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매년 전공의 모집 시즌만 되면 되풀이되는 말이 있다. 바로 ‘진료과별 양극화 현상’이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도 재현됐다. 소위 ‘비인기과’로 불리는 진료과에서는 매년 전공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인력난을 호소한다.
이 중 올해 병리과의 전공의 미달 사태는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등 외과계열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도 전기 레지던트 모집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병리과의 경우 정원 68명 중 18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대한병리학회 이건국 이사장(국립암센터 병리과)은 병리과 전공의 확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국민 인식 전환 활동을, 외부적으로는 수가 구조 개선 필요성 등을 제시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10일 이건국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병리과 전공의 확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짚어봤다.
“병리과 관련 수가 의사업무량 인정 필요”
이건국 이사장은 현재 병리과 관련 수가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 인식 전환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병리과는 자동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의사들에 의존하는 만큼 의사 업무량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1월 1일 행위 재분류를 통해 병리과 검사에 대한 수가가 일부 조정됐지만 여전히 불충분한 면이 있다”라며 “수가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이사장은 “병리과 검사 특성이 자동화가 많이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라며 “(병리과의 경우) 인력이 많이 소요되고 병리과 의사가 직접 확인한 것을 분석적으로 사고해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최근 의사 업무량을 인정해주려는 움직임이 있다. (수가 구조도) 의사 업무량이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병리과 관련 수가가 검체검사료와 묶여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병리과 관련 수가가) 검체검사와 큰 틀에서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수가체계 등을 조절하려고 하면 다른 검체검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진전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병리과 관련)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기도 했다. 병리과 검사의 정의, 역할 등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반영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병리과 의사 부족이 환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이사장은 “병리과 요구 내용이 많은데 해결해 나가야 할 젊은 의사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의사 수가 적다고 할 수 있다”라며 “이런 환경이 회복되는데 또 다른 십 년이 걸린다면 국가 전체로도 손해다”라고 말했다.
“분자유전검사 표준화와 질 향상 위해 노력”
대한병리학회는 주요 사업으로 병리 검사실 정도 관리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대한병리학회는 정도관리사업에서 축적한 핵심역량을 토대로 향후 분자유전검사의 표준화와 질 향상 분야에서도 강점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 이사장은 “(검사 관련해) 많은 데이터가 나와 있지만 검사 표준물질에 해당하는 부분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한병리학회는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표준물질 보급, 분자·유전자 기반 표준물질 개발 및 기술·지식정보 교류, 분자유전검사의 국가표준체계 확립을 위한 공동연구과제 발굴 등의 내용이 담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표준물질을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공급받음으로써 대한병리학회에서 진행하는 질 관리, 숙련도평가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분자유전검사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정보 축적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다”라며 “우리 국민의 건강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대한병리학회가 마주한 다양한 현안들을 개선해 젊은 세대들이 오고 싶은 병리과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 이사장은 “젊은 세대들이 오고 싶은 병리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며 “식약처, 심평원 등 다른 분야와 협업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병리학회에 대해 알리고 내부적으로도 의견 개진을 활발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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