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원협회는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에 '임신 중 한약 복용의 안전성 관련 민원'을 신청했다.
의료계는 현재 20여개의 지자체와 한의사단체가 시행중인 한방 난임사업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2일 의원협회는 "조산, 선천성 기형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한약 성분이 난임치료와 임신 유지 목적으로 처방되는 한약에 많이 포함돼 있다"면서 "태아와 산모에 위험한 한약을 처방하는 한방 난임치료 지원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의원협회는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신청하면서 8가지를 질의했다.
협회는 "세계에서 임신 중 한약 복용을 제일 많이 하는 국가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어찌된 일인지 임신 중 복용하지 말아야 할 한약 및 한약재를 지정하는 정부 부처가 단 한 곳도 없다"면서 "이러한 역할을 보건복지부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귀 부처의 의견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또 협회는 ▲임신 중 복용 시 산모와 태아에 위험할 수도 있는 한약에 대해 조치한 게 있는지 ▲안전성 확보 과정 없이 산모들에게 한약을 투여하는 것은 산모와 태아를 마루타 취급하는 게 아닌지 ▲한방의료기관과 지자체에서 수행하고 있는 한방난임치료가 생명윤리법 상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지 ▲아직 전임상시험 등에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한약으로 산모들을 대상으로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를 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임상시험이 아닌지 등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진풍경이 벌어졌다.
복지부는 민원이 접수되자 곧바로 식약처로 이송했고, 식약처는 이 민원을 다시 복지부에 이송했다고 알려왔다.
점입가경 상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잠시 후 복지부는 이 민원을 식약처로 또다시 이송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 민원이 뜨거운 감자인가요? 복지부와 식약처가 아주 사이좋게(?)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협회는 "이는 결국 임신 중 한약 복용이 태아와 산모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이를 관리감독하고, 책임지는 부처가 전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내일이면 또 다시 식약처가 복지부로 재이송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4일간의 민원 떠넘기기 핑퐁게임은 결국 다부처 민원처리로 마무리됐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함께 민원에 답변하겠다는 것이다.
민원인 입장에서 볼 때 '민원 핑퐁게임'으로 비칠 수 있는 행태를 보인 두 부처가 민원 답변 과정에서 '책임 떠넘기기' 진수를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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