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30 09:08최종 업데이트 24.05.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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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복지부의 의료개혁 의지 "전공의 탕핑만 대안 아냐...책무 고민해달라"

의정 갈등만 드러난 표출된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심포지엄...교수들은 중개기구, 미래 의료, 일하고 싶은 환경 등 요구

사진=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토론회 실시간 생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9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정부와 의료계 도무 의료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정부는 초고령사회 전환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필수·지역의료는 벼랑 끝에 서있다며, 의대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국민 감성을 호소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며, 전문성을 인정과 중개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다.

정부 "의료개혁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전공의 책무 고민해달라"

이날 보건복지부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우리나라 의료는 의료의 질, 접근성 등의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압축 성장의 이면에 필수·지역의료의 붕괴 위기를 초래했다"며 "개혁 논의는 이해 갈등 속에서 말의 성찬에 그치며 20여년 넘게 지체되고 있어, 이제 임계점에 도달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위기 요인으로 ▲공정하지 못한 보상체계 ▲인력 시스템 문제 ▲무너진 전달체계 ▲의료사고안전망 부재 등을 꼽았다.

그는 "현 수가체계 하에서는 어렵고 힘든 진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미흡하다. 이런 가운데 2009년 실손보험이 전 국미에게 확대되면서 비급여 시장이 과도하게 팽장했다"며 불공정한 보상과 격차 심화가 발생했고, 이는 개원·미용 쏠림 등 의료 공급시장 왜곡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강 과장은 인력 시스템에 관해서는 "여전히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숙련된 의사가 대량으로 은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 초고령화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의료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며 의대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언급하며, 의료체계의 비효율뿐 아니라 환자·인력 쏠림에 따른 지역의료 붕괴 위기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료인력 확충 ▲전달체계 정상화 및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 등 4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강 과장은 "지난 4월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는 의료계와의 논의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는 합리성과 합의에 근거한 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가 개혁의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힘을 모아 대한민국 정상화, 신뢰 구축을 위해 대화하고 개혁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복지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전공의 책무에 대한 고민을 당부했다.

김 과장은 "정부는 오랜시간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의료개혁 패키지를 만들었다. 대학병원 자체가 기본적으로 노동 집약적인 구조를 가지고 무한경쟁에 내몰렸다. 이 때문에 부피를 늘리고 서로 몸을 갈아 넣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프로페셔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수련을 받은 만큼 책무에 대해 고민해주길 바란다"며 "탕핑(躺平)'만이 대안인가. 정부는 원칙대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고려의대 안덕선 명예교수. 사진=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토론회 실시간 생중계 갈무리

의료계, 의료정책 수립·시행 위한 '중개기구' 마련 강조

고려의대 안덕선 명예교수는 ▲불공정 보상과 협상구조 ▲의료형사범죄화 ▲집단행동 불법화 및 업무개시명령 ▲환자거부금지 ▲요양기관 강제지정 ▲수술실 CCTV 의무화 등으로 현재와 미래 의료환경이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국민감성만 호소하고 과학적·실제적 근거가 부족한 정부 정책은 단기간의 만족은 이룰 수 있어도 장기간의 고통과 해악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또 국민만 바라본 정책은 소수 권리와 보호를 무시할 수 있다며, 근원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안 교수는 일본, 미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의사수급결정 사례를 언급하며, 의료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중개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설, 전문기구에 의한 전문직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위원회에는 고위 공무원이 들어와 의장을 하는 일은 없다"며 "지속적인 변화를 원한다면 중개기구가 필요하다. 공무원은 2~3년이 지나면 다른 자리로 간다. 이 떄문에 기본 계획을 만들기 위해 몰입하기 어렵다. 중개기구는 정부와 갈등 관계가 아닌 보건의료 정책을 수행할 중요한 동반자다.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중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친 뒤 회의록 공개 등을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툭하면 공개할 수 없다. 자료가 있다 없다를 반복해 상호 신뢰를 가지기 어려워 보인다. 또 '필수의료가 죽어가기 때문에 2000명을 증원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어느과 의사가 어떻게 부족하다', '어느과 의사를 어떻게 지역으로 보낼지' 등 어떤 통계 제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교수는 정부의 바람직한 의료정책을 위한 개혁 선결과제로 ▲직접에서 간접 기재(구) ▲사회적 중개기구 육성 ▲공무원 순환근무 한계 인식 ▲전문성 제고와 자율성 존중 등을 제안했다.

이어 의료계는 ▲집단적 사회기여 방안 모색 ▲자율규제와 조정 능력 강화 ▲다양한 전문 단체(중개기구) 육성 ▲면허기구, 의대연합체, 추계기구, 평가기구, 의사회, 전공의, 보수교육 등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 의료, 일하고 싶은 환경 만들어줘야"

이날 고려의대 박종훈 교수는 정부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미래의료를 보지 못한다며, 근본적인 청사진이나 해결책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수가 이야기 나오니 수가 뜯어 고친다, 전달체계 문제라니 전달체계 뜯어고친다라고 하는데 과연 짓고 있는 집이 한옥인지 아파트인지 모르겠다"며 "가장 큰 문제는 근본적인 청사진에 대한 해결책이 없으면서 어디에서 근거한지 모르는 전폭적인 의대증원, 예측 가능하지 않은 제도를 강요하면서 젊은 의사를 무릎 꿇렸다는 것이다. 우리 미래 의료의 희망은 사라졌다"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채동영 홍보이사는 "최근 박민수 차관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선언했지만 당장 어떤 약속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젋은 의사는 정부가 이제까지 약속을 지킨 적인 한번도 없다고 느낀다"라며 정부가 개혁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는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이사는 "정부는 5년간 연2조원 수준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정작 매년 국고 지원금은 미납 중이다. 또 이 2조원 조차도 수가협상 밴드 인상에 사용된다. 말로는 즐 지원하겠다면서도 주머니를 열지 않고 있다. 행동하지 않으면 누가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하은진 비상대책위원은 "환자들에게 안전한 의료를 제공하지 못 한 것에 대한 송구스러움이 있다. 하지만 전공의 역시 환자를 생각하고 환자를 보고싶어 한다. 필수의료에 종사하고 싶지만 이런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그들이 가지는 절망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조금만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 비대위원은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생을 갈아 넣어야 하는 필수의료를 하겠다고 선택했다. 이를 이어가고 싶은데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억지로 넣으려고 하니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계속 일하고 싶게 해줘야 한다. 정부는 이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환경 등을)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의사 대표 집단이 없다는 주장에 "의협이 있다. 의협이 법적 기구다. 의협이 다양한 이야기를 충분히 수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의협이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의료계 입장에서 다른 (소통) 채널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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