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들어 소아진료에 있어서 오픈런 현상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특히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의 계간 의료정책포럼 시론 문구로 인해 그 논란이 극에 달하고 있는데, 그 내용대로 엄마들이 브런치를 가기 위해 병원 오픈런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아이들과 보호자의 생활패턴 모두 오전 시간 특히 오전 10시 이전에 진료를 마쳐야만 하는 사회적 요구도가 증가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소아청소년과 외래의 오전진료 내원 환자 중 월요일은 70% 이상, 그 외의 요일에는 60%이상 오전 10시 이전에 접수를 한다. 특히 오전진료가 시작하기 전 대기는 보통 매일 3~5명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수의 환자와 보호자가 대기실에 뒤엉켜 있다가도 오전 11시 30분이 지나가면 텅 빈다. 접수를 하는 즉시 진료가 가능하다.
즉, 오픈런을 하고 접수 후 대기를 30분에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시간대가 존재하는 반면, 같은 날에도 대기시간 없이 진료가 가능한 시간대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아이가 아파서 꼭 진료를 봐야 하는데 '매진'이라는 상황으로 진료를 보지 못할 걱정으로 오픈런을 하는 것이라면 의사의 수를 늘려야 하고 의료 기관의 수를 늘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위에 언급한 대로 오픈런이 있었던 곳마저 접수 및 진료 대기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혹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이탈과 의원들의 폐업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제도가 생긴 이래로 전문의 배출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어려웠던 시기에 잠시 폐업이 개업보다 많았을 뿐 2022년 이후 그 추세는 역전됐다. 공급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런을 하는 보호자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소아 진료를 보기 어렵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A,B,C,D,E라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5명이 각각의 의원을 운영하다 의기투합하여 1개의 아동병원을 개설했다. 평소 지역사회 내에서 야간과 휴일 진료의 요구도가 높아 고민하던 터에 5명의 전문의가 합심해 공동 개원을 통해 해결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럼 5개의 의원은 폐업해 사라지고 1개의 아동 병원이 개원하게 된다. 4개의 의료 기관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만큼 환자들의 의료 기관 접근성은 떨어지게 되고 의료 기관에 대한 환자 밀집도는 증가한다.
<근무표>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오전
BCD
ABE
ABD
ACE
ABC
AB
CD
오후
BCD
ACE
ABE
CDE
ABD
AB
CD
야간
E
C
E
D
E
X
X
문제는 근무표를 보면 알 수 있다. 5명이 모여 하나의 의료 기관을 개설했지만, 5개의 의원이 공급하던 의료의 양을 동시에 공급하지 못하고 시간대 별로 보면 오히려 줄어든다. 평일 야간에 1명이 진료를 보고, 토요일과 일요일 주간에는 2명이 근무하는 대신 평일에는 3명만 진료실 문을 열게게 된다.
상대적으로 공급이 줄어들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오너 원장들이 근무의 숫자를 늘리는 희생을 감수한다.
어떤 공급자가 야간과 휴일에 근무하는 것을 원해서 할 것인가? 소비자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공급자가 그것에 맞춰 진료 시간을 변경하게 됐는데, 도리어 소비자들이 불편해졌다.
그 이유는 이용 행태의 쏠림이 극심하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그 쏠림을 해소할 수 있는 공급자의 대응을 제도가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 행태의 쏠림은 앞서 언급한대로 아이들과 보호자의 생활 패턴이 오전 10시와 오후 4시, 즉 보육기관이나 교육기관의 등하원 시간에 묶여버린 사회적 강제 때문이다.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특성상 의료소비자에 대한 통제나 이용 유도는 어렵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즉각적인 변화는 쉽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공급자의 대응을 막고있는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평일 야간 및 휴일 가산 수가에 적용되는 전제 조건에 주진료시간이라는 개념이 사라져야 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의 주8시간 이상의 정상적인 진료시간을 갖추고 있어야만 평일 야간 가산수가와 휴일 가산수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른 아침시간 오픈런 만 존재하고 낮시간에는 대기실이 텅비어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공급의 변화로 그 시간에만 진료를 보는 의원이 개설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단, 그만큼의 수가가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과 야간까지 지속되는 소아 진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사의 피로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그렇게 근무할 직원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 40시간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야 하고, 최저시급 이상의 임금을 갖추며, 간호조무사 대부분이 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출산, 육아, 임신 등에 대한 부분까지 복지를 감당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소아 진료를 보는 의료 기관에 취업을 하고 싶어해야 한다. 각 전문과 중 의사 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 인력들도 소아청소년과는 기피과 중 하나이다.
결국 그것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임금과 복지를 제공해 주어야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데 그만한 수가를 보장해 줄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공급자가 오픈런에 대응해 공급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건강보험제도와 수가를 뒷받침해주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보기(0)