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10.19 06:54최종 업데이트 16.01.24 23:05

제보

"환자의 손발을 묶지 말아 주세요!"

한일 의료진들 '신체구속억제대' 열띤 토론

"환자 신체구속은 혐오감" "일단 해 보세요!!"


장성요양병원 화재 관련 mbc 보도


2014년 5월 치매환자의 방화로 21명이 사망한 장성요양병원.
 
사망자가 많았던 이유 중 하나는 병원이 일부 치매환자 등의 손, 발 또는 몸을 신체억제대로 침대에 묶어두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만성기의료학회(회장 김덕진·희연병원 이사장)는 15, 16일 양일간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한국과 일본 의료진이 참여하는 제4회 아시아만성기의료학회를 열었다.

이번 학회에서 주목받은 세션 중 하나는 한국과 일본의 '신체억제폐지' 경험을 공유한 것이었다.
 
강동대 간호대 하선미 교수는 발표를 통해 "장성요양병원 화재 당시 신체억제대에 묶여있던 일부 환자들이 이를 제거하지 못해 현장에서 사망했다"면서 "그 후 의료기관인증평가에서도 신체억제대 사용 여부를 까다롭게 조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체억제대 관련 요양병원 인증평가 조사항목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29일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 일선 요양병원에서 사용하는 신체억제대의 사용 사유, 방법, 준수사항을 명확히 규정해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했다.

 



하 교수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의 요양병원 관계자들이 학술대회에 참석해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발표를 하기가 창피하지만 부끄럽게도 신체억제대를 사용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인터넷 직접구매를 위해 신체억제대를 검색하면 500개 이상의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면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하 교수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신체억제대 사용 비율(2007~2009년 기준)은 스위스가 6%, 미국이 9%, 캐나다가 31%라는 연구가 있고, 한국은 20%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일찌감치 탈억제를 선언하고 실천하고 있는 요양병원도 있다.
 


희연병원 이미라 간호팀장은 연자로 나서 2008년 7월부터 신체억제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입원환자 신체구속률은 2008년 7월 230명 중 35명으로 15.2%에 달했지만 그 해 12월 9.5%로 한자리 비율로 낮췄고, 2010년 10월부터 단 한명도 신체구속하지 않고 있다.
 


희연병원 병동에는 "환자의 손, 발을 묶는 것은 인생을 묶는 것입니다."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일본 아리요시병원 후쿠모토 쿄코 케어부장은 "신체구속만이 대안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8년 10월 30일 일본에서 처음으로 아리요시병원을 포함한 후쿠오카현에 있는 10개 병원이 '억제폐지 후쿠오카선언'을 했다.
 
이 선언은 '노인에게 자유와 긍지와 평화를'이라는 모토로 ①신체를 억제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실행 ②억제란 무엇인가를 생각 ③이를 계속하기 위해 병원 명단을 공개 ④억제를 한없이 제로에 가깝게 ⑤억제 폐지 운동을 전국적으로 넓혀가기로 했다.
  
후쿠모토 쿄코 케어부장은 "신체를 구속하지 않아야 환자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날 수 있다"면서 "구속 폐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중요한 것은 부모를 모실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부적절한 것을 고쳐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일본 요양병원도 인력 부족이 심각하고, 10년 넘게 신체구속을 하지 않고 있지만 구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환자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황혼을 보내는 곳이 병원인데 억제해서 좋을 게 없다"면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포기하지 말고 계속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2011년 5월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신체구속폐지 선언을 한 바 있다.


일본 군마현의 우치다병원 역시 신체구속을 하지 않는 병원이다.
 
의사인 다나카 유키코 이사장은 "제일 소중한 사람을 신체구속 할 수 있겠나, 제일 소중한 사람이 신체구속 받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겠나"면서 "제일 소중한 사람을 생각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유키코 이사장은 "전문가로서 함부로 신체를 구속하면 안된다”며 "양질의 케어를 모토로 해서 신체구속 폐지가 아니라 양질의 케어와 의료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일본 동경의 후케병원의 후케 타카키(MD) 이사장은 "우리 병원은 계속 신체구속 제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신체구속이야말로 혐오감을 준다"며 선을 그었다. 
 
후케 타카키 이사장은 2005년 이 병원 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신체구속을 철폐했다.
 
타카키 이사장에 따르면 일본 요양병원 전체의 신체구속률은 10.3%지만 후케병원은 '0%'.
 
타카키 이사장은 "중증환자, 치매환자가 일본 전체 요양병원 평균보다 높지만 신체구속 비율은 0%"라면서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전 병원에서 신체구속을 받던 환자가 오더라도 0%가 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후케병원 타카키 이사장은 이전 병원에서 신체구속을 받은 환자라고 하더라도 전원해 오면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고 재활을 통해 개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전의 요양병원에서 치매로 인해 빈번하게 폭력을 행사해 불가피하게 신체구속을 받던 환자라고 하더라도 후케병원에서는 절대 억제대로 환자를 침대에 묶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체억지 폐지 세션 좌장을 맡은 일본 IMS이타바시 재활병원 시부야 마사나오 원장이 하선미 교수와 후쿠모토 쿄코 케어부장에게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는 병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하선미 교수는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억제대를 사용한다면 그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을 것 같다"고 피력했다. 
 
후쿠모토 꾜코 케어부장은 "제 자신이 체험해 봤고, 더 이상 변명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억제 안하면 어려움 없나?" "일단 해보라"

질의 응답에서는 한국과 일본 의료진의 정서가 다소 엇갈렸다.
 
한국의 모 요양병원 이사장은 우치다병원 다나카 유키코 이사장에게 "병원 직원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그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몇 년이 걸렸나"고 질문했다.
 
그러자 유키코 이사장은 "일단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신체구속을 그만 뒀을 때 단시간에 개선됐다"면서 "관습적으로 묶어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정말 이 환자가 구속이 필요한지 회의를 통해 확인했고, 그것이 성공사례가 됐다"면서 "환자들이 미소를 되찾고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하면서 선순환 효과를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일단 해봐라. 신체구속을 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은 생동감이 다르다. 우리는 신입직원이 입사하면 직접 신체구속 체험을 한다. 그러면 어떤 기분인지, 고통스러운지 스스로 경험하게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국의 요양병원 원장은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으면 중환자 관리가 어려울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후케병원 후케 타카키 이사장은 "기관절개환자가 뷰브를 뺐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상상해 보라"면서 "많이 빼봐야 하루 세 번이고, 사망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의료진이 가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리스크를 0%로 만들 수는 없고, 정답은 없다"면서 "어려운 문제지만 일단 한번 해 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신체억제대 #만성기의료학회 #김덕진 #희연 #메디게이트뉴스

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