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29 07:35최종 업데이트 23.06.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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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당하는 위기의 응급의학과 "현장을 떠나겠다" "응급의학과 전공 포기하겠다"

응급의학회 류현호 공보이사 "응급의학 의사의 의학적 권한 인정 필요…방어진료로 환자 피해 커질 것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구 파티마 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책임자로 경찰에 기소될 위기에 처하면서 응급의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당장 현장을 떠나겠다는 의사부터 응급의학과 지원을 포기하는 전공의들까지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사건으로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시행규칙이 향후 응급의학과를 더욱 옥죌 것이라는 불안감과 함께 진정한 '응급실 뺑뺑이' 대책은 무엇인지를 놓고 대한응급의학회가 말문을 열었다.

그간 응급의학회는 공식적으로는 말수를 아껴왔다. 자칫 학회의 발언이 '내 식구 챙기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반복되고, 그 책임을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묻는 사건까지 벌어진 것은 물론, 향후 '응급실 수용곤란 고시' 시행규칙의 시행까지 앞두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근본 원인 따지기 보단 의료계 때리기로 사건 무마…마녀사냥 반복

29일 응급의학회 류현호 공보이사(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는 해당 소식 후 침울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전공의는 물론 교수들까지 해당 사건으로 술렁이고 있다. 현장을 떠나겠다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고, 당장 인턴들은 파급효과가 커서 응급의학과 지원을 재고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류 이사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환자 분류다. 전화로 환자상태를 파악하거나 눈으로 보는 것, 환자가 말하는 증상밖에 없어 경증인지 중증인지를 단박에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며 "해당 사건의 의사에게 죄가 있다면 고의성이 있거나 누가봐도 명백한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전공의는 환자의 정신과적 문제를 감안해 추후 진료까지 고려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고의성도, 명백한 과실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 이대목동병원 사건과도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진의 고의성도 직접적 과실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과 사회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을 마녀사냥하듯 비난했고, 형사고발까지 이뤄졌으나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류 이사는 "이번에도 정부는 의료기관과 의료진 때리기를 통해 사건의 책임이 일부 '못된' 병원과 의사에게 있는 것처럼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중 따지기 힘든 '응급의료'…의학적 권한 인정 없이 처벌하면 방어진료 뻔해

문제는 이번 사건이 향후 복지부의 '응급실 수용 곤란 고지' 시행규칙과도 연결이 돼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정부는 수용곤란 고지의 기준 및 절차 등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 

해당 시행규칙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없으며, 부득이 환자 수용을 거부할 경우 그 '정당한 사유'를 통보해야만 하며 '정당한 사유'가 아닐 경우 그 책임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정당한 사유'라는 애매한 기준으로 환자 수용 곤란 고지에 대한 책임을 우려해 방어 진료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응급실 수용 거절을 이유로 처벌하는 상황에서 모든 중증환자를 받으라고 하면 누가 받겠는가"라며 "응급의학과 의사의 환자의 중증도 분류가 어려운 점을 인정하고 응급의학과 의사의 판단에 대해 면책을 주지 않으면 방어 진료가 될 수 있다. 응급의학과 의사의 의학적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일일이 처벌하고 문제 삼으면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만들어진 응급의료체계, 붕괴 위기…"응급의학과에 대한 지원도 필요"

응급의학회는 단순히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의학적 권한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붕괴 위기에 처한 응급의료체계를 되살리기 위해 응급의학과에 대한 직접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 이사는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가 있어 유지될 수 있었다. 응급실은 누구나 지킬 수 있으나 야간과 공휴일까지 응급실을 지키려는 의사는 없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권한 인정은 물론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거에는 야간 응급실에 '인턴'밖에 없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응급실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응급의학과'가 신설되고 응급실에 전문의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환자들이 제때 응급의료를 받게 됐다. 그런 만큼 응급의학과에 대한 지원과 지지가 있어야 진짜 위급한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류 이사는 "모든 국민이 양질의 진료를 받으려면 응급실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야간과 주말에 당연하게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며 "응급의학과에 대한 질타와 채찍은 현실을 더욱 가혹하게 할뿐이다. 응급실 환경 개선을 통해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양질의 치료가 제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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