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1.11 11:37최종 업데이트 19.11.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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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분석심사 폐기하고 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부담 안기지 말아야"

심사자료 제출시스템에 표준서식 등 제출하도록 고시 개정, 요양기관과 심평원 서버 연계 계획까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른의료연구소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심사의 편의와 분석심사의 완성을 위해 의료기관들에 과도한 행정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 무리하고 강압적인 의료정책 추진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정부는 의료를 포퓰리즘의 도구로 악용하지 말고,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최대한 자유롭게 행해지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노력의 첫 번째 단계는 분석심사를 폐기해야 한다. 분석심사의 폐기를 시작으로 문케어를 비롯한 포퓰리즘 정책들의 폐기도 이뤄져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분석심사 선도사업 의협 없이도 강행 추진 

정부는 현재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석심사를 정착시키기 위한 선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분석심사는 의료비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의료의 획일화와 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며, 결국에는 지불제도 전환으로 이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증거들에 의해 드러났다”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분석심사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분석심사에서 심층심사를 담당할 전문심사위원회가 의협의 불참으로 구성이 안 될 상황에 처하자 지난 7일 운영 지침을 개정하는 꼼수를 써가면서까지 분석심사를 강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심평원 지침에 따르면, 기존 전문분과심의위원회 구성은 의학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 6인, 전문가심사위원회의 위원장 2인이었으나, 개정 후에는 의학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 ‘6인 이내’, 전문가심사위원회의 위원장 ‘2인 이내’로 바뀐다. 의협에서 위원 추천을 하지 않아도 전문심사위원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구소는 “정부가 의료계를 정책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철저한 주종관계로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사자료 제출 전용시스템에 표준서식과 별도서식 제출하도록 고시 개정  

연구소는 여기에 더해 정부의 무리한 분석심사 강행 의도는 최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관련 자료 제출에 대한 세부사항 제정 공고(안) 고시 관련 의견수렴에서 더욱 확고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고시에 따르면, 심사자료 표준서식과 별도서식을 심사자료 제출 전용시스템을 통해 제출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25일 고시를 통해 행정규칙인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을 일부 개정했다. 

개정의 핵심은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 제5조(심사관련 자료제출 등)의 4항의 내용으로, 이를 보면 “심사평가원은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요양기관의 자료 제출을 지원하기 위해 심사평가원장이 정해 공고하는 바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자료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고 돼있다. 

세부사항의 핵심 내용은 “요양기관이 심사자료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출하고자 할 때에는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기반의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을 통해 제출하거나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요양급여비용 청구 관련 포털 시스템 등을 통하여 제출할 수 있다” 등이다. 

그리고 첨부 문서에서는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을 통해 심사자료를 제출하고자 하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표준서식과 별도 서식도 제시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는 심사관련 자료를 제출 받을 때 표준화된 양식과 데이터 형식으로 받아서 심사 업무의 편의성을 올리고, 제출된 자료를 쉽게 데이터화해서 분석심사에 쉽게 이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표준서식의 내용을 보면 기입해야 하는 정보들이 매우 방대하다. 아주 사소한 환자와 의사의 개인정보부터 상세한 의무기록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이는 심평원의 현지조사에서 요구하는 자료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금까지는 심평원에서 심사자료 제출 요청이 왔을 때, 의료기관에서는 심사와 관련된 자체 EMR 의무기록을 파일로 보내주거나 의무기록을 스캔해서 보내주고, 필요 시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서 요청에 응했다”라며 “이제 심평원에서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으로 심사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실사에 준하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심평원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 기입해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심평원에서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자료 제출이 강제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며 “개정된 행정규칙에 심평원장이 정해 공고하는 바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다고 명시돼있어 언제든 강제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심평원이 이를 강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심평원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언제든 심층심사와 실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심평원이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요양기관과 심평원 서버 연계시켜 자료 전송받으려는 계획까지 

연구소는 “최근 심평원은 기존의 자료 첨부 방식이 아닌 요양기관시스템과 심평원 서버를 연계시켜 자료를 전송 받으려는 계획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되면 심평원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실시간으로 의료기관들의 전산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의료기관들은 자유를 박탈당하고 실시간으로 심평원의 감시를 받으면서 일하는 독재적 상황에 놓인다”고 했다. 

연구소는 “현재도 정부와 공단과 심평원의 수많은 요구사항과 규제 때문에 행정 업무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부담을 덜어주지는 못할 망정 표준화된 전산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해 추가적인 행정 부담을 안기게 된다. 그런데도 실시간으로 감시까지 할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고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심평원 입장에서는 최대한 데이터화하기 용이하게 표준화된 심사자료를 받으면 업무량이 그만큼 줄어들고, 분석심사의 핵심인 심층심사를 위한 자료 준비도 쉽게 할 수 있다. ”라며 “이렇게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표준화된 서식으로 받게 되면 빅데이터화 시키기도 용이해져서 정부는 추가적인 재정 투자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의료기관들만 쥐어짜서 이득을 얻게 된다”고 했다. 

연구소는 “90% 이상이 민간 의료기관인 현실에서 정부가 의료기관 개설, 유지, 전산화 등에 대한 지원을 전혀 하지 않고, 청구대행에 대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더욱 더 많은 요구를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 현 상황을 의료기관들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기형적이고 왜곡된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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