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병리, 병원 업무 효율화는 물론 환자 암 치료∙관리에 유용…초기 투자 비용 등 부담에 병원들 도입 주저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정보 중 유일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남아있는 병리 분야의 디지털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지털병리는 스캐너를 통해 병리학적 슬라이드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저장하고, 그 이미지를 병리학적 진단에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기존 병리에 비해 업무 효용성 제고, 환자 맞춤형 진단 등 여러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지만 높은 비용 부담 탓에 일선 의료기관들의 도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진단시간 줄고 암 치료∙관리에도 도움…병원 간 공유 가능해야
서울대병원 병리과 이경분 교수는 19일 대한병리학회와 의료기기협회 주최로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발제자로 나서 디지털병리가 가져다 줄 수 있는 다양한 이점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선 디지털병리가 진단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원한 디지털병리 효율성 평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디지털병리 도입 후 평균 검사 시간이 12시간, 판독시간은 14시간가량 줄어들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검사 시간 단축은 환자의 재원 시간을 줄이고, 치료 지연을 줄일 수 있는 간접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병리가 여기서 더 나아가 암 치료와 관리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재발 암환자의 경우 과거 제작했던 병리 슬라이드는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디지털병리가 보관성, 접근성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연장선상에서 디지털병리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각 병원들 간 자료 공유도 가능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병리는 한 병원에만 있으면 유용성이 반에 그친다”며 “반면 각 기관이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면 환자가 평생 암 관리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디지털병리 전환 비용 '부담'…수가∙클라우드 구축 등 정부 지원 필요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정찬권 교수(대한병리학회 디지털병리연구회 대표)는 비용 부담 탓에 그나마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디지털병리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디지털병리 도입 시 장비 설치, 병리검사실과의 전산시스템 연동, 병원 간 의료 데이터 활용 위한 클라우드 구축 등에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어가고, 유지∙보수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웬만한 비용이면 병원이 감당하겠지만 스캐너 한 대 견적이 5억5000만원에 달하는 등 초기 투자 비용이 최소 10억 이상”이라며 “병원 입장에선 디지털병리가 없이도 병원 운영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큰 돈을 선뜻 투자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어 “학회 차원에선 이미 교육, 진단 자문, 연구 등에서 디지털병리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일차진단을 수행하는 병원에서 활용과는 많이 다른 영역”이라며 “현재로선 병원이 자체 예산으로 하고 있는데 디지털병리에 대한 별도 수가 설정이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센티브 등 국가 차원에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디지털병리 활성화를 위한 수가 제도 개선과 클라우드 구축 필요성도 역설했다. 현재 디지털병리의 경우 디지털 병리를 통해 제한된 진단 항목에서 계측병리를 수행했을 때 수가가 발생한다. 하지만 계측병리는 항목이 매우 제한적이라, 이를 통한 수익만으로는 디지털병리 도입 촉진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정 교수는 “현재 수가 체계는 업무의 효율 증가를 통해 의료기관의 부가적 이익 창출이나 간접 비용 감소 효과를 가져다는 주는 정도의 기술에 대해선 별도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며 “디지털병리에 대해 새로운 수가가 만들어지는 게 쉽지 않은 이유”라고 했다.
이어 “디지털병리가 가져다주는 여러 편익을 고려해봤을 때 디지털병리에 대한 예외적인 요양급여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며 “기존에 하던 행위를 더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보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의료비용을 줄이고 서비스를 향상시키려면 클라우드 구축도 중요하다”며 “환자가 의료기관을 이동할 때마다 수십 기가바이트의 병리 데이터를 이동식 저장 장치에 저장해 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환자의 동의 하에 클라우드에서 한 번의 클릭으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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