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3.20 05:23최종 업데이트 18.03.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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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원샷 원킬'로 논의해야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1차 의료기관 간의 무한경쟁 문제 포함해야 적정수가 설득 가능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의 소식으로 숨 가쁜 한 주가 흘러갔다. 북핵과 경제난, 전쟁 위기 등으로 꼬일대로 꼬인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이것밖에 없었다고 본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긴 하지만 최고 책임자들이 한 테이블에서 다각도의 북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문제도 해결이 필요한 점이 많다. 수십년 동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두 가지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이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8월 발표됐다. 시행 목적을 보면 전체 국민을 위해 당연히 추진해야 하는 일로 보이며 중요한 방법론은 비급여의 급여화다. 이미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 차액, 간병료 등 3대 비급여는 폐지됐거나 폐지 수순을 밟고 있고다. 초음파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도 차례로 급여화 수순을 밟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환자 본인 부담금은 줄어들다. 하지만 이를 위한 수가 인상과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환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그에 걸맞게 부담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에게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정부가 앞장서서 이 부분을 설득해야 한다.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간섭을 받지 않는 비급여의 축소로 인해 의료기관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가 제일 크다. 개원가 입장에서는 비급여 폐지로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 만큼 병원 문턱이 낮아지면 환자들의 대형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우려가 많다.

이미 선택진료비 폐지로 인해 일부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초음파검사와 MRI검사 등이 급여가 되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문재인 케어와는 별도로 논의돼왔던 의료전달체계 개선안도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은 의원으로 이뤄진 일차의료기관과 병원 및 종합병원들이 환자를 두고 무분별적인 경쟁을 하지 않도록 역할 구분을 하자는 것이다. 비교적 간단하거나 외래에서 관리해야 할 질병은 일차의료기관에서 진료하고, 수술이나 입원을 요하는 질병들은 병원급에서 진료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의료비를 비용 효율적으로 지출하도록 의료기관의 기능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의료기관들이 무차별적인 경쟁을 해왔다는 데 있다.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려면 의원급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이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의원은 외래 환자를 보고 병원이 입원 환자를 본다는 원칙 하에서 의원들의 입원실 축소 또는 폐지, 그리고 병원의 외래 진료 축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과계 의원에서 입원실 축소 문제를 두고 반대 하고 있다. 의원이 입원실을 내놓지 않으면 병원은 외래 축소를 할 리가 없다.
 
문재인 케어와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사실상 한 몸이다. 문재인 케어를 진행하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기 쉽고 일차의료기관이 어려워진다. 상급종합병원이라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경증환자 진료가 늘어나 일 자체는 많아진다. 하지만 비급여 폐지로 수입은 별로 늘지 않으면서 중증 환자 진료는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문재인 케어가 성공하려면 의료전달체계가 강력하게 작동해야만 한다. 이것이 빠진 톱니바퀴라고 본다. 의료전달체계가 바로 서면 의료기관들 간의 무한 경쟁이 줄어든다. 의료공급량이 무한정 늘 수는 없으므로 적정 수가를 책정하기가 쉬워진다. 그러면 문재인 케어가 정착하더라도 의료기관의 경영 걱정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서 보면 1차 의료기관과 2·3차 의료기관 사이의 경쟁만 줄이려고 했다. 아직 1차 의료기관 간의 무한 경쟁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골의사제(또는 주치의제)와 차등 수가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의료 수가와 의료공급량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포함해 논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의료계가 말하는 적정 수가를 요구할 수 있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
 
문재인 케어 따로, 의료전달체계개선안 따로, 적정수가 따로 이야기해서는 아무런 결실도 얻을 수 없다. 의료계와 정부, 국민은 문재인 케어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적정수가와 의료공급량을 한 테이블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번 주에는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우편투표 현재~23일 오후 6시 도착까지, 전자투표 21일~23일 오후 6시)도 실시한다. 후보들마다 한결 같이 문재인 케어를 반대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안도 반대한다. 하지만 후보들간 뚜렷한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어느 한 후보라도 당선된다면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철저한 협상력을 발휘해 문재인 케어와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적정수가와 의료공급량 문제를 '원샷 원킬'로 논의하자고 정부에 요구할 것을 기대한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 제도의 근간을 다루는 문제인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최선을 다해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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