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성모병원 임의비급여사건 일단락
가톨릭대 성모병원 임의비급여사건이 10년 만에 일단락됐다.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환자에게 진료비를 불법으로 임의비급여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법원이 전체 임의비급여 28억여원 중 17억원을 부당청구로 판단함에 따라 환수와 함께 과징금 처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최근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성모병원 임의비급여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부 백혈병환자들은 성모병원이 환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될 진료비를 임의로 비급여하고 있다고 폭로했고,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팀을 투입해 대대적인 실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성모병원이 총 28억원을 환자에게 불법 임의비급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자 건강보험공단과 영등포구는 해당 금액 전액을 환수 조치했고, 보건복지부는 환수액의 5배에 해당하는 141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임의비급여 유형은 모두 4가지였다.
그 중 하나가 요양급여기준이나 식약처 허가사항을 위반해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고, 해당 약값을 징수한 사례(급여기준 위반 약값 별도 징수).
예를 들어 당시 네오플라틴주는 진행성 상피성 난소암, 소세포폐암에 투여할 수 있었는데, 성모병원은 비호지킨림프종에 2차 이상으로 투여하거나 골수이식 전 처치요법에 사용하고 그 비용을 환자에게 받았다.
또 다른 하나는 환자에게 별도로 받을 수 없는 치료재료 등의 비용을 징수(별도청구 불가 비용 징수)했다는 것이다.
백혈병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골수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사용하는 척추성형술용 바늘은 급여기준상 한번만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 1회용이 아니라 재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성모병원은 골수검사 과정의 감염을 예방하고, 자꾸 재사용하다보니 바늘 끝이 무뎌져 환자들의 고통이 배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1회용 바늘을 사용했는데 1개당 5만원이 넘다보니 환자에게 비용을 징수했다.
그러나 재사용 바늘 비용이 골수검사 비용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행위는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
요양급여 대상이지만 심평원이 반복적으로 삭감하자 해당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한 것(급여 대상 진료비 비급여 징수) 역시 대표적인 임의비급여 중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환자가 주진료과 의사에 대해서만 선택진료를 신청했음에도 병원이 임의로 진료지원과(마취과, 병리과 등) 의사도 선택진료를 신청한 것으로 포괄위임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성모병원은 "백혈병과 같은 혈액질환은 난치병이어서 급여기준이나 식약처 허가사항에서 정한 진료만으로 생명을 구하기 어렵고, 의학적 타당성과 불가피성을 갖춘 것이어서 해당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며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1, 2유형 임의비급여에 대해서는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고, 환자의 동의도 받아 약을 사용하고 그 비용을 받았다면 부당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골수검사 바늘과 같은 치료재료 비용을 별도로 받은 것에 대해서도 병원이 원가만 청구해 별도의 이익을 취하지 않았으며, 환자들이 1회용 바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복지부에 탄원하기도 하는 등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직후 성모병원이 1회용 바늘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백혈병 환자들은 복지부 장관에게 "내 돈을 낼테니 1회용 바늘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 탄원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법원은 선택진료 포괄위임에 대해서도 부당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급여 대상을 비급여로 징수한 것에 대해서는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자치단체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다.
대법원은 임의비급여를 부당청구로 간주할 수 없는 '예외적인 3대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2012년 6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임의비급여했다고 하더라도 ▲진료행위 당시 불가피성과 시급성이 있고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 의학적 필요성이 있으며 ▲환자의 동의가 있었다면 이를 부당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건을 재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선택진료 포괄위임에 대해서는 부당청구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급여를 비급여로 청구한 것에 대해서는 부당청구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서울고법은 "과거 동일한 진료행위가 삭감된 사례가 있었다는 사정이 심사 절차를 회피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1, 2 유형에 해당하는 임의비급여 약제 일부는 시급성, 의학적 타당성, 환자 동의 형식을 갖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로 봤다.
이에 따라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은 10여년의 공방 끝에 총 28억여원 중 17억여원이 부당청구에 해당하며, 나머지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합법적 비급여인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
성모병원은 앞으로 환수와 과징금 처분을 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성모발 임의비급여사건은 불합리한 보험급여기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 직후 성모병원의 치료방법이 상당 부분 의학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 네오플라틴주 등 백혈병 치료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급여기준, 식약처 허가사항, 심평원 심사기준을 대폭 손질했고, 골수천자생검 1회용 바늘과 같은 비용도 환자에게 별도로 청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항암제에 관한 사전신청제도를 도입, 식약처 허가사항, 급여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환자 치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으면 심평원의 심의를 거쳐 일정 범위 안에서 처방 투여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가 성모병원에 대해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임의비급여사태가 제도적 한계와 불합리성에 기인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반면 병원이 삭감을 회피하기 위해 급여 대상 항목을 비급여했다는 복지부와 법원의 판단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병원이 진료비를 청구할 때에는 삭감하면서도 환자가 해당 진료분에 대해 급여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면 '급여 대상'이라고 회신하는 '이중잣대'가 여전하다는 게 병원계의 비판이다.
모 병원 관계자는 "심평원이 객관적인 요양급여기준과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일관성 없이 '사례별' 심사를 하거나 환자가 민원을 넣으면 실제 심사와 다르게 회신하다보니 임의비급여가 초래되고 병원이 불신을 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모병원 측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성모병원 측은 "백혈병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의 도덕성을 인정한 재판부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앞으로도 건강보험제도가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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