는 작자들은 처절하게 응징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글의 댓글에서 의사회원들의 반발했고 최 회장이 특별 채용한 태극기부대 출신 직원이 다시 댓글을 통해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쏟아냈던 것이다.
최 회장은 임기 2년차가 되는 내년에는 수가 정상화에 따른 정부의 약속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핵심 의료정책에 의료계가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의료계의 요구를 반영했으며 PA(Physician Assistant, 의료보조인력)의 불법 의료행위 문제는 의료계에서 먼저 불법 영역을 구분해서 시간을 두고 정리하겠다고 했다.
한편, 최 회장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가정상화 및 심사체계 개편 방향 등 보다 구체적인 내년 계획을 발표한다.
의협직원 해임 사유는 아니지만 징계 처리…의료계 거짓 선동 세력에 경고
-의협직원 정모씨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를 계기로 의협에 대한 실망감을 이야기하는 회원들이 많다.
"정씨는 회원들의 합리적인 비판 의견에 잘못된 댓글을 달았다. 그는 8개월 전 의협 수행기사로 들어온 계약직 직원이다. 오는 28일(금요일)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인사위원회 규정상 해당 직원의 해임 사유는 아니다.
인사 복무 규정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에 준해서 마련돼있다. 직원 해임 사유는 재산상의 피해를 끼쳤거나 7일 이상 무단 결근했을 때만 해당한다. 그 외에는 해임할 수가 없다. 인사위원회를 통해 정직, 감봉, 견책 등 적절한 수준의 적절한 징계를 내릴 것이다.
해당 직원을 해임하라는 요구가 있다. 하지만 징계는 여론재판에 의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 의사를 밝혔다. 정씨는 8개월째 일하면서 의협을 위해 많은 공로가 있었다. 보통 직원들이라면 정씨처럼 365일, 24시간 수행할 수 없다. 다만 해당 직원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고 엄중한 징계조치를 내리겠다. 경위서를 쓰고 사과하도록 하겠다."
-페이스북에 일부 의료계 비판 세력을 '선동 세력'이라고 지칭하면서 반드시 응징하고 척결하겠다고 했다. 회원들이 얼마든지 의협 회무를 비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5월 1일 취임 이후) 8개월동안 의협회장으로 일하면서 선동을 하거나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회원들을 많이 봤다. 이들은 의사의 정당한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거짓 선동을 하고 의협의 자리에 욕심을 내는 것이다. 의사들의 권익이 아니라 마치 의료전체주의자와 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 선동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줬다. 선동을 하지 말고 조용히 있거나,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제대로 된 활동을 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의협회장은 임명권도 있지만 의료계 단결을 저해하는 행동에 대한 징계가 가능하다. 의협 산하단체도 의료계 단결을 위한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의협회장이 회원이나 산하단체에 대한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 자격으로 회원들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것도 모두 취하했다. 이번 경고는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사전에 경고해두는 의미다.
본인은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아니고 대화를 하지 않는 사람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문자나 이메일로 의료현안에 대한 의견을 보낸 회원들에게 며칠이 걸려서라도 전부 답변했다. 전국적으로 비판 의견을 많이 들었고 토론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의협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가 열려있다. 하지만 거짓말, 허위사실, 음해, 모략 등을 갖고 의협 집행부를 흔드는 극소수 사람들이 있다. 일부 회원들에게 이제 더 이상 그런 것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의사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의협과 같이 일하길 바란다.
혹시라도 무리한 점이 있더라도 상식적인 기준에 근거해서 안되겠다 싶으면 말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가령 ‘추적 60분-범죄자가 당신을 진료하고 있다'에서 마치 의사는 예비 범죄자와 같은 편파적인 보도나 '의사면허가 살인면허'라는 표현을 쓴 환자단체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회원들이 거짓 선동한다는 실제 사례는 어디에 있는가.
"일부 의사회원들은 올해 안에 문재인 케어가 완성되고 의협이 여기에 합의했다는 잘못된 표현을 썼다. 문재인 케어 예산은 원래 30조 6000억원이었지만 올해 예산은 1조5000억원도 쓰지 못했다.
올해 문재인 케어가 완성된다는 것은 거짓이다. 오히려 청와대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문재인 케어의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회원들은 거짓에 근거해서 회원들을 선동하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케어에서 비급여의 대폭 또는 전면 급여화는 없다. 문재인 케어는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가고 있고 예산은 3조원 정도가 책정됐다."
문재인 케어 저지 변함없어…진찰료 30% 인상 등 정부에 확답 요구
-'오직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해 당선됐다. 문재인 케어 저지라는 슬로건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문재인 케어 저지는 여전하다. 문재인 케어 저지는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면 안 된다는데 있다. 대신 비급여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의학적 원칙에 따라 점진적, 단계적으로 급여화해야 한다. 이미 '9.28 의정합의문'에서 이렇게 추진하기로 정부와 분명히 약속했다. 정부가 급여화 항목을 추가하고 비급여의 대폭 급여화로 간다면 약속 위반이 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의 약속을 다시 한 번 재정비하겠다."
-수가 정상화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인가.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에 12월 중 관련 회의를 하자고 했고 언제까지 확답을 하라는 기간 제한을 두진 않았다. 정부 입장에선 갑자기 진찰료 예산을 2조~3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바로 의협에 확답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의료계는 빠른 시간 안에 수가 정상화 진입 단계에 놓일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투쟁보다는 협상을 우선시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의협회장 활동을 하면서 기조가 돌아선 것인가.
"무기한 총파업을 하고 의료제도를 무너트리겠다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총파업이나 투쟁은 맹목적으로 목적 없이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투쟁의 최종적인 목적은 의료계가 원하는 것을 얻자는 데 있다. 협상 테이블을 신속하게 마련하는 것은 의료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현재 하나의 협상장이 마련된 것이고 신속하게 의정합의문에 담긴 의료계 입장에 일괄타결을 주문하겠다.
의협은 여전히 강력한 문재인 케어 저지를 주장하고 있다. 실무 협상 단계에서 대통령 공약사항인 수가정상화를 강조하겠다. 정부와 포괄적인 합의를 했지만 실무 단계에서 면밀하게 의료계 입장을 관철해야 한다. 만일 정부가 약속을 위반하면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 진찰료 인상이나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 등도 마찬가지다. 대화나 협상의 방법이 가장 좋지만 일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 총파업 사유가 된다."
여야 정치세력화 준비…내년에는 구체적인 성과 내는 한 해로
-내년 활동 계획으로 '정치세력화'를 발표했다. 그 목적은 무엇인가.
"정치세력화를 통해 의사들이 정치권이나 국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세력화는 의협에서 역할분담을 하겠다. 의협의 일부는 더불어민주당에, 일부는 자유한국당 등 여야에 골고루 분포할 수 있도록 하겠다. 2020년 총선에 의료정책의 개혁 의지를 지닌 의사들이 국회의원에 많이 당선돼야 한다."
-혹시 본인이 2020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선언은 아닌가.
"의협회장 임기가 3년(2021년 4월 30일까지)이기 때문에 총선에 출마할 수는 없다. 다만 본인은 20년동안 활동해온 영역이 보수단체이기 때문에 여기서 역할을 할 것이다. 일부 시도의사회장단 등은 민주당에 여러 인맥이나 경험을 갖고 있다. 정치권의 의료정책 핵심에 많은 의료계 관계자들이 참여하도록 하겠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과거에는 이를 반대했다가 찬성한 것인가.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이전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가 이번에 참여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이전에 전의총이 반대했지만 본인은 만관제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정부는 원래 의협 입장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만관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두 명의 의협 주무이사들이 엄청나게 노력했고 의료계 입장이 반영됐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만관제의 '비대면 모니터링'을 원격진료에 대한 의도로 표현한 부분이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기재부와 복지부의 입장차가 드러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의협 산하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PA의 불법 의료행위를 고발했다. PA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PA 문제는 의료기관 내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정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이는 준법진료 선언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의협은 11월 22일 국민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의사들의 근무시간 준수,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준법진료' 실시를 선언했다.
이번 특별위원회는 보라매병원 신경외과 이상형 교수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이 공동 위원장으로 참여한다. 우선 의료계가 PA 의료행위를 어디까지 불법으로 봐야할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PA의 의료행위를 불법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의료기관 내 무면허 의료행위가 근절되도록 해야 한다. 조만간 이 내용을 발표하겠다."
-8개월간 의협회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회원들에게 최대집 회장을 믿어달라는 한 마디 각오를 부탁한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직접 발로 뛰면서 전국적으로 의사회원들을 만나는데 주력했다. 회원들의 조직화를 바탕으로 의협의 힘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예기치 못했던 일도 많았다. 의사 3인 구속 사건이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망과 관련한 구속 사건, 응급실 의료인 폭행 사건 등이었다. 이들을 위해 밤낮없이 뛰면서 의료계 목소리를 냈다.
내년에는 의협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한 해로 만들 것이다. '최대집'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정부에 의료계 요구를 관철시키고 약속을 어기면 분명히 투쟁 입장을 밝히겠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