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3.24 06:00최종 업데이트 18.03.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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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피임제 개발 성공할 수 있을까

美연구팀 경구제·젤 개발 중…NIH 등 정부기관에서 투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첫 성경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출산 연령은 높아지면서 피임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피임 실태를 보면 여전히 피임 실천율은 낮고, 정확성이 보장되지 않는 피임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15~24세 피임 실천율은 46.9%, 25~29세 49.4%로 절반에 못 미치고 있으며, 피임 방법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질외사정법, 월경주기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서구 선진국의 인공임신중절률은 인구 1000명 당 12명 정도인 반면, 우리나라는 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음에도 29.8명으로 높았다. 이처럼 의도치 않은 임신은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 있어 올바른 피임 실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이지영 기획위원장(건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임신의 평균 40%는 의도하지 않은 임신으로 보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도 30~40% 정도로 보고된다"면서 "원하는 시기에 건강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법으로 피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획위원장은 "의도하지 않은 임신 비율은 18~24세 여성이 다른 가임기 여성보다 2배 이상 높고, 유산율 역시 이 연령대에서 높다"며 "25~29세 사이에서는 미혼 여성이 기혼 여성보다 유산율이 높은데, 반대로 생각하면 준비된 상황에서의 임신은 보다 높은 출산율로 이어질 수 있 가능성이 있다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피임법은 1960년대 여성 피임약이 처음 나온 이후 경구 피임약, 응급 피임약, 자궁 내 삽입 시스템(IUS) 등 높은 피임효과와 함께 다양하게 발전해왔지만, 남성 피임법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콘돔 사용과 정관 수술에 그쳐 피임 부담이 여성에 치우쳐 있다.

지난해 The Journal of Sex Research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여성의 신체적 부담을 넘어 이러한 임신을 예방하는 정신적, 정서적 책임 분배는 성불평등의 산물이자, 성불평등에 기여하는 것이라 지적됐다.

또한 올해 초 Contraception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새로운 남성 피임법 사용비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남성 피임제 사용은 특히 의도하지 않는 임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피임제는 최근 한 학술대회에서 새로운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결과가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지만, 그동안 많은 연구가 더디게 진행되거나 미완성인 채로 남겨졌다.

남성 피임제로 가장 널리 연구된 분야는 정자 형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중국 국립가족계획연구소 연구팀이 중국 남성 1045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 운데카토에이트(TU) 주사는 정자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팀이 내린 결론에 따르면 월 1회 TU 500㎎ 주사하는 것은 안전하과 효과적이며, 가역성이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피임법이었다.

그러나 의약품 제조사(Zhejiang Xian Ju Pharmaceutical, 仙琚制葯)는 해당 주사제에 대한 추가 테스트나 규제 승인을 진행하지 않았다. 

가장 유망했던 연구 가운데 하나인 독일 마틴루터대, 뮌스터대팀이 진행한 정자 생성 억제 연구에서는 호르몬 복합제 주사가 임신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2012년 안전성 문제로 임상이 중단됐다.

테스토스테론 투여는 여성 피임법과 비슷한 피임 효과를 나타내지만 테스토스테론을 신체의 일반적인 양보다 많은 상계생리학적 용량을 투여하는 것은 건강한 남성에서 장기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프로게스테론 동시 투여로 테스토스테론 투여량을 줄이면서 피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다국적 2상임상을 진행했다.

이 연구는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국제아동긴급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콘래드(CONRAD), 빌&멜린다게이츠재단,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등에서 광범위하게 지원받았다.

2016년 10월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게재된 논문에서 장기 지속성 프로게스틴인 노르에티스테론 에난트산염(NET-EN)과 장기 지속성 안드로겐인 테스토스테론 운데카토에이트(TU)를 8주마다 주사 투여하자 정자 형성 및 정자 생성을 거의 완벽하면서 가역적으로 억제하는 것을 나타났다.

임신 예방 효과는 98.4%에 달했지만, 여드름)46%), 주사부위 통증(23%), 성욕 증가(38%), 기분장애(17%), 근육통(16%)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 연구는 혜택보다 부작용 위험이 높다는 판단으로 조기 종료됐다.

그러나 CONRAD 측에 따르면 기대보다 높은 부작용 발생 수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피임법에 만족감을 표했고, 파트너들은 피임 부담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안심했다. 또 대상자들의 75%는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으며, 일부 남성들은 연구 약물을 계속 받지 못한다는 점에 실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 스테파니 페이지(Stephanie Page) 교수팀은 경구용 남성 피임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연구팀은 17~2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18)에서 한달간 매일 DMAU(dimethandrolone undecanoate)를 복용했을 때 안전했다고 발표했다.

페이지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을 경구 투여하는 것은 간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고, 1일 1회 복용하기에 신체 내에서 너무 빠르게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DMAU는 긴 사슬 지방산인 운데카토에이트를 함유해 사라지는 시간을 늦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물질은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국립아동보건·인간발달연구소에서 자금을 지원해 개발 중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18~50세 건강한 남성 100명을 대상으로 DMAU 100㎎, 200㎎, 400㎎와 캡슐 내 두 가지 제형(피마자유 또는 파우더)에 대한 각각 다른 세 가지 용량을 테스트했다. 대상자들은 28일단 매일 1회 음식과 함께 DMAU 또는 위약을 복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DMAU는 음식과 함께 섭취해야 효과적이다.

그 결과 최고 용량인 400㎎에서 대상자들은 테스토스테론과 정자 생성에 필요한 호르몬 수준을 현저히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기간 연구에서 보여준 효과적인 다른 남성 피임법과 일치했다.

페이지 교수는 "순환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낮더라도 테스토스테론 결핍 또는 과잉과 관련된 증상을 일관되게 보고한 환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DMAU를 복용한 모든 그룹에서 모두 체증이 증가하고 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했지만 가벼운(mild) 수준이었다.

페이지 교수는 "이런 유망한 결과는 남성 피임제 프로토타입 개발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면서 "현재 DMAU를 매일 복용하는 것이 정자 생성을 차단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장기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NIH는 미국 인구위원회와 혈류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준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정자 생산을 억제하도록 설계된 피임 젤도 개발, 올해 420 커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험실 검사에서 하루에 한 번씩 양쪽 어깨에 호르몬 젤을 바르면 2~3개월 걸릴 수도 있지만 정자 수가 극히 적게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임 # 테스토스테론 # ENDO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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