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위 D제약사는 내년 매출 목표액을 천억원이나 하향 조정했다.
지난 달 28일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업계의 풍토뿐 아니라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약사가 내년 사업계획 및 예산을 짜는 요즘, 제약사들은 매출 목표액을 하향조정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D제약사는 김영란법 시행 후 의료인과의 접촉 어려움, 더 엄격해진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에 따른 영업활동의 위축을 감안해 매출 목표액을 1천억원이나 내렸다.
리베이트 쌍벌제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신입사원들 어떡하나...
중견 U제약사는 신입 영업사원의 교수 컨택(contact)을 어떻게 가이드하고 교육할지 고민이다.
이미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교수들은 마케팅 PM과 영업사원 등을 만나주지 않는다. 일부러 법 시행 전 미리 잡은 약속도 모두 취소됐다.
이로 인해 마케팅·영업 활동은 사실상 '정지' 상태다.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객과의 관계가 두터운 기존 영업사원들은 걱정이 덜하지만, 이제부터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신입사원은 활동 시작자체가 어렵다.
교수 연구동의 '외부인 출입금지'는 다시 강화되고 있고, 심지어 일부 대학병원은 외래까지 출입 제한하는 분위기다.
이 회사 마케팅 PM은 "한국은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관계 중심의 사회인데, 한창 고객을 만나야 할 신입 직원들이 기회를 만들지 조차 힘든 상황이라 이들을 어떻게 가이드해야 할지 감이 안온다"고 말했다.
심포지엄도 다른 부서와 '공동 개최'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가 강한 다국적 S제약사는 교수 관리 때문에 골치 아프다.
이 회사의 주요 의약품은 항암제와 희귀질환 분야라 고객도 전국적으로 100여명에 불과하다.
이 중 임상시험을 주도하면서 연단에 자주 서는 저명 인사는 사실상 몇 명으로 정해져 있다.
문제는 이 저명인사에 강연을 요청하거나 식사를 제공할 때도 다른 부서와 상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직무와 관련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하를 받으면 과태료를 물리는데, 권익위원회가 '동일인'의 범위를 '법인'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만일 S제약사의 서로 다른 제품을 담당하는 마케팅 PM 2명이 A교수를 만나 식사를 접대한다고 할 때, '동일인'을 만난 것으로 간주돼 식사 비용들이 합산되는 것이다.
물론, 3만원(식사비)·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비)의 범위 안에 있다면 문제될 게 없고, 300만원에 합산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운 나쁘게 두 PM들이 같은 날, 혹은 하루 이틀 간격으로 A교수를 만났다면 '동일인'의 '동일시점' 활동으로 간주돼 3만원 넘으면 처벌 받는다.
S사는 혹여라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마케팅 PM 간, 혹은 부서간 협의를 통해 합동 심포지엄을 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동일인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게 잡히면서 우리 회사처럼 특정 교수들의 활동이 많은 제약사는 너무 많은 제약을 받는다"면서 "특히 질환 캠페인 등 꼭 필요한 활동에 대한 교수 섭외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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